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노조 전환과 자본언론의 뒤틀기

허 영 구(민주노총 부위원장, 언론대책위원장)

현대, 기아, 대우자동차를 비롯하여 금속연맹 소속 기업노조들이 대거 산업노조로 전환하였다. 그간의 경험이나 우려를 딛고 조합원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 지난 20여 년간의 민주노조운동을 결산하고 새롭게 계급적 산업노조운동의 출발에 서게 되었다. 이는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다. 기업노조운동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와 정치적 통일성을 강화하게 됐다. 그러나 자본은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자본언론을 동원하여 온갖 거짓과 사실왜곡, 음해와 방해를 시도하고 있다. 다음과 같이 비비꼬아 뒤틀기를 시도하고 있다.

첫째, 유럽은 기업노조로 가는데 한국은 거꾸로 산업노조로 간다?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유럽 어느 나라가 산업노조에서 기업노조로 전환하는지 근거를 대라! 혹시 기업단위 교섭을 두고 기업노조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산업노조가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형태라는 왜곡은 자본자신의 불안감의 표현이다.

둘째, 유럽은 기업단위 교섭으로 가는데 한국은 산업단위교섭으로 역행한다? 산업단위 교섭이라도 지역이나 기업단위 교섭이 병행된다. 이를 중층적 교섭이라 한다. 국세와 지방세를 동시에 내는 것과 같다. 교섭의 내용이 공통적인 것과 특수한 것이 다르다.

셋째, 산업단위 교섭으로 교섭비용이 높아진다? 아니다. 만약 300개 노조가 임금교섭에서 실무와 본 교섭을 합쳐 30회를 한다고 가정하면 9,000회의 교섭이 열린다. 이 교섭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시간의 비용은 엄청나다. 산업단위 교섭으로 비용은 축소된다. 자본은 교섭비용 증가가 아니라 산업노조의 교섭과 투쟁력 강화에 따른 이윤의 감소를 두려워한다.

넷째, 산업노조 전환으로 파업이 빈발한다? 오히려 기업단위의 분산된 파업은 줄어든다. 산업노조는 기업노조에 비해 교섭력이 높기 때문에 파업 없이도 성과 있게 타결될 수 있다. 산업노조 중앙은 파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전체 파업, 지역 또는 사업장 단위 파업지침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는가?

다섯째, 산업노조는 정치투쟁을 할 것이다? 기업, 산업노조 할 것 없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자체가 정치투쟁이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이 불순한 의도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경제문제는 항상 정치적으로 해결된다.

* ‘산별노조’는 자본주의 초기 산업자본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체로서 ‘산업노조(industrial union)’다. ‘따로따로(別)’개념인 대, 중, 소산별 또는 업종별 노조는 산업노조로 고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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