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각오는 됐다. 이번에 끝장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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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에 앞서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는 건설운송노동조합의 박대규 위원장은 "가만히 있어도 죽는데, 이번에 싸워서 이기면 살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아니냐"며 덤프·레미콘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레미콘 분과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 위원장은 "레미콘 조합원은 1천명에 불과하지만, 덤프와 화물 노동자들과 같이 하는 파업에는 많은 비조합원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대로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에 모든 운송노동자들이 억울해 하고 있다"고 현장 민심을 전했다.

덤프 노동자·레미콘 노동자로 이어지는 건설현장의 부분별 공기를 살펴봤을 때, 조직력이 강한 덤프 노동자들이 파업에 앞장서면 레미콘 노동자들도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세상에 살면서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이런 법칙은 노사관계에 더욱 유별나다"며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쟁취하고 못하고가 갈릴 것"이라 말했다.

학습지 노동자, 화물운송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공동선전을 벌이고 나섰던 것과 관련해서도 박 위원장은 "각 단위별로 자기의 자그마한 성과를 내걸다보면 자기들 이익에 몰입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싸움은 무조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만 쟁취한다면 각자 단위에서의 현장 조건은 즉각 개선될 수 있다는 것도 박 위원장의 생각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교섭을 해도 현장에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심지어는 협상결과를 사측이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레도 빈번한 것을 지적한 것.

지난 2000년 9월 레미콘 노조를 만들었다가 이듬해 7개월간의 장기투쟁 뒤 힘든 길을 걷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의 말은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우리 요구하는 만큼 오는 것"이라며 "파업에 대한 투쟁전술은 노조집행부가 최대한 고민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도 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동참만 해주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이대로 앉아서 죽기는 너무 억울하지 않나"고 재차 덤프·레미콘 노동자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다음은 파업을 앞두고 가진 박대규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민주노총 총파업에 앞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덤프와 레미콘의 경우 현장분위기가 어떤가.

덤프는 지난해에 3번 파업을 했고 할 때마다 비조합원들이 상당히 참여를 해줬었다. 파업을 하는 요구안이 덤프기사들의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과적법 현실화·유가보조비 지급·다단계 폐지 등이니깐 비조합원들도 동의하고 동참했었던 것이다.

레미콘은 노동조합이 생긴지 6년째이고, 현장 레미콘 노동자들도 노조 필요성을 다들 인정하고 있다. 현제 전체 레미콘 노동자를 약 2만3천명 수준으로 보는데, 이 중 조합원이 1천 명가량이다. 이게 노조활동을 하면 회사 탄압이 워낙 심해서 그런 것인데, 요즘 현장에서 레미콘 노동자를 만나보면 다들 똑같이 '레미콘 혼자서는 힘들지만 덤프와 화물이 같이하면 우리도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우리 1천명으로는 쉽지 않지만 다 같이 하면 비조합원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레미콘은 1천 파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엄청 많은 차량들이 정지되고 말 것이다. 집회대오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차량을 세우는 것은 덤프와 레미콘에서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

솔직히 레미콘은 자체 동력을 많이 상실한 편이지만, 우리 조합원들이 덤프와 화물에 거는 기대 심리가 많다. 이번에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1주일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공동선전전을 벌일 때, '이들과 같이 하면 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말들도 서슴없이 하곤 하더라.

- 위원장님의 말대로라면 파업의 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건설운송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지 않나.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 우리들은 각자 자기 업종의 문제를 걸기보다는 무조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투쟁의 핵심으로 삼고자 한다. 파업의 내용을 이것저것 걸다보면 자기의 자그마한 성과에 몰입될 우려가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만 획득하면 나머지 현장 조건은 즉각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이번에 끝장내자'가 파업의 기조다.

덤프나 레미콘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건설경기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지 않겠나. 싸움의 여파로 보자면 민주노총 각 단위들 중에도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차량을 세워줄 것이냐가 큰 관점이지만, 레미콘이나 덤프나 건설현장에서 부분별 공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동시다발 적인 파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덤프·레미콘 노동자들의 파업이 민주노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실제 우리의 파업은 정부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정부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지난 시기 강행해 왔고, 이제 견디다 못한 우리들이 소리 지르러 거리에 나서겠다는 거다. 덤프와 레미콘 노동자가 파업한다는 것은 곧 차량이 시위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 노동자들이 죽기 살기로 이번 파업에 임할 것을 각오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차량을 동원한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 중이다. 물론 우리가 섣불리 차량을 움직이면 언론 등에서는 폭력집단으로 우릴 매도할 것이기는 하다.(웃음)

- 말씀이 나와서 미리 준비했던 질문을 드리겠다. 덤프나 레미콘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을 경우 건설현장이 멈춰서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기존 언론들은 이를 문제시 삼아 공격을 하지 않겠나.

지금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이다. 덤프 노동자 두 분이 올해 분신을 하셨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는 처지다. 앉아 있으면 빚 때문에 죽고 그냥 조용조용 지내면 굶어 죽을 것이 뻔하다. 이왕 죽을 판이어서 언론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언론들이야 재벌들 잘되기 바라는 것들이고, 우리는 우리 목숨을 지키려고 나서는 것이다.

- 물론 언론이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부 결속이라든지 대외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덤프·레미콘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언론 플레이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다. 레미콘의 경우 이미 지난 2001년 7개월 정도 파업을 한 경험이 있다. 그 때 보수언론이나 건설업자가 하는 얘기가 "레미콘 기사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해마다 운반단가 올려달라고 교섭한다. 그러면 레미콘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어 아파트 건설단가가 올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당시 투쟁에서 우리는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었고 이제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되짚어보자. 그때나 지금이나 레미콘 단가는 별반 차이가 없는 데 아파트 가격 오른 거 한번 봐라. 이런 상황을 보고 레미콘 가격이 집값상승의 원인으로 두는 것은 심한 비약이었지 않은가. 집값은 레미콘 가격과 관계없이 건설업자가 자기들 마음대로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

덤프나 레미콘이나 내걸고 있는 세부적인 파업 요구안은 거의 비슷하다. 노동자성을 인정해 달라, 운반단가를 좀 올려 달라, 유가보조금을 지급해 달라, 현장 산재보험을 적용시켜 달라 등이다.

결국 우리의 이런 요구안은 인간답게 살아보기 위해 외치는 곡성으로 볼 수 있다. 언론들이 어떻게 우리를 매도하는 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 인터뷰 내내 비장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 분위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도 죽는 사항이 오는 것이고 이번에 싸워서 져도 죽어야 하는 것이 우리 덤프·레미콘 노동자다. 그런데 만약 싸워서 이기면 살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아닌가. 결국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 투쟁에 나서는 순간 '이기냐 혹은 지냐'의 승률 50%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 인터뷰의 끝으로, 건설운송노조위원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평소 '세상 살면서 공짜는 없다'는 말을 자주하는 편이다. 특히 노사관계에서는 이 말이 더욱 맞아 떨어진다. 노사에 공짜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싸우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우리 요구하는 만큼 오는 것이다.

아예 움직이지 않으려면 요구안을 내지도 말아야 하고 불만을 토로하지도 말아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쟁취하려면 함께 움직이는 것 외에는 없다. 파업을 준비하면서 노동조합에서는 투쟁방법이나 전술 등을 최대한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전술에 대한 책임도 집행부가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다.

대신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동참만 해 달라. 동참만 해주면 반드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번에 완전히 끝장을 내려고 하는 거다. 이번에 지면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을 별 볼일 없는 노동자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구호로만 끝장내자가 아니라 진짜 이기기 위해 후회 없이 제대로 싸워보려고 한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이대로 앉아서 죽기는 너무 억울하지 않나.

공동취재단=제정남 기자/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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