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는 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를 방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가 있으면 노동자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사용자는 적법한 인사권 행사(노무지휘권)라고 주장하며 대립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이 된 경우도 있고,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근무조건이나 근무환경 등을 비조합원에 비하여 차별하여 경제·생활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회사에서 물값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매월 지급을 했는데, 조합원에게만 지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가족식대를 조합원에게만 지급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합리적인 이유없는 차별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인천의 모 도시가스회사에서는 뭐가 문제냐는 듯이 당당하게 조합원에게는 물값과 가족식대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시가스 점검·검침원들은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집을 돌아다니며 사업장 밖에서 노동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낸다. 그리고 실제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소정근로시간 또는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본다. 따라서 퇴근시간이 따로 없어서 저녁 늦게까지 또는 아침 일찍부터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검침을 위해 담장 위를 올라다니다가 떨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고객에게 성희롱 등의 각종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고, 심지어 집에 방문했다가 강아지에게 물리는 경우도 있다. 한 명이 한 달에 담당하는 세대수가 수천세대가 되니 실제 노동량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급여는 지자체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최저급여가 책정되고, 휴가, 복지 등 근무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결국 전국의 가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들 역시 2014년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다. 비록 전체 노동자 대비 소수의 인원이지만 지금까지 10여년간 회사와 교섭을 하면서 노동조합을 유지·확대하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사사건건 조합활동을 방해하거나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동조합을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있다. 이번에 물값과 가족식대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상 조합원에게 부여된 교육시간을 보장받더라도 본인이 담당하는 세대의 점검·검침 업무는 다른 시간에 추가로 해야했기 때문에 시간만큼 수당으로 지급받았었는데, 갑자기 이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다.

결국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하였고, 몇 가지 합의할 부분이 있었기에 화해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지급받지 못한 수당을 모두 받기로 했으니 이긴 것과 다름없었다. 조합원들 역시 좋아했고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어떻게보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뺏길 뻔 하다가 되찾은 것일 뿐인데, 좋아하는 모습에 기쁘기도했지만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이들의 노동조건이 전보다 개선된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오면서 움츠러든 몸 뿐만 아니라, 함께 찾아온 가스요금 고지서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얘기되는 만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논의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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