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임의로 순식간에 일감 박탈... 방문점검원 생계 벼랑 끝으로
갑질 알면서도 옹호하는 코웨이, 문제는 갑질 양산하는 코웨이 제도
일감 돌려 달라! 코웨이 방문점검원 본사 앞 규탄 기자회견 개최

가전렌탈업체 코웨이가 방문점검원의 일감을 임의로 빼앗는 관리자를 방치하며 문제를 키우고 있다. 이에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가전통신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23일 오전 11시 코웨이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코웨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코웨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코웨이 부산남부총국 영도지국 A팀장은 지난 2월 코디(코웨이 방문점검원) 2명의 관리계정을 예고 없이 빼앗았다. ‘관리계정’이란 코웨이 렌탈제품에 대한 점검 수요, 즉 방문점검원의 일감이다. 관리계정을 뺏기면 코디‧코닥의 수입은 그대로 끊어진다.

노동조합은 A팀장의 행태를 ‘렌탈업계에 만연한 관리직 갑질’로 규정하고 회사에 공식항의했다. 그러자 A팀장은 피해 코디를 업무 소통망에서 배제하며 ‘직장 내 따돌림’까지 자행했다. 노동조합은 지난 3일 문제 해결을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본사 3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본사는 간담회 자리에서 관리자를 옹호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는 관리자 개인 일탈이 아닌, 코웨이 착취 구조의 문제’라고 규탄했다. 코웨이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코디‧코닥의 일감을 임의로 빼앗으며 노동자 생계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이 관리자 갑질은 코웨이 본사가 옹호, 방조해 키운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이 관리자 갑질은 코웨이 본사가 옹호, 방조해 키운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현철 가전통신노조 위원장은 “경기 침체 속 특수고용노동자의 생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가장 악질적인 수법이 코웨이 부산남부총국 영도지국에서 벌어졌다”고 이번 사태를 평했다. 점검 건수 당 수수료가 곧 임금인 방문점검원에게서 계정을 일방적으로 박탈함으로써 관리자가 ‘방문점검원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더욱 심각한 것은 관리자 갑질을 대하는 본사의 태도라고 봤다. “갑질 관리에 이어 직장 내 괴롭힘까지 일어났지만 회사는 관리자를 옹호하는 공문을 보내 왔다”며 코웨이가 관리자 갑질을 옹호 방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관리자 갑질, 사측 방조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으로는 특수고용노동자로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방문점검원 처지를 꼽았다. “방문점검원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가 하루 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 당사자인 조합원이 갑질 관리자의 이중적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조합원이 갑질 관리자의 이중적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관리직 갑질의 피해 당사자인인 김민아 코디‧코닥지부 조합원도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김 조합원은 영도지국에서 실시하는 ‘5595’ 캠페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5595’란 매주 5일씩 일감 5%씩을 처리해 총 95% 점검을 이행하는 것으로 방문점검원의 업무일자, 점검이행율을 세세히 지시하는 캠페인이다.

김 조합원의 설명에 따르면 A팀장은 갑자기 이 캠페인을 지국에 도입하면서 실적을 이에 맞추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방문점검원은 고객과 두 달 전 약속한 방문일자에 따라 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갑자기 도입된 기준에 점검 일자를 맞출 수 없던 김 조합원은 캠페인 초기 점검 이행율이 20% 정도 떨어졌다. 그러자 A팀장은 이를 빌미로 김 조합원이 제품 위생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계정을 빼앗았다.

김 조합원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간담회에 나타난 A팀장의 태도였다. 간담회 자리에서 A팀장이 ‘김 코디가 업무를 힘들어해서 도와주고자 계정을 뺐다’고 계정 박탈 사유를 바꿨다는 것이다. 코웨이 측은 A팀장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김 조합원은 “갑질하는 관리자들, 관리자들에게 갑질을 지시하는 본사 모두 반성하라,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제게 제 일감을 돌려 달라”고 촉구했다.

김병조 코디‧코닥지부 경기지역 조직부장이 관리자 갑질은 코웨이의 직원 관리 제도 문제임을 비판하고 있다.
김병조 코디‧코닥지부 경기지역 조직부장이 관리자 갑질은 코웨이의 직원 관리 제도 문제임을 비판하고 있다.

김병조 코디‧코닥지부 경기지역 조직부장은 코웨이 계정 관리의 허점을 짚으며 코웨이가 방문점검원들에게 수시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은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계정 배분 및 관리 권한을 관리자에게 위임해 갑질을 부추기는 코웨이의 비인간적인 제도”에 있다며 본사에게 책임을 돌렸다.

또 “회사는 코디‧코닥이 특수고용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일관해 왔다, 본사에서 하달한 기준에 따라 실적을 매기고 차별대우 한다면 이는 엄연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아닌가”라며 코웨이의 사용자성 회피도 지적했다.

노경찬 코디‧코닥지부 부지부장이 국민 건강 보장을 위해서도 방문점검원 노동권 보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노경찬 코디‧코닥지부 부지부장이 국민 건강 보장을 위해서도 방문점검원 노동권 보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노경찬 코디‧코닥지부 부지부장은 “코웨이 홈페이지에는 인재들이 전략이고 자산이라고 써놓았으면서, 코웨이 최고 영업수익을 만든 코디‧코닥은 인재가 아니란 말인가” 라고 규탄했다.

노 지부장은 “국민 대부분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점검원은 곧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또 방문점검원의 노동권을 보장할 표준계약서가 곧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순옥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순옥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김순옥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이 낭독했다. 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계정 갑질을 일삼은 관리자의 즉각적인 사과 ▲빼앗아간 관리 계정 원상 복귀 ▲관리자 갑질에 대한 본사의 공식 입장 발표 ▲관리자 갑질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코웨이 측에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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