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시행이 임원 보상 증가 방편으로 사용돼
부당한 성과평가가 성과창출을 방행하는 결과 초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 임금제도는 실제 사업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지난달 28일 다양한 성과급 임금제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노동자가 직접 증언하는 자리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마련됐다.
LG와 현대, 롯데, 포스코 그룹 노동자가 직접 나선 이 자리에선 경쟁심화, 업무상 스트레스, 불공정·불투명, 임금양극화 및 임금하향 평준화 등 성과급 임금제도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났다. 고과제도가 일터에서 공정한 평가나 성과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상사의 비위 맞추기, 줄 세우기 문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음성적 불이익 등 매우 후진적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동과세계>는 현장 노동자들이 이날 토론회에서 증언한 내용을 기고로 전한다. 성과급 임금제도의 폐해에 깊이있게 공유함으로써, 국회와 노동조합이 윤석열 정부의 직무 성과급제 확대시도에 대한 문제를 밝히고 폐해 사례를 고민하자는 취지다.
네 번째는 박종현 화섬식품노조 포스코DX지회 지회장이 전해온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민주노총이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성과급 임금제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노동자의 직접 증언으로 듣는 한편, 성과급 임금제도의 문제점을 자리를 마련했다. 박종현 화섬식품노조 포스코DX지회 지회장의 현장증언.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이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성과급 임금제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노동자의 직접 증언으로 듣는 한편, 성과급 임금제도의 문제점을 자리를 마련했다. 박종현 화섬식품노조 포스코DX지회 지회장의 현장증언. ⓒ 송승현 기자

성과급 제도는 기업에서 성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성과급 제도가 과도하게 시행되면서 기업의 경영성과는 별개로 임원의 보상이 증가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선 성과급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포스코DX는 2014년 KT에서 전 기술연구원장을 지낸 최 모 사장이 취임하며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성과와 성과에 대한 보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DX의 성과급 제도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먼저, 성과급 제도의 불명확성이다. 포스코DX의 성과급 제도는 명확하지 않은 요소가 포함됐다. 예를 들어 조직문화, 업무환경, 조직관계 등은 정량적으로 측정되지 않는 요소들인데도, 실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과급에 반영된다.

두 번째는 부당한 성과평가다. 성과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성과평가의 부당성이다. 성과를 평가하는 직책보임자들이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고, 이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성과위원회를 열어 2차 평가를 진행한다. 그러나 평가위원회는 직책보임자들의 입맛에 따라 진행돼 공정하지 않은 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

세 번째는 직원 간 불균등한 보상 문제다. 앞서 이야기한 부당한 성과평가로 인해 성과급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으면서, 동일한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불균등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이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면서 생긴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이다.

네 번째로는 단기적인 시각에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성과급 제도는 대체적으로 단기적인 시각에서 운영된다.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직원의 역량 개발, 투자와는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등 효율적인 인력활용이 저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과급 제도가 잘못 운영될 경우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저하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약하거나 부당하게 이뤄지는 경우에 주로 나타나는데,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포스코DX 뿐만 아니라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따라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할 때는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HR 컨설팅 회사인 ‘Winners ar Work’의 대표 팀 베이커는 최근 그의 저서 <The End of the Performance: A New Approach to Appraising Employee Performance>에서 전통적인 평가시스템의 8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평가제도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성과평가 제도는 직원이 관리자의 평가를 받지 않으면 그의 성과가 저하된다는 잘못된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맥킨지도 <성과관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성과평가제도는 엉터리며 시간만 낭비하고 지나치게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동기를 잃게 해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평가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시장환경의 변화와 구성원들의 인식변화에 기초해 나타난다.

최첨단 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성과평가체계의 경직성으로 인해 시장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주로 1년간의 목표달성 여부를 연례행사처럼 의무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1980에서 1997년 사이에 출생한 소위 밀레니얼 세대들은 더 이상 기존의 위계적이고 전통적인 질서 아래에서 존재하던, 줄 세우기 방식에서 나온 본인에 대한 평가를 수용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GE,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의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성과평가 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를 실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상대평가는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 지나친 개인 경쟁으로 인한 협업 파괴, 쉬운 목표 달성을 위한 낮은 수준의 목표설정, 중간 인재들의 사기저하와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과창출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일부 기업에서는 성과급 제도를 저성과자 퇴출수단으로도 사용한다. 저성과자를 만들어 이들을 노무특이자 또는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고 노동자가 퇴직할 때까지 모니터링하면서 감시를 하기도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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