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촛불을 두려워하고 있다"

22일 투쟁이후 언론의 반응은 이랬다.

<font color=darkblue>“거리로... 도청으로...(한겨레신문)”
“22일은 동학농민군이 다시 일어나는 날(민중의 소리)”
“반FTA시위, 시가전 방불(국민일보)”
“전교조 연가투쟁...대규모 징계사태 가능성(서울경제)”
“한미FTA협상 중단하라, 드높은 함성(전북일보)”
“전문가들 폭력시위 대응책 엇갈려(한국일보)”
“정의 없인 평화도 없다 - 반전엄마 신지시앤(경향신문)”
“7개 시&#983791;도청 습격...현정부 최악시위(조선일보)”
“방화...폭력...전국 불법시위 얼룩(동아일보)”
“대전(大田)서 최악 대전(大戰)(문화일보)”
“성난민심을 왜곡하지 마라(시민의 신문)”
“민중분노 전국을 삼키다(노동과 세계)”</font>

22일 벌어졌던 민중충궐기의 거리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희망과 절망, 환호와 모욕, 진리와 거짓’이 뒤섞여 있었다. 29일 민중들은 다시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물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자! 민중 총궐기다!” 또 하나의 당신들이 대답을 준비할 차례다.

[사진2]
스산한 겨울비가 퇴근거리를 적시던 27일 저녁, 22일 1차 민중총궐기의 봉화를 지키려는 이들이 엿새 째 종로에서 촛불집회를 열고있다.

바람 속에서, 내리는 빗 속에서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환하게 붉밝힌 촛불을 지키려는 이들이 종로의 밤을 지키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눈에 띈다. 심 의원은 27일 촛불집회에 참가해 “단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고 천문학적인 이득을 챙겨가는 불한당들”이라며 정치자본을 맹공했다. 그는 “땅 위에서 땅 아래 지하셋방에서 가진자들에 의해 밟히며 사는 민중들의 피땀을 앗아 온 가장 잘나가는 당, 불한당(건설업자, 투기꾼, 어용학자, 수구언론, 그리고 이들과 협잡해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인)이 판치는 세상”을 규탄했다. 심 의원은 “부동산투기만은 잡겠다던 노무현정권은 부동산 정책으로 망했다”며 미련없이 총궐기로 나설 것을 호소했다.

진경호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뒤를 이었다. 진 위원장은 “민주노총 총파업에 많은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입을 떼고 '거꾸로 가는 세상'을 향해 반문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은 결코 쉽지 않다. 주차, 월차, 연차 등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30여 만원 상당의 임금을 포기하면서, 나아가 해고와 징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처절하게 총파업에 나선다. 기계를 멈추는 것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공장에서 왼쪽 바퀴 조립하는 자와 오른쪽 바퀴 조립하는 자가 단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받고도 절반밖에 안되는 임금을 받아야 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대변할 어떠한 공간도 없다. 이 양극화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 아니냐"라며 총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설명했다.

홍수처럼 말을 쏟아내지 않아도 자신의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정신을 새긴 이들에겐 더 이상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날 참가자들 중 "오는 29일,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가 모를 것인가"라며 반문하는 전교조 노래패 선생님들, 그 노래에 환호하는 대학생들, 노동자들, 가던 발길을 멈춘 채 흘깃거리는 잘 다려진 양복을 차려입은 멋쟁이 시민들, 이들 모두 가슴 하나에 촛불을 박은 것철럼 보인다.

집회가 그 끝을 향해 다다를 무렵, 촛불을 치켜들고 차도를 향해 길게 늘어선 참가자들이 자동차의 조급한 소음을 가르며 외친다. “한미FTA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가자! 민중총궐기로”

세상은 폭풍전야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는 고단한 민중의 저항과 반인간적인 세상을 향한 반격을 말한다. 여전히 이기적인 세상의 일상을 이겨보려는 민중의 한이 촛불에 맺혀있다. 작지만 하나로 모여 타오르는 민중촛불에는 실낱같은 희망이 모이고 엉켜 오른다. 수구보수 기득권집단에게 그 촛불은 두려움이다. 저들의 등골에 흐르는 두려움의 식은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들은 수없이 억눌려 다져진 분노한 민심의 화약고에 촛불이 번질까봐 전전긍긍한다. 지금 그들은 민중과 그 지도자들을 잡아가두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은 말한다“정치총파업이다. 불법이다, 집회불허한다. 교통흐름 방해한다. 엄단한다”라고. 끊이지 않는 민중에 대한 공갈과 협박의 이면에는 그들이 그동안 착취로 쌓아올린 부가 허물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27일 국가인권위는 하중근 열사의 죽음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넌지시 처벌수위를 한껏 낮춘 채 포항남부서장과 서울기동대장의 징계를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차라리 경찰청 소속으로 바꾸라는 항의가 터져나온다.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원인이 경찰의 폭력진압 때문이라는 원인이 드러났다. 마침내 진실을 향한 완강한 투쟁은 이런 식으로 승리의 주춧돌을 쌓는 법이다.

2차 총궐기총파업날인 29일이 목전에 와있다. 지난 22일 첫 총궐기투쟁의 봉화를 목격한 민중들은 공권력의 과도한 탄압에 맞서 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치자본 기득권세력의 모진 탄압을 뚫고 나온 이들은 세상 중심에서 노동해방, 민중해방, 반미해방의 춤을 덩실 거릴 것이다.

오전 2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 촛불을 따라 일렁이던 종로의 새벽도 29일 민주노총 총파업, 범국민총궐기 투쟁의 기대로 설렌다.

<박성식 기자/bullet1917@hanmail.net>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