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298호- 해설]

궁지 몰린 이명박 시장 '파국유도' 강경책 우려

임박한 지하철 5개 노조의 파업으로 정부와 각 지자체의 노동정책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금속산업연맹 소속 대규모 사업장과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굵직한 노동현안이 별다른 노정충돌 없이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반기 마지막 대규모 노동쟁의가 될 지하철 파업의 진행양상에 노사정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핵심은 '직권중재'다. 파업예고 사업장 5개 모두가 '필수공익사업장'인 데다가, 지하철의 경우 파업의 사회적 파급력도 다른 업종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만일 정부가 예전처럼 '파업돌입→직권중재→불법파업 규정→경찰투입→지도부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경우, 노정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노조 허섭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가 구시대적 악법인 직권중재를 철폐하진 못할망정, 이를 이용해 지하철 파업을 탄압해선 안 된다"면서 "직권중재는 오히려 파업을 장기화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에 따르면 공사가 건교부와 노동부 등 관련 정부부처에 직권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 교섭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도 관심의 대상이다. 건교부 직속관할인 부산교통공단을 뺀 4개 지하철노조는 모두 각 지자체 소관이다. 즉 교섭은 공사와 노조가 하지만 실질적 체결권은 예산 등을 틀어쥐고 있는 지자체가 갖고 있다. 서울·인천·대구시장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이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적은 형편이다.
노조 규모나 파업의 파급력 등을 볼 때 핵심은 역시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다. 이 두 노조의 경우 이명박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 한판싸움이 불가피하다. 최근 '교통체계 개편'으로 거센 비난을 받으며 궁지에 몰린 이 시장이 파업에 강경대응하며 국면돌파를 꾀할 여지도 없지 않다. 한쪽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 시장이 사태해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입지마련 차원에서 파업에 대응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형국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에 따라 이명박 시장을 직접 겨냥한 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노조 허섭 위원장은 "원만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라면서 "대화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파국을 유도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요구가 임금인상보다는 인력충원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와 각 지자체도 적잖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작을 위한 고전적인 수법인 '집단 이기주의론'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교통체계 개편으로 시민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요금을 올리더니 안전마저 외면한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에 따라 교통체계 개편의 문제점과 안전운행을 위한 인력충원 문제를 결합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 와중에도 부산과 대구 등 몇몇 지자체에서 매표업무 자동화 등을 빌미로 역무인원을 감축하거나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노조는 "역무인원의 경우 매표업무 이외에 승객안전과 안내, 역사관리 등 역무업무 전반을 보고 있어 공익요원을 지원 받는 등 오히려 인원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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