총론에 '노동' '생태전환' 명시
초등 독소조항, 국어 매체영역 신설, 일제고사 평가 근거 등 다수
선결과제 해결없는 고교학점제 적용 재검토
진전된 ‘성평등 교육’ ‘역사 교육과정’ 등 정당성 주장

▲ 전교조는 22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열리는 대구수성호텔 앞에서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을 명시하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 전교조
▲ 전교조는 22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열리는 대구수성호텔 앞에서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을 명시하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 전교조

‘2022개정 교육과정 시안’ 중 학교교육을 퇴행시키는 안을 삭제하고 ‘삶을 위한 교육’에 필요한 내용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는 내부토론회를 통해 ‘개정 교육과정 요구안’을 정리하고 기자회견, 교육부 공청회 참여, 의견 개진 사업을 진행한다.

전교조는 지난 20일, 21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조합원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토론회는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어 연인원 70여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 시안’이 초등교육을 후퇴시키는 독소조항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명숙 서울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교사는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재 양성을 염두에 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세계교육 흐름에 역행한다.”고 일갈하면서 “대전환의 핵심을 디지털에만 국한하여 총론, 각 교과 내용, 교수학습, 평가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안 총론 평가부분에서 ‘학교의 여건과 교육활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의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학생 맞춤형 평가를 활성화한다.’는 서술에 우려가 컸다. 일제식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토론회 참가자들은 평가는 교과별, 급별로 서술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진현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교사는 ‘국어과 매체 영역 신설 문제’를 지적했다. “초등 국어는 한글 깨치기, 경청, 의사소통 등을 중점적으로 한다. 상호작용 중심의 언어 수업, 역할 놀이 등 활동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져야한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기능을 익히거나 미디어를 활용하여 언어 수업을 하는 기회가 확대된다는 것은 초등학생 시기 언어 발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이며 이는 언어를 통한 관계 맺기도 어렵게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학교급별 교육목표 중 ‘상급학교의 생활 및 학습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라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언주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초등은 중등을 대비하고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대비하게 되면 발단 단계에 충실해야 할 교육과정에 오히려 파행을 가져온다.”라고 주장했다.

2022개정 교육과정 시안 내용에 대해 국민소통채널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개진에 관한 토론도 있었다. 국민소통채널 게시판에 ‘성평등 교육’을 ‘양성평등 교육’으로 바꾸라는 집단적인 의견 표명에 대해, 박진호 전국도덕교사모임 교사는 “유네스코와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제시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개념에도 성의 다양성과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성평등(gender equality) 개념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사용하고 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허용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라 전국역사교사모임 교사도 “교육부가 일부 보수 언론이나 단체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휩쓸리지 말고, 개발 연구진과 역사학자, 역사교육자 등의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 역사과 교육과정이 검토되고 결정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영훈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은 고등학교 총론의 성취평가제에 대해 “교사정원 확대와 특목고·자사고 등이 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절대평가가 들어오면 일반고가 몰락하게 되고, 초등학교부터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열풍이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는 토론회 등을 통해 모아 진 의견을 토대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요구안’을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9월 27일 2시,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 후퇴 고발’ 기자회견을 용산에서 개최한다. 기자회견에는 교과·주제모임 대표 교사들이 참여해 ‘개정 교육과정 시안’의 문제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교원대 일대에서 열리는 교육부 공청회에도 참여해 현장교사의 목소리를 개진한다. 특히, 도덕(28일), 역사·사회·국어(30일) 공청회에는 관련 교과모임, 시민단체가 참여해 시안의 문제점을 반박하거나 강조점을 주장할 예정이다. 10월 8일 총론 공청회에서는 ‘환경·생태교육’과 ‘노동’의 가치를 총론에 명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9월 28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국민참여소통채널’에서 2차 의견을 받는다. 각 교과별로 공청회가 열리는 날부터 5일 동안이다. 전교조는 조합원은 물론 학부모단체, 청소년 단체와 함께 의견 개진을 독려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 총론 : ‘생태전환교육’, ‘노동교육’ 명시 △ 도덕·사회·초등통합·보건·실과 : 성평등교육과 인권교육 명시 △ 역사 : 현행 교육과정 지지 △ 국어 : 초등저학년 매체 영역 신설 반대 △ 수학· 영어 : 초등 발달 단계 고려 등의 의견 제시를 제안하고 있다.

이민선 참교육실장은 “교육부가 국민소통채널 누리집을 열어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추석 연휴기간을 낀 보름동안이었다.”라며 “교육과정의 당사자인 교사들에게는 행정업무시스템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개정 교육과정 발표 시한이 3개월 남은 상황에서 이 실장은 “교육부는 이제라도 교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으로 수정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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