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분노하고 더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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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열사의 영정은 오늘도 동지들의 손에 들린 채 뜨거운 거리에서 핍박받고 있다.
9일 포항은 또 다시 공권력의 폭력이 난무하는 참혹한 도시가 되었다.
몽둥이로 칼 같은 방패로 소화기로 중년의 노동자를 쳐 죽인 것도 모자라 아직 생명이 여물지도 못한 뱃속의 태아를 살해하는 ‘괴물’이 이 땅의 경찰이고 권력이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동지 분신사망
2003년 4월 화물연대 포항지부 박상준 동지 자살
2003년 12월 한진중공업 비정규노동자 김춘봉 동지 자살
2005년 6월 충주지역 레미콘 노조 김태환 동지 사망
2005년 9월 화물연대 김동윤 동지 분신사망
2005년 11월 전용철 농민 사망
2005년 12월 홍덕표 농민 사망
그리고 2006년 8월 하중근...

그 날들 이후 양심 있는 자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았건만, 바늘이 심장을 찌르지 못해 얼마나 아파하고 통곡했는지 되묻게 되는 오늘이다. 약한 영혼을 죽음으로 내몰고 저항하는 자라면 쳐 죽이기도 하는 권력을 너무나 쉽게 용서한 건 아닌지, 영정 속 하중근 열사의 순박한 눈을 부끄럼 없이 응시할 수 없는 오늘이다.

“박창수 열사의 아들 용찬이가 박 열사가 죽던 나이가 되고, 김주익 열사의 아들 준엽이가 김 열사가 죽던 그 나이가 되어도... 우리는 말로만 '연대'를 외치지는 않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내게 남은 시간들을 다 내주고 그들이 단 하루를 더 살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하루동안 아이들만이라도 볼 수 있게 했어야 했습니다. 그 따뜻하고 보드라운 것들을 비벼보고 만져보고 빨아도 보고 부서지도록 안아도 보고 그랬어야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그 말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
누구나 복수를 다짐했었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맹세도 했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새끼들 또래의 아이들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살가죽이 불에 닿는 느낌이었고 키가 큰 사람을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했었습니다.
연대해야 더 이상 죽지 않는다고 수 천번도 더 외쳤고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깨달은 노동자는 하나란 사실을 다시는 잊지 말자 했습니다. 우리 그 때 그러지 않았습니까? 우리 그 때 다들 그러지 않았습니까? 부산 노동자도 그랬고 울산 노동자도 그랬고 여성노동자도 그랬고 남성 노동자도 그랬고 늙은 노동자도 그랬고 젊은 노동자도 그랬습니다. 정규직도 그랬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그랬고 금속노동자도 그랬고 병원노동자도 그랬고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그랬고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그랬습니까
...
1300만 중에 840만이 비정규직이 되는데 10년이 채 안 걸렸습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무궁화와 고속철이 아니라 같은 열차의 앞칸과 뒷칸일 뿐입니다. 1호차부터 10호차까지 비정규직을 인질로 태우고 지옥으로 돌진하는 이 죽음의 고속철을 11호차부터는 정규직이 실려있고 자유석엔 우리 아이들이 실려 달려가고 있는 겁니다. 300KM로 달리는 고속철에서 혼자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다 죽지 않으려면 멈춰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게 콩 한쪽뿐이라 하더라도 그걸 나눌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진정한 연대입니다. 대우자동차 창원 공장처럼 부산은행처럼 정규직이 나서서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일부터 합시다. 비정규직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다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만 합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포항은 뜨겁다. 포항에선 타 지역과 기온차가 5도 이상난다고 얘기한다. 실은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대하는, 전국의 반응을 두고 하는 열사대책위 간부의 푸념이다. 폭염과 혹한 속에서도 5조 9천 억 원이라는 이윤을 위해 지친 몸을 끌고 포스코 공장으로 출근했지만, 뼈가 휘도록 일했지만 열사의 마지막 거처는 허름한 달셋방이 전부였다. 포스코에 뿌려진 열사의 땀과 눈물이 바람에 날려가고 있다. 단지 민중의례로 떠올려지고 마는 과거사로 잊혀질까 두렵다. 이번만은 결코 잊지 말자!! 다 내어놓고 싸워도 모자람을... 가슴깊이 세상을 바꾸자는 분노를 나 홀로 품지 말고 다함께, 전 계급이 이어가자!”
(최은민 열사대책위 집행위원장/민주노총 부위원장)

"굶주린 동지에게 밥을 주고파 손에 도시락을 든 노동자가 맞아 죽었다. 두 분 농민이 죽임을 당했을 때, 농민들은 혹한 속에서 모든 걸 걸고 투쟁해서 승리했다. 하중근 열사투쟁에선 긴박성과 집중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노동계는 많은 죽음을 겪어야 했다. 무감각해지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한 많은 자결도 아니고 맞아 죽었다. 너무 심각한 상황임에도 제대로 된 보도는 없고 경찰은 뭉개고 있다. 노동계는 물론이고 지금은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보다 집중적이고 공격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19일 노동자대회를 정점으로 열사투쟁이 갈림길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분노와 연대의 정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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