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잉진압 위법·서울고법 파기 환송 ··· “경찰은 손해배상 청구 취하하라”

대법원이 국가가 노동자에게 저지른 국가폭력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리해고 철회 77일 옥쇄파업 13년, 2심 선고 후 6년 5개월 만에 내린 판결이다.

대법원은 11월 30일 14시 2009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파업 농성 무력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최루액을 투척한 행위와 하강풍을 이용한 진압에 대해 “경찰이 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해 적법한 직무수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판결했다.

경찰특공대를 공장 옥상에 투입하는 등 과정에서 발생한 기중기 손상 책임에 대해서도 “피고의 책임을 크게 인정한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판단했다. 노동자 파업을 무력을 이용해 과잉진압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손해배상 청구를 대부분 기각한 셈이다.

대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범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에 따르면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헬기 투입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 ▲노동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 여지가 있어 손해배상 인정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 ▲기중기 손상으로 가동 못 해 발생한 업체의 휴업손해는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서 빠져야 함 ▲기중기 손상에 대한 손배 책임 비율 80%는 너무 높으니 고법에서 비율 재검토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SNS에 “이겼다. 2009년 국가폭력 목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경찰 스스로 취하해 13년이라는 길고 긴 갈등의 시간을 끝맺음 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 일갈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11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 국가 손배 30억 원 대법원 선고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손해배상 30억’이라 쓴 종이를 찢어 날리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11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 국가 손배 30억 원 대법원 선고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손해배상 30억’이라 쓴 종이를 찢어 날리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2009년 8월 11일 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파업 중인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 위로 최루액을 쏟아 붓고 있다.
2009년 8월 11일 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파업 중인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 위로 최루액을 쏟아 붓고 있다.
2009년 8월 5일 경찰이 공장 지붕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진압하기 위해 업체에서 대여한 기중기를 이용해 특공대를 투입하고 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혼까지 파괴했던 13년간의 사슬이 끊어졌다. 아팠던 시간이 스쳐 갔다. 따뜻한 연대의 온기가 느껴진다. 우리가 옳았다. 노동자의 저항을 짓밟았던 권력의 횡포가 부당했음을 판결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상균 파업 당시 쌍용자동차지부장은 “전국에서 투쟁하는 동지들 힘내자.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친 거통고 하청지회 투쟁은 정당하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에 당당히 맞서는 화물연대 동지들 힘내자. 노조법 2·3조 반드시 개정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더는 울지 않도록 투쟁하자”라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경찰은 지난 2009년 파업 농성을 벌이던 쌍용차 노동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 헬기와 대여 기중기 등이 망가졌다며 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2심도 노조가 폭력 행위를 실행하거나 교사, 방조한 점을 인정하면서 노동자 측이 국가에 11억 3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법정이자가 붙어 배상액은 30억 원을 넘어섰다.

경찰은 지난 2019년 쌍용차 파업 농성 진압과정에서 공권력을 남용했다며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경찰청장이 직접 머리 숙여 공식으로 사과했지만, 판결을 보자면서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라며 “국가는 하루빨리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조합원에 대한 가압류를 철회해 마지막 남은 체면이라도 챙기라”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오늘 판결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파업을 손배·가압류로 보복하는 행위가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오늘 대법원의 결정은 노동자와 대화하지 않고 대결로 치닫겠다는 윤석열 정부에게 보내는 충고다”라면서 “13년 동안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을 국가와 정부가 또다시 반복하지 말라는 사법부의 판단에 귀 기울이라”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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