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설치 중 마찰, 유가족 실신하기도'
"특별법 제정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시작"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서울시청 앞에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차려졌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4일, 100일 시민추모대회 사전 행진을 진행 중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유가족이 부딪혀 경찰과 몸싸움에 실신한 유가족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4일, 서울시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가 개최됐다. 애초 광화문에서 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서울시 측에서 광화문 사용을 불허했고, 시민대책회의가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그 앞에서 진행됐다.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과 유가족들이 난입하려는 경찰을 막아서자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유가족이 넘어져 실신하기도 했다. 실신한 유가족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경찰과 대치하는 사이 분향소가 차려졌다. 현장에 있던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분향소에 올려놓았다. 

이후에도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시민들이 분향소를 철거하려는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광화문에서 예정됐던 시민추모대회가 시청에서 열린 것이다.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이번 추모대회에서는 156번째 희생자 된 고 이재현 군의 어머니가 발언대에 올랐다. 이 군의 어머니는 재현 군이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고 자신만 살아남은 게 너무 미안하다”며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하는 내가 너무 싫다”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어머니는 “엄마가 주는 약이랑 밥이랑 잘 먹으면 틀림없이 다 나을 수 있고 꼭 이겨낼 수 있다”고 타이르면 “자현이는 눈물 가득 찬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제 품에 꼭 안겼었다”고 전했다.

이어 “재현이는 엄마 아빠한테 자기가 겪는 고통을 넘겨주기 미안해서 혼자 안간힘을 쓰며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먼 길을 떠났다”며 “16살의 어린 재현이의 고통을 방치했던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이번 시민추모대회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노동당 나도원 대표, 녹색당 김예원 대표, 진보당 윤희숙 대표가 참석해 광화문 사용을 불허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도 고인이 된 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가 있고, 영정을 끌어안고 주무시는 아버지가 있다”며 국가가 유족들의 상처를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정미 대표는 “약자들이 너무 쉽게 위기 속에 버려지고 있다”며 “책임질 능력이 없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각 자리에서 내려와야한다”고 질타했다. 용혜인 대표는 “오늘 차려진 시청 앞 분향소를 보며 윤석열 정부가 한 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나도원 대표는 발언보단 100초 동안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고 김예원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인이 된 희생자들과 아직 고통받는 생존자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대표는 열린 광장 운영 원칙에 맞지 않다고 광화문 집회를 금지한 오세훈 시장에게 “가장 간절하고 고통스러운 국민들을 향해 열려 있지 않은 광장 열려 있지 않은 대통령실이 왜 필요하냐”고 일갈했다.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이 자리에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도 발언대에 올라 유가족과 끈끈한 연대로 끝까지 함께할 것을 시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한국 김경민 한국 YMCA 사무총장,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기선 인권활동 공간 상임활동가는 “거리로 나선 유가족들과 함께할 것”을 다짐하며 정부에 다음 세 가지를 촉구했다.

▲국가의 부재로 159명이 희생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재난 대응 주무 장관 이상민의 즉각적인 파면 ▲참사의 철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를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파면,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전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시민들에게 함께 해줄 것”을 호소했다.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마지막으로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가 발언대에 올랐다. 이정민 부대표는 주말 오후, 참사 100일을 맞아 우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호소를 들어주기 위해 자리해준 시민들과 정계, 종교계에도 감사를 전하며 “그동안 가졌던 서글픔과 외로움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철저하게 유가족을 고립시켜놓고 모른 체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법의 잣대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가를 운영하는 책임자들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과 지위만큼 그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그 책임의 범위는 법적인 잣대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대표는 “그 책임이 두려우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자리를 내려와야 한다”고 호통치며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행보를 강하게 지탄했다.

이후, 무사히 대회를 마친 이들은 새로 차려진 분향소에서 묵념과 추모를 이어갔다. 서울시 측은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겠지만 5일부터 철거 계고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 김준 기자
4일 시청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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