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은 "하중근 열사의 바람"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입구 정면에는 하중근 열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장이 있다. 바로 옆에는 대북제재 반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비상시국농성단의 천막농성장도 마주하고 있다.

머리를 삭발한 남궁현 위원장은 계속되는 농성투쟁과 열사투쟁의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유난히도 마른 듯한 인상이다.

"살이 빠지긴요, 뭘"

남궁현 위원장의 기자를 반기는 피곤한 육체보다도 살짜기 머금은 웃음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b>하중근 열사 문제 해결안하면 "노무현 정부는 자기 무덤파는 것"</b>

[사진1]"저는 이렇게 여태까지도 하중근 열사 문제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책임자 처벌은 커녕 살인행위에 대한 단 한번의 사과조차 없는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포스코라는 특정 자본과 열린우리당, 포항시장 등 온갖 정치세력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진실은 묻히고, 인권위조차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자꾸 지연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권위는 일단 11월 6일쯤에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를 현정부가 해결노력 없이 버티기만 한다면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대구에서 30여명의 간부들이 구속되고, 포항에서는 70여명의 간부들이 구속됐습니다. 중진 간부들이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생계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으로 고생도 고생이지만, '이놈의 세상은 싸우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다'는 생각들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하중근 열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한미FTA, 노사관계 로드맵 등 이 모든 악행들이 결국 일부 힘있는 자들에 의해 주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정말 민중의 철퇴를 가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반기 투쟁을 추동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힘 닿는 한 노동자를 조직화하고 싸워야 합니다. 결국 악인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다라는 정의의 심판을, 역사의 심판은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b>"왜 싸워야 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b>

남 위원장은 "부당해고를 저지른 사용자에 대한 벌금조항 삭제를 어떤 노동자가 잘했다고 박수 치겠냐"며 혀를 찬다.

"노무현 정부는 몰라도 한참을 모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저들의 속셈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필수공익사업장 확대를 통해 파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정부 의도를 누가 모르겠습니까?"

"한국노총 위원장이 911야합을 저지르고 기만한 것은 스스로 노동자의 대표이기를 거부한 행동입니다. 전체 민중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는 분명합니다. 한미FTA가 미국의 초국적 자본의 의도와 부합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

남 위원장은 "건설운송노조가 12일부터 파업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힌 뒤 "토목건축 등 다른 대오도 투쟁에 동참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건설사무노조의 경우, "97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과 같이 행동하자는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투쟁은 머릿 속 생각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체 노동자가 단결된 투쟁을 하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의 일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느 연맹이나 이 같은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건설사무노조의 경우, 이같은 관성화를 지적하며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b> "타성과 안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마라"</b>

남 위원장은 불법다단계의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속한 비정규직건설노동자의 고용불안이 "지역전문건설업체의 직접고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구에서 건설노동자들이 보여준 투쟁은 지역전문건설업체와 직접 교섭의 창구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그런 점에서 진일보한 투쟁이었습니다"

"사실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은 과거 청계피복 여공들이나 을지로 인쇄공, 서울역 제화공의 현실과 유사합니다. 당시에도 이들은 적은 수의 노동자들을 모아 노조를 만들고 사장들에게 전임비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검경은 공갈과 갈취라며 마구자비로 탄압했습니다"

남 위원장은 올 한해 건설연맹에 대한 탄압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경상지역에서 쟁의가 발생하면 전라, 충청지역의 간부들을 구속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경상지역의 간부들을 대거 구속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연맹을 와해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조직화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현재 200만명의 건설노동자가 있다고 추산되어지는데, 이중 노조 조직화율은 1%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남 위원장은 건설연맹의 힘은 "무궁무진" 그 자체라면서 현장 간부들과 노동자들이 "계속 조직화하고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b> "막장인생의 핍박과 설움, 본때를 보여줍시다" </b>

남궁현 위원장은 최근 보여지는 무자비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무식한 공권력은 그저 교화의 대상일 뿐"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검찰이 민주노총 이태영 부위원장을 구속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정당한 노동운동의 길을 걸었고 개인적인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는 떳떳한 우리의 동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조합원들에게 짧은 인사를 전했다.

"건설현장 노동자 여러분. 우리는 살아온 인생이 핍박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의 한맺힌 노동은 무수한 철근을 들어올리고 무수한 콘크리트를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맨손으로 만들어 왔듯이 우리가 가진 무기는 맨 손 뿐입니다. 백주 대낮에 노동자가 맞아 죽었는데 분노하지 않을 조합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함께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도덕불감증에 걸린 저들에게 정말 야무지게 우리의 의지를 보여줍시다"

공동취재단 윤보중 기자/민중의소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