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전북본부 "전주시는 사과하고 가해자 징계하라"

상급자에게 언어폭력 및 성폭력을 당했던 전주시 보건소 노동자 2명의 산재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판정서에서 이들이 "새로 발령받아 부임한 선별진료소 현장책임자(가해자)의 인권침해, 갑질,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감시, 압박, 허위문서작성 결과보고, 성추행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적응장애’의 질병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해자 A씨는 2022년 1월 14일, 전주시 덕진보건소 6급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A씨의 발령 이후 화산선별진료소 공무직 직원들에게는 휴식을 취할 수 없는 형태로 업무가 배치됐고, A씨에 의한 반말과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도 이어졌다. 한 노동자는 A씨에게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등 성폭력도 겪었다.

직장내 괴롭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피켓팅(2022년 7월 19일)
직장내 괴롭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피켓팅(2022년 7월 19일)

사건 이후 해당 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이하 노조)는 피해 노동자 16명을 대표해 작년 3월 8일에 전주시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6월 13일에 A씨에 의한 인권침해, 괴롭힘 및 성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전주시에 사과 및 직원 보호조치를 권고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A씨를 통해 인권위에 이의를 제기해 결정문을 번복하게 했다. 인권위는 8월 25일에 인권침해와 괴롭힘 사건을 불인정하고 성폭력 사건은 ‘전주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의 하라는 취지의 새로운 결정문을 채택한다. 고충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해자 A씨의 성폭력 사실은 인정됐으나 전주시는 가해자 징계 조치에 나서지 않으며 시간을 끌었다.

가해자 징계가 결정된 것은 올해 2월 24일이다. 가해자는 징계위원회에서 공무원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 처분을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A씨는 대기발령 조치가 해제돼 올해 1월 18일부터 업무에 복귀한 반면 성폭력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이하 전북본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전주시의 대응이 가해자 감싸기와 피해자 외면으로 일관됐다"고 목소리 높였다. 먼저 인권위의 결정문 번복이 조례 및 규칙에 근거하지 않은 재심 절차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기각, 각하되지 않은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자격은 신청인과 관련 기관에게만 있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인권위가 가해자 A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결정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이어 전북본부는 물리적 신체접촉 성폭력에 대해 견책 수준의 징계를 한 것은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꼬집었다. 전주시는 2020년에 언어폭력과 성희롱 발언을 한 공무원 B씨에 대해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던 사례가 있다.

사건 과정에서 전주시가 보여온 태도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근로복지공단은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해자 A씨의 행태 뿐만 아니라 "사건의 장기 조사와 재조사", "지방 언론과 뉴스 등의 노출로 인한 2차 가해 행위"에서도 비롯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북본부는 "전주시의 가해자 감싸기 배경에 시장의 노조 혐오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피해 노동자들에게 사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가해자 중징계 조치를 전주시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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