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됐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못 올린다, 더 올리자며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경영계와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높은 임금비용을 감당 못 해 고용을 줄여야 한다거나 심지어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앓는 소리를 한다. 다른 한편, 노동계에서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노동자의 삶과 생계가 거덜 나고 있고 임금불평등이 완화하기는커녕 확대하기만 하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매년 반복하는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우리와 노동시장 구조가 비슷한 영미권 국가에서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지형이 우리와 유사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이윤감소와 고용축소를 문제로 지적하고 이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하면 일자리 늘어”
최저임금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받는 고용에 대한 영향은 정반대의 결론을 가진 연구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 중 미국 UC버클리 대학교(UC Berkeley)의 최근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고용축소가 실제로 목격되는지 여부를 조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통계나 문헌연구가 아니라 일종의 경험연구를 했다. 실제 이 대학 데이비드 카드 교수는 '자연 실험'을 통한 인과관계 실증 분석을 도입한 공로로 202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연구는 실증조사를 통해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여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고용 증대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높은 최저 임금과 수요독점 시장의 수수께끼"(High Minimum Wages and the Monopsony Puzzle, 2023.5.1)에서 2021년 1분기까지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에 도달한 미국의 47개 대형 카운티와 2009년 이후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유사한 규모 카운티의 임금 수준과 고용 수치를 비교했다. (링크)

이 연구 결과는 첫째,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간소득 노동자의 임금은 줄지 않았고, 소득 하위 10%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은 성공적으로 인상됐다.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가 최저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면 소득 사다리의 하단과 중간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었다. 특히, 최저임금을 제정하고 인상한 카운티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증대를 이끈다는 국내 연구도 많다. “최저임금의 효과 분석(고용노동부, 2019)”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노동공급(노동시장 참여)이 증가하여 비취업(실업)에서 취업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고, 임시나 일용직 대신 상용직이 늘어났다. 최근 가장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기록한 2018년에 비취업(실업)→상용직 이행이 13.3만 명, 비취업→임시직 이행이 6.2만 명으로 고용이 증가했다. 자영업자→상용직 이행도 2.5만 명이 추가로 늘어났다. 일용직의 경우 일용직→비취업자는 약 3.9만 명 증가했지만, 일용직→상용 혹은 임시직 고용은 4.9만 명 증가했다. 일용직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보다는 안정적인 고용 상태로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링크).

또한, 이 연구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과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노동패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집단의 임금 증가율이 높아져서 임금 불평등이 완화”되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소득 자영업의 소득이 감소하고 중간소득 자영업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영업 소득 양극화가 완화”되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인다는 국내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학계에서도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 대상을 세부적으로 특정하지 못해 자영업 또는 무급가족종사자 등이 포함되어 있어 통계적으로도 불분명한 결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소득계층과 출생 연도에 따른 분류조차 임의로 특정 계층이나 세대를 배제하거나 추가하여 통계상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개정 시기가 되면 언론에는 이런 분석 보고서만 보도되기 일쑤이며, 관련 학자 인터뷰도 이 보고서를 낸 사람들로 채워진다.)

최저임금 인상, 사업주와 주주 이익 줄여
이처럼 최근 최저임금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빈 일자리’가 줄어 고용이 증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업하려는 노동자가 많고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어 사업주가 임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수요독점 노동시장).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노동자에게 좋은 임금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시장 임금은 회사에 실제로 제공하는 (노동)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이런 조건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강제하더라도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한다. 애초에 저임금으로 초과 착취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하더라도 정상 임금에 못 미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생활비 지출을 늘려 패스트푸드와 같은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이는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할 가능성 즉, 고용 증대로 나타난다.

한국의 중소·영세 사업장, 음식, 요식업 등 최저임금 사업장의 노동시장도 수요독점적(monopsony)이라고 볼 수 있다. 영세사업장일수록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임금 결정력을 갖고 있어 저임금에 기반한 노동착취로 상대적인 초과이윤을 가져올 수 있다. 프랜차이즈점 등 대기업 사업장의 아르바이트 고용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고용이 증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 최저임금 인상분은 초과이윤에서 지불되므로 사업주의 이익이 감소한다. 기존 사업주 또는 주주 이익의 일부가 인건비 증가분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기업 회계에서는 임금 상승을 ‘비용’ 상승으로 표시해 당기순이익이 줄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임금은 이윤에서 분배받는 노동자의 몫이기 때문에 이것이 증가하면 자본 소득 즉, 사업주와 주주의 소득이 줄어든다. 다시 말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의 이익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주주의 이익이 줄어든다.

최저임금 인상의 적정 수준?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즉자적으로 반대한다. 눈앞의 자신의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세·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구성에서 기본급이 대부분 최저임금에 묶여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급이 올라 당해 연도 임금뿐 아니라 퇴직금도 치솟게 된다. 임금과 퇴직금 인상분도 사업주와 주주의 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이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초과이윤에서 재분배된다는 것은 초과이윤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사업주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늦추거나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이익이 정상 이윤(normal profit) 때 보다 높거나 최소한 동일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인다.

대다수 최저임금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이라는 형태의 임금 착취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고용량을 줄이면 오히려 수익이 감소해 손해가 난다. 기계나 로봇 등 자동화로 임금노동을 대체할 수는 있는데, 그때의 조건은 자동화 설비와 운영비가 임금보다 낮아야 하고, 자동화의 생산성이 임금노동의 생산성에 비해 최소한 동일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 정상 이윤이 실현될 수 있다면 고용량 축소나 자동화, 임금인상의 가격 전가와 같은 다른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한다. 물론 하루라도 더 초과이윤을 획득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낮추기 위한 투쟁도 멈추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노동자의 최소 생활 보장이 아니라) 자본의 최저임금 수용 가능액 또는 (경쟁시장에서의) 정상 임금(normal wage)을 찾고 가늠하는 문제로도 접근하고 있다. 그 수준이 미국에서는 최소한 시간당 15달러는 넘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뉴욕 주에서는 현재 14.20달러인 최저임금을 2024년 15달러로 인상한 후, 뉴욕 주 내 지구별로 2026~28년까지 17달러(2만3천원)로 올리기로 주 정부가 합의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7달러에 도달하면 그 이후부터는 물가상승률과 연동된다. 뉴욕주는 이처럼 17달러를 최저임금 수용목표치로 합의를 봤다.

영국도 우리의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저임금위원회(Low Pay Commission)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1999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래로 2022년까지 약 250% 증가했다. 1999년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임금의 42%에서 결정됐는데, 2022년 60%까지 도달했다. 2016년도에 정부는 2024년까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3분의 2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임금의 66% 수준이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 정상 임금이라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과 시장 가격 인상
한편, 노동시장이 수요독점적이지 않고 경쟁적이라면 사업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할까? 영세·중소사업장의 이윤이 임금 착취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윤을 실현하고 있다면 즉, 초과이윤이 없다면?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초과이윤을 잠식해 정상이윤(normal profit)까지 넘보는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사업주들은 정상 이윤조차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용을 거부하고 다른 대안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자동화 또는 무급가족종사자로 기존 고용을 대체할 수는 있어도 노동량(생산성) 자체를 줄일 수는 없다. 정상 이윤까지 잠식된 경우라면 폐업 수순으로 가겠지만 그 상황에서도 또 다른 수단이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업장별로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 같은 거시정책처럼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경쟁적이고 모든 사업장에 차별 없이 적용되므로 사업주들은 최저임금을 수용하면서 대신 상품 가격을 올려 최저임금 인상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사업주들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고려한다. 부분적으로는 사업주와 주주의 초과이윤을 양보하고,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다. 또, 부분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시장경제의 성장에 퇴행적인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 사업장 생산물의 가격 인상은 임금 착취적인 저효율의 시장을 경쟁 시장으로,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산업구조 상 제조업은 임금상승과 생산성 향상에 기반해 성장한 반면, (최저임금 사업장이 많은) 서비스업의 경우 저임금-저비용-저생산성의 낙후한 시장 환경을 계속 유지해 왔다. 주로 인건비로 결정되는 서비스 요금을 낮게 유지해 물가를 낮춰 왔던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 요금(가격)의 인상은 인건비 인상(노동력 가치 인상)을 통해 시장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은 초과이윤을 흡수하고 서비스 시장을 경쟁 시장으로 정상화 하는 한 자본주의 발전, 시장의 발전과 함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도 최저 임금을 폐지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노동시장 규제제도로 인정하고 수용한다.

최저 임금 인상, 상한 없어야
한국에서는 1원도 인상할 수 없다고 버티는 자본 측의 반대와 저항 때문에 최저임금을 정상 임금 수준까지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생계를 유지할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 임금이 최소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2020년을 기준으로, 음식점 및 주점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평균 월 급여로 218만원을 받았다. 특히 이 업종에 새로 진입한 노동자인 1년 차 노동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181만원이다. 그런데, 2020년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이고, 월급 환산액은 1,795,310원이다. 1년 차 평균 급여액과의 차이가 고작 월 6만원, 시급 280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최저임금이 정상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해당 업종의 평균 급여액에 접근하고 있지만 최저생활 보장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직종 노동자들은 평균 임금이 최저 생활을 보장할 임금 수준이 되지 못해, 장시간의 초과노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다른 추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이처럼 정상 임금이 최저임금제의 목표인 노동자의 최저 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목표에 미달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초과이윤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쇄하지만, 장기적으로 물가인상으로 실질 임금을 삭감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자본의 수익, 이윤율이 낮아지고 독점과 비독점이 분화하는 상황에서 정상 임금 수준도 계속 하락하고 임금 불평등도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정상 임금 또는 적정 임금이 최소 생활을 보장한다는 ‘공리’는 무력화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최저임금 관련한 논의는 “최저임금 인상, 얼마면 돼?” 식의 논의가 아니라, 최소 생활을 보장하려면 얼마가 필요하냐는 것으로 쟁점이 바뀌어야 한다. 자본이 수용 가능한 최대 임금을 정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최소 생활보장 가능 임금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상한이나 목표에 제한이 없어져야 하며, 전체 노동자 임금 인상(투쟁)과의 결합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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