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 총괄기획

"단결하는 노동자에게 역사는 반드시 승리로 답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국노동자대회는=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최초로 전태일열사 기일에 맞춰 진행한 1988년<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및 노동악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이다. 당시 연세대학교 노촌극장에서 전야제와 본대회를 진행하였는데,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본대회 입장식만 한시간 이상 걸렸다. 끝도 없이 들어오는 노동자 행렬을 바라보면서 ‘세상 최고의 아름다움은 군중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이다’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떨리는 심장 박동소리를 느끼며 역사의 한복판에 서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건이었다.

▲88년 최초의 노동자대회는 어떤 감동이었나=“나 같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동지들이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짜릿한 감동이었다. 그 당시 누군가가 “단결하는 노동자에게 역사는 반드시 승리로 답할 것이다.” 라고 연설하였는데 참가대중들의 뼈속 깊숙이 각인되는 말이 되었다. 대회를 끝내고 10여명의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노동해방>이라는 혈서를 쓰는데 너무나 두꺼운 천에 써서 피가 모자라자 수백명이 달려들어 혈서를 써나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아마 노동자들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집단적 역동성의 단면이다. 그리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5만여명의 웅장한 행진대오는 해방구 그 자체였다.

▲88년 노동자대회의 성과는=88년 전국노동자대회는 '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어용노조와 정권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전노협, 업종회의 등 전국조직의 건설로 나아가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노동운동에서 전국노동자대회은 어떤 역활을 해왔나=88년부터 시작된 전국노동자대회의 역사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온몸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운동의 역사였다. 그리고 한 해의 사업을 평가하고, 하반기 투쟁을 위한 새로운 투쟁의지를 다지는 자리이자, 다양한 대중선전선동의 장이었다.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 전국노동자대회를 거듭하면서 ‘노동운동 탄압저지 투쟁’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으로 더 나아가 ‘사회개혁투쟁’으로 투쟁의제를 꾸준히 확대해 왔고,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높여내 제1노총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의 목표와 행사기획에 대해서=이번 노동자대회는 민주노총 4대투쟁 과제에서 보듯이 전체 민중의 이해와 요구가 걸려 있는 사안들이다. 결코 노동-자본, 노동-권력, 노동-미국의 피할 수 없는 한판의 싸움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는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전 사회적인 요구로 쟁점화할 때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이번 대회의 행사기획은 민주노총이 왜? 어떻게? 투쟁해 나갈지를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밝히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민중과 함께하는 투쟁을 위해 노-농-빈-학-당 등 단일한 이미지와 투쟁의 색깔을 통일하여 민중총궐기투쟁의 결의를 일치시키고자 하였다.

▲통일된 이미지와 투쟁의 통일에 대하여=간단히 말해 월드컵하면 ‘붉은악마’가 연상되듯이, 이번 민중총궐기 투쟁을 상징할 수 있는 단일한 이미지와 색깔 톤을 통일시키는데 있다. 이는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걸려있는 각계각층을 단일대오로 묶어세우고 공동운명체로서의 의미를 모두가 확인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미지로 ‘주작’을 선정하였는데, ‘주작’은 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라는 4대 민족 수호신 중에서 남쪽의 방위를 수호하는 영물로서, 붉은봉황 이라고도 한다. 주작은 삶과 생존을 상징하는데, 민중의 삶과 생존이 도탄에 빠진 지금, 투쟁대오를 이미지화하는데 좋은 기재라 생각하였다. 이번 대회에서 첫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요즘 TV에서 고구려의 ‘삼족오’가 뜨고 있는 모양인데, 발이 세개가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와는 전혀 다르며, 수구적 민족사관을 추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혀 둔다. 다만 민중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에 담고자 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행사기획자로서 참가 동지들에게=참으로 조심스런 말이다. “스스로 주체가 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라는 말씀을 감히 드린다. “휴일날 새벽같이 일어나 대여섯시간 차타고 와서 행사장에 도착하면, 민중의례 두어번하고 열 번 이상의 연설듣고, 걷기대회 좀 하다가 대여섯시간 차타고 내려간다.”라는 자조적인 말씀을 하는 동지들을 자주 보게 된다. 행사 기획자로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는 투쟁이 승리를 담보할 수 없듯이,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결의와 준비없이 성과있는 행사를 기대할 순 없다. 지난 89, 90년 등 경찰의 원천봉쇄에 맞서 관악산을 넘고 고려대 담장을 넘어 본대회를 사수하고자 했던 노동자의 투쟁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올해 전국노동자대회는, 한층 강화된 외세와 정권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통한 노동자 민중 죽이기와 칠팔십년 되돌아간 듯한 공안탄압을 딛고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힘을 북돋우는 힘찬 노동자대회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을 위해 자신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숭고한 사람사랑을 되새기며, 처음 민주노조운동을 시작했던 그 초심에서 총파업을 준비하자.

“민중과 함께 노동의 미래를 열자!”

<민주노총 편집국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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