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화물연대가 24일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는 파업을 예고하며 준법투쟁에 돌입했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과의 통력 투쟁을 선포했다. 

그러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6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복합 위기를 맞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일방적인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류를 방해하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주 화요일 업무개시명령을 상정할 것”이라며 법에 다른 엄정한 대응을 강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국가 물류를 볼모삼아 사실상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고 비난했으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노총을 “법적 지위는 노동조합이지만  본질은 종북・반미단체”라고 몰아세웠다. 

지난 23일 조선일보 1면
지난 23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재벌신문은 정부와 여당, 재계의 움직임에 박자를 맞추며 ‘강경 대응’을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1면 머릿기사에서 <민노총, 국가물류 인질잡고 정치투쟁>에서 민주노총을 정조준하고, 다음날 사설 <경제 한파에 줄파업 민노총, ‘남은 어찌 되듯 나만 살자’는 것>에서 “민노총의 세 과시와 압박에 굴복하면 우리사회와 경제는 이들에게 계속 끌려다니게 된다”고 강조했다.(사진1) 중앙일보는 “정부는 지난 6월처럼 어정쩡하게 사태를 봉합하는 대신 법과 원칙에 따라 화물연대를 비롯한 민주노총의 파업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매일경제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며 사실상 사문화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도 “이번에도 말로만 엄정대응을 외치다 밀린다면 민노총이 결사 반대하는 노동개혁은 시작도 못 해보고 좌초될 것이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 재벌신문이 주장하는 ‘노동개혁’은 대기업・재벌의 독점적 이윤을 위한 ‘장시간・저임금체제’ 유지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민주노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재벌신문과 윤석열 정권, 재계의 주장은 세계적 변화에 역행하는 ‘철지난 헛소리’에 불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위기에 고통분담’을 주문했지만 이들은 오로지 ‘부자감세’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며, 노동자와 서민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심해지면 노동자들의 파업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리스는 지난 9일 수도 아테네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 수천 명이 고물가에 항의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일일 파업에 돌입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 파업으로 항공과 선박 운항이 줄줄이 취소되고 아테네에서는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지하철은 3개 노선 가운데 1개만 운영됐으며 정부 기관과 국공립학교도 문을 닫았고, 병원서비스도 차질이 생겼다. 그리스뿐인가?

영국에선 지난 8월부터 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철도・버스・지하철・항만・우편 등 공공 노조들이 앞장서고 국선변호사까지 파업에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3주째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정유사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전국 주유소에서 연료 대란이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는 업무복귀를 명령했지만 노조가 반발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2018년 ‘노란조끼 시위’ 재현도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불평등을 해소하라'며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불평등'이 국가 경제의 가장 큰 위기로 등장하자 횡재세를 도입하고 증세를 통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가계와 기업 에너지 비용을 위해 이미 3차에 걸쳐 950억 유로(130조원)를 지원했으나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인플레가 10%에 육박하자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0억 유로(280조원)를 지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2022년 말까지 횡재세를 도입해 기업들의 2022~2023년 초과 이익 중 33%를 환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횡재세 부과 대상은 2018~2021년에 평균 이익의 20% 이상을 벌어들인 에너지 기업이다. 독일 정부는 횡재세로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을 10억~30억유로(약 1조3900억~4조16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에너지 업체에 부과하는 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해 140억파운드(약 22조5000억원)를 더 걷을 방침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7월까지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세율을 25%에서 35%로 올리는 내용의 예산안 초안을 마련했다. 오스트리아도 최근 석유·가스 회사에 최대 40%의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석유·가스 발전소에 횡재세를 부과했고, 내년부터 2년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9월 국영 단·중거리 열차를 4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그 비용은 횡재세로 충당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도로 횡재세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렵연합 전 회원국 차원의 횡재세 부과 정책도 시행된다. EU는 횡재세를 도입하지 않은 회원국에 한해 다음달부터 화석연료 사용 기업에게서 ‘연대기여금’으로 명명한 횡재세를 걷기로 했다. 이를 통해 EU전체에 약 1400억 유로(198조원)의 추가 수입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 하락, 계속되는 무역 적자 및 수출 감소, 투자 및 소비 위축 등으로 가뜩이나 우려가 큰 상황인데 물류 대란까지 겹친다면 경제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노동조합이라고 우리 경제에 닥친 위기를 모를 리 없다. 정작 경제위기에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몬 것은 누구인가? 재벌과 대기업의 탐욕만을 위해 거짓말을 동원해 혹세무민하며 '철부지' 윤석열에게 반노동 정책을 사주한 것이 당신들 재벌신문들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재벌신문의 협박에 굴복하면 남는 것은 ‘대한민국’의 몰락이다. 화물연대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투쟁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