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직권중재·경찰투입에 강력 경고

정부가 지난 18일 올 들어 처음으로 엘지정유를 직권중재에 회부한 데 이어 20일 엘지정유에 경찰을 투입하고, 서울·인천지하철과 도시철도를 직권중재에 회부해 노정관계가 정면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지하철 사업장에도 경찰을 투입할 경우 올 들어 시도된 노사정 대화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사측이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직권중재와 공권력에 의존해 탄압을 계속하면 한국의 노사정관계는 어떠한 발전적 논의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호 위원장과 공공연맹 이호동 위원장, 화학섬유연맹 배강욱 위원장, 5개 지하철·엘지정유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직권중재와 공권력으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전면적인 투쟁뿐"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측은 수십 차례 교섭에서 노조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파업을 부추기고, 결국 직권중재-공권력 투입 등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면서 "민주노총은 지하철 5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7월21일 3차 총력투쟁을 시작으로 22·23일 잇따라 성실교섭 촉구 대정부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호 위원장은 특히 노사정대표자회의와 사회적 교섭기구와 관련해 "아직 직접 연결시킬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와 사측의 태도에 따라서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선택의 폭이 적어질 것이고, 투쟁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올해 지하철노조의 쟁점은 임금인상이 아닌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인력충원"이라면서 "주5일제 실시로 삶의 질이 개선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구호는 그야말로 말장난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직권중재가 내려진 엘지정유는 작년 한해 순이익만 3천875억원이고 올해 1/4분기에만 2천억의 순이익을 내고도 인건비 비율이 전체 매출액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결국 조합원의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고용해 착취하고, 온갖 공해배출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준 지역주민들의 희생 속에서 막대한 이윤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시민들을 상대로 "이용하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지만, 일시적인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궤도노동자들의 파업은 보다 안전한 지하철을 위한 것인 만큼, 불편하시더라도 같이 조금만 인내해주실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수호 위원장은 "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최근 상황전개는 파병이 부당함을 거듭 확인해주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파병을 강행하고, 노동탄압으로 기본권을 부정한다면 위원장으로서 특단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동과 세계 kctuedit@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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