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조합원 대상 노동시간 제도와 윤석열 노동정책 실태조사 발표
4년전 근기법 개정에도 여전히 노조개입 없이는 장시간 통제 어려워
연구진,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시간 등 여러부분서 더 열악한 조건”

24일 열린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 ⓒ 김준 기자
24일 열린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 ⓒ 김준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압축·집중 노동형태와 장시간 노동이 결합된 최악의 노동체계가 될 것이라고 양대노총이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며 우려하고 나섰다.

4년 전 장시간노동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의 개입 없이는 장시간 노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노동조합 가입자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노동시간 체제를 묻는 질문에 주 52시간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법정노동시간 ‘주 40시간’이 제대로 인지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노총 조합원 대상 노동시간 제도와 윤석열 노동정책 실태조사 발표
연구진,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시간 등 여러부분서 더 열악한 조건”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실태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가 24일 오전 11시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사는 지난 6월 정부가 노동시간 유연화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개혁(개악) 방향을 발표한 이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해 연장 노동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개편하는 등의 내용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 실증적 반박을 하기 위해서 진행됐다.

정부의 정책 추진은 실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한편,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이 강화돼 결과적으로 집중적 장시간 압축 노동의 확대, 노동자의 생명권·건강권 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양대노총은 지난 9월 26일~10월 14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설문조사’를 양대노총 조합원 2,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시간 체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절반 이상(51.3%)이 주 52시간 체제라고 응답했으며, 주 40시간 체제로 답한 응답자 비중은 46.3%인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8년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된 바 있다.

개정에 따른 대한민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여기에 노사합의를 할 경우 예외적으로 1주 최대 12시간 연장노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주 52시간이 기본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10명 중 8명 이상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1일 단위 실노동시간 상한을 8시간 또는 12시간으로 인식하는 등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노동시간 제도에 대해 상당수 노동자는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노동 현장에서는 ‘1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더해 유연근무제, 특별연장근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연장노동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결과는 양대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했을 때 나온 결과로, 무노조 사업장은 장시간 노동 관행이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봤다.

현장에서 장시간노동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중은 절반이 약간 넘는 56%에 불과했으며, 44%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장시간노동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로는 10명 중 8명이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아서’를 (1순위 57.0%+2순위 25.5%)꼽았다.

응답자들은 4년 전 근로기준법 개정 후 장시간 노동 관행이 개선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대략 10명 중 8명 (80.9%)이 ‘노동조합이 단협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입해서’를 꼽았다(순위48.3%+2순위32.6%). ‘법적 처벌 등 불이익 처분이 우려돼서’가 49.9%(1순위+2순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대한 현장의 준수 의지가 높아서’가 34.3%(1순위+2순위)순으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서도 “특정 제도가 현장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활동과 개입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반대로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노조 조직률을 고려하면 상당수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시사한다”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묻는 항목에서도 노동자 10명 중 7~8명(76.4%)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정책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 사업장 소속 노동자도 전체 의견 분포와 큰 차이 없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대해 10명 중 7명이 (72.9%)이 부정적이었다.

24일 열린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 ⓒ 김준 기자
24일 열린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 ⓒ 김준 기자
24일 열린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 ⓒ 김준 기자
24일 열린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 결과발표 양대노총 기자간담회' ⓒ 김준 기자

10명 중 9명, “노동시간 유연화되면 집중·압축노동 빈번해질 것”
노동자가 노동시간 통제 및 재량권 보장 못 받으면 허울만 남아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는, 노동자 10명 중 거의 9명(88.1%)이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정책이 ‘집중노동, 압축노동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노동자 10명 중 약 7명은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정책이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 확대’(69.5%)와 ‘연장노동수당 등이 감소하여 임금이 줄어들 것’(69.7%)을 우려했다. 반면,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노동자의 시간주권(자율적 선택권)을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주장과 ‘워라밸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 노동자 비중은 각각 27.3%, 28.5%로 10명 중 3명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시간 ‘유연화’가 실제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노동시간 통제에 대한 재량권을 노동자가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연구진은 “업무량이 많은 주에 집중노동을 했더라도, 다른 주에 그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항목에 대부분이 동의했다는 점은 사용자의 자발적 노동시간 준수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사용자의 재량권만 키울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대노총 조합원들은 노동시간 관련 제1순위 정책으로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 노동자 등 노동시간 규율 사각지대 해소’(24.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장시간 노동 사업장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감독’(17.1%),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철회’ 및 ‘1일 단위 최장 실노동시간 제한’(10.7%) 등의 순으로 동의율이 높았다.

양대노총 연구진이 해당 설문조사와 동시에 진행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시간 설문조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법 개정 이후에도 장시간 노동 관행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었다. 특수고용 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자는 특히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노동시간 규율 사각지대 해소와 장시간노동 체제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규제가 강화돼야 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고, 현장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재량권이 거의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유연근무제 확대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압축․집중노동’과 ‘장시간 노동’이 결합된 ‘유연 장시간노동체제’라는 최악의 노동시간체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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