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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포항건설노조 상경투쟁단 김진배 단장
마흔을 갓 넘긴 김진배씨,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95년부터 포스코 건설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했으니 횟수로는 10년이 넘었다. 다니던 공장에서 쫒기듯 나오면서도 자신의 기술로 회사 눈치 안보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노가다’로 불리는 사회의 시선과 노후대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설일용노동자의 삶은 고달팠다.

<b>“우리를 노가다라고 부르면서 천시하는데 그러면 그 현실을 인정해줬으면 합니다.”</b>

동지들끼리 농담삼아 부를 때는 서로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나는 단어이지만 다른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직업에 대한 천시가 묻어나는 단어인 ‘노가다’.

그는 노가다라고 부를 만큼 건설노동자의 삶이 척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달라는 말을 했다. 어느 언론에 월 수입 700만원이라는 보도가 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받으면서 무슨 파업이냐는 의미다. ‘노가다’라는 말과 월 700만원이라는 말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진1]언론에서 700만원이나 받는다며 소란을 피웠던 SHUT DOWN공사도 몇 번이나 해봤다는 김진배씨. 정해진 기간동안 적은 수의 인원으로 공사를 마쳐야하기 때문에 공장안에서 먹고 자면서 강제된 중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SHUT DOWN 공사다. 걸어가면서도 잘만큼 몽롱한 상태에서 일해야 하는 이 중노동은 가끔 가다 있는, 그것도 소수의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고액의 일이다. 그가 겪은 SHUT DOWN 공사는 말 그대로 ‘강요된 죽음의 노동’이었다.

“사람이 기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인간적으로 이렇게 살아야 되나, 이런 식으로까지 돈을 벌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량하죠. ”

평생 만져볼까 말까한 돈을 받고 일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일을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조합원들도 한 번씩 SHUT DOWN 공사를 끝내고 돌아오면 노조에 찾아와서 ‘이런 일을 더 많이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노조에서 제발 이런 일은 좀 막아달라’고 청할 정도라고 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까 싶다.

<b>"3천명이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밀려 들어간 게 점거라니요"</b>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7월 1일 파업 이전부터 35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포항 시내에서 몇 차례에 걸친 거리 행진을 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도자료를 보내고 취재 요청을 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포스코 건물을 점거하자마자 마치 간본에 쓰여진 듯 불법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서 똑같은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포스코 건물 진입 당시 구체적 상황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계속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을 할 정도였다. 그들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할 생각이 없었다. 13일과 14일, 이틀 동안을 포스코 본사 마당에서 노숙 농성을 하며 대화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외곽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경찰 병력이 포스코 본사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했지만 점점 늘어난 경찰 병력은 포스코 본사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8시쯤 되었을 겁니다. 저녁 식사를 마칠 때 쯤이었으니까. 경찰 병력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급하게 건물안으로 피신하게 되었습니다. 건물 외곽을 경찰이 철통처럼 막고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있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건물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거죠.”

당시 상황은 '점거한다'라기 보다 '피신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그는 전했다.

“저는 점거농성이라는 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점거는 조직적 결의가 된 소수의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인데 3천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밀려 들어간 것인데 점거라니요.”

그렇게 본사 건물을 점거아닌 점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다음 날 단수와 단전 조치가 취해졌다.

단전으로 칠흙같은 어둠이 계속되자 두려움이 커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기술자들이 나섰다. 비상구에 있는 전선을 따서 전등을 만든 것이다. 계단만이 어둠에서 벗어났을 뿐 실내는 온통 어둠뿐이었다. 그래도 바깥 소식을 듣기 위해 TV를 볼 수 있는 선을 연결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온통 자신들에 대한 비난만이 쏟아지고 있었다.

“너무도 똑같이, 모든 언론이 각본에 짜진 것처럼 보도를 했습니다. 조합원들의 분노는 점차 커졌고 싸우자는 논조로 변해갔습니다. 우리 이야기는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던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정당한 파업에 대해 불법 운운하자 분노의 마음이 커진거죠.”

포스코 사측과 경찰은 단전, 단수에 그치지 않고 어둠속에 놓여진 조합원들이 긴장과 불안에 빠지도록 충동질했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5층에서 경찰이 친다는 말이 들리면 5층부터 12층까지 전부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죠. 일순간에 혼돈이 일어납니다. 지도부가 와서 안정시키고, 잠시 후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그런 식으로 경찰들은 계속해서 조합원들을 충동질했습니다.”

마음놓고 잠들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조합원들은 극심한 혼란에 시달렸다. 조합원들 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려고 노력했다.

“분회장이나 대의원들중에 준비되거나 각성된 사람이 많지 않은 노조 현실에서 간부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조합원들이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죠. 다만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서로가 강제하고 위로해주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포스코 사측과 언론, 포항시청과 경찰의 강력한 압박속에서 노조는 자진해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심정을 어떻게 말로 하겠습니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예전에 현대중공업에서 골리앗 내려올 때 그 사람들 심정이 그러지 않았을 까 싶은데요, 내려오면서 이를 악물었습니다. 여기서 절대 질 수 없다. 우리 자존심을 찾고 돌아가야겠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울분을 표시하던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과 희망으로 변해 있었다.

“노조가 있고 뭐가 달라졌냐고요? 엄청나죠. 어떻게 일일이 다 이야기를 합니까. 대우부터 다른데요. 포스코 농성이 성공적으로 되지 못했어도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것은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업주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구조에서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게 노조 아닙니까.”

그는 지난 주말 상경투쟁단 단장 역할을 맡고 서울로 상경해서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을 만났다. 불법하도급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환노위와 건교위 의원들을 만났는데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이 직접 포항을 방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몇몇 한나라당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경청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정책 입안이 될 때까지 계속적으로 만나야죠. 귀찮게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b>“노동자 파업에서 지는 싸움이 어딨습니까. 패배는 없어요" </b>

내려오는 길에 서울역에서 급하게 선전전을 진행한 상경단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으며 언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1일 또 다시 상경을 한다. 이번에는 가족대책위를 포함한 천 여명의 상경단을 인솔해 경찰청장 면담을 요청할 요량이다.

떠밀리듯 농성장을 나오고, 교섭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하중근 조합원의 상태마저 어둡다. 조합원들이 패배감에 젖어있을까 염려하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1700명이 모였을 때는 아쉬운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다음 날 2천명으로 늘고 이제 2700명 정도가 모이니까 포항에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 모였다고 봐도 될 겁니다. 다들 싸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까,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다시 모이는 거죠.”

농성을 해산한 그 날 오후 다시 모인 조합원은 천700여명. 하지만 동국대병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동안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수가 늘어만 갔다.

그의 말처럼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고 앉아있거나 돌아설 수 없는 게 건설노동자의 현실인것을. 싸우지 않으면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건설노조 15년의 역사속에서 그들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노동운동에서 지는 싸움은 없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노동자 파업에서 지는 싸움이 어딨습니까. 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패배는 없어요. 협상에서 밀리더라도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노조가 얻는 것이 있습니다. 노조운동에 결코 패배란 없습니다.”

지금 비록 시련이 있지만 반드시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그는 승리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건설노동자이다. (글=공동취재단 이정미기자/민중의소리)

민주노총  kctu@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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