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탄압 극심 'ILO직접개입 요청'

[관련기사]

[사진1]

안녕하십니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조준호입니다.

95차 ILO총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한국의 노동자를 대표하여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먼저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 보고서에 잘 나와 있듯이, ‘아동노동 금지’를 위한 ILO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민주노총은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 동안, 나이키, 아디다스 등 초국적 스포츠기업 반대와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부족하나마 아동노동의 현실과 시급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은 ILO 정신에 맞춰 아동노동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다음으로 국제노동기준을 지키는 중요한 기구로서 ILO의 감시감독기능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특히,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가 ‘종이’위의 아름다운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국에서 존중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ILO의 집행 강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한국 정부는 그동안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로부터 1996년 이후 11차례에 걸쳐 핵심 노동쟁점에 대해 권고를 받았으나, 그 권고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 취지와는 상반되게 행동하고 있으며, 오히려 노동부 장관 명의로 ILO에 서한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ILO의 권고와 최근 악화된 노동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유감’ 표명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무원노조를 비롯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동시에 앞서 제기하였듯이, ILO의 감시 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한국 정부와 같이 ILO의 권고를 무시하는 정부에 대해 ILO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고용관계분과위원회’에서는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전 세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이들의 노동기본권과 인권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15일자로 한국철도공사는 280명에 달하는 철도노조 고속철도(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들을 계약해지하였습니다. 철도공사는 사태 해결을 위해 단 한 차례도 성실하게 교섭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으며, 부실자회사인 고속철도(KTX) 관광레저로 사업자를 바꿔 승무사업을 실시하게 하고, 농성중인 여성조합원을 공권력 동원으로 강제 연행하였습니다.

이는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노동기본권과 인권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토론되고 있는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 채택의 정신을 존중하여,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는 8월 29일 ~ 9월 1일로 예정되어 있는 ILO 아태지역총회(부산)에 대해 작년 11월 국제자유노련(ICFTU)과 ILO 노동자그룹과의 협의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아태지역 노동자에게 유의미한 총회가 되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는 공무원노조 해체를 위한 ‘행정자치부 지침’을 발송하고,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직권중재를 발동하고, 지역건설노조와 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하여 노조간부를 인신 구속하는 등 대단히 노골적으로 ILO 권고와 정신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ILO 아태지역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가로막는 결정적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아태지역총회를 3개월 앞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탄압에 대해, ILO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ILO가 한국정부의 노동탄압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개입의 방안에 대해 시급히 강구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아태지역총회를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국제노동계와 공동 대응할 것이며, 이를 위해 ILO 노동자그룹, 국제자유노련(ICFTU) 등 관련 조직들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즉각적인 협의에 들어갈 것임을 밝힙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6.6
조준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