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 교섭을 앞두고 지난 3월에 실무진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연구위원회가 서너차례 열렸다.

지난 해 최저임금 파행적 결정의 원인이자 올해도 역시 최대쟁점이 될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최저임금 노동자 임금저하 보전대책과 택시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등 제도개선 논의를 벌였다. 그 결과 사납금이나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서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도 미치지 못해 문제가 됐던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에 나서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문제는 의견접근에 실패한 채 논의사항을 4월 28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보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결국 올해 최저임금 교섭은 결국 지난 해 불거졌던 쟁점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 시작된 셈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된 이래 노사단체 대표와 공익위원 각 9명, 총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돼 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보통 1차 전원회의에서 교섭위원들간 상견례 정도로 끝나고 5월 한달간 최저임금 결정에 참고하기 위해 최저생계비를 심의하는 생계비전문위원회, 전체노동자 임금수준 및 노동생산성을 검토하는 임금수준전문위원회, 최저임금 사업장 방문조사 등을 거쳐 6월초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부터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가 6월말에 결정된다.

예년보다 2주정도 늦게 시작된 올해 최저임금 교섭도 이런 흐름과 유사하다. 4월 28일 제1차 전원회의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최저임금 결정의 실질적 주체인 공익위원들이 1명을 제외하고 대거 교체된 것이다. 지난 해 노동계 요구로 최임위 공익위원은 ‘연임’까지만 하도록 임기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전공 교수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렇게 중요한 위원회인지 모르고 왔다”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정부의 주장대로 정말 중립적인 인사인지는 6월말 최저임금 결정 때 드러날 것이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을 시간급으로 할 것이냐 월급으로 할 것이냐 고시방법과 업종별로 달리 최저임금을 정할 것인지,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저하 대책 등 뜨거운 감자들은 모두 차기 회의로 미뤘다. 지난 해 첫 회의부터 이 문제로 긴장이 형성됐던 것 때문에 올해는 충분히 논의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5월 4일부터 12일까지 2차례 열린 생계비전문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9세 이하 단신가구 노동자 3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생계비조사결과와 통계청이 제출한 노동자 1인가구 생계비를 심사했다. 최임위 제출 최저생계비는 117만6,695원으로 조사됐고 통계청 조사 결과는 111만2,174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결과가 낮은 이유는 주거비를 월세를 내는 경우만 조사해 과소평가되기 때문인데 이 점을 추후 보완키로 했다.

노동계는 최임위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시점이 지난해 10월이기 때문에 올해 9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는 적절치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전망치(8%=5%+3%)를 포함한 것이라야 합당하다"며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이 제출한 생계비에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전망치를 더해 127만830원을 제출했다. 재계는 늘 그렇듯이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주장을 토대로 별도의 생계비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어 5월 19일부터 6월 9일까지 3차례 열린 임금수준전문위원회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임금실태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고 최저임금 사업장 6곳 방문조사, 최저임금 고시방법과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저하 대책, 노사단체가 각각 제출한 최저임금 요구안에 대해 토론했다. 결국 핵심은 주40시간제에 대한 대책이다.

노동계가 전년도처럼 5인 이상 사업체 상시고용노동자 월통상임금(정액급여)의 50%인 87만7,800원을 요구하며 시간급 최저임금을 주40시간제 사업장 기준(한달 209시간)으로 4,200원을 요구했는데 주40시간제 대책이 진전되면 이 요구는 주44시간 기준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40시간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저하 대책이 시급하지만 재계는 항상 주44시간을 염두에 두고 요구안을 제출한다.

재계는 섬유-고무 등 저임-한계업종 노동생산성증가율 4년 평균치인 2.4%를 근거로 주44시간 사업장의 경우 71만7,550원(시급 3,175원)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격차를 좁히는 게 목적이고 재계는 저임금업종 지불능력만큼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것으로 ‘화해할 수 없는’ 차이다.

최저임금 교섭석상에서 가장 전투적인 이들은 수치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근거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다. 노동계의 경우 실제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업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자가 있고 재계쪽도 최저임금만 주는 중소기업 사업장 사장들이 있다.

노동계의 경우 "주40시간제가 사업장 규모별로 확대되는데 연월차수당, 생리수당이 사라지면 최저임금이 웬만큼 올라서는 아무런 인상효과를 볼 수 없다. 현장에서는 2년간 임금동결이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중소기업더러 모두 중국으로 가라는 건가. 도대체 임금이 얼마나 올라야 하는가. 유가와 환율압박으로 중소기업은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3차례나 열린 임금수준전문위원회에서 주40시간제 대책이 진전을 보지 못하며 최저임금을 시간급으로 정할지 월급으로 정할지, 업종별 구분 여부를 줄 것인지도 정하지 못했다. 공방은 6월 16일 2차 전원회의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오랜 논의 끝에 ‘시간급’ 결정으로 모아졌으나 주40시간제 대책이 결정되지 않으며 ‘단일’시간급이 될지 ‘복수’시간급이 될지는 차기회의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제 최저임금 교섭은 6월 23일, 26일, 28일 세 차례를 남겨두고 있다. 주40시간제 시급과 주44시간제 시급을 별도로 정할 수 있을지, 혹은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저하 사례가 나타나는 업종에 대해 별도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라도 채택할 수 있을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최저임금 수준 또한 소득분배 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는 노동계와 기업의 지불능력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재계의 극명한 입장차로 결국 공익위원들의 조정안이 불가피할 텐데 이 또한 노동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지 지켜볼 일이다. (△글=정경은 민주노총 정책부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