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각시

우렁이 각시

옛날 어느 잔칫집에서의 일이다.
술이 얼근하게 돌 즈음 집안에서 아이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를 들은 한 의원이 “어린애 울음소리가 나는데, 무슨 병이라도 났습니까?”
주인은 “실은 며칠 전부터 아이의 배가 커지더니 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소. 의원 몇 명이 보고 갔지만, 차도가 없었습니다. 좋은 치료법이 있소이까?” “어디 한번 봅시다.”
환자를 보고 난 의원은 종이에 처방을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내려 갔다. 붓을 놓고 처방을 주인에게 건네며 의원은 “이것을 큰 것으로 3개와 해백(부추의 근경)을 가루를 내어 환자의 배꼽에다 붙여 놓으면 2~3일이면 좋아질 것입니다.”고 말했다.
주인이 처방을 보니 거기에는 시(詩) 한수가 적혀 있었다.

뾰족한 탑이 5, 6층 되는데 (尖頂寶塔五六層),
스님들은 천천히 문을 나가는구나 (和尙出門慢步行)
부채로 얼굴 반쪽을 가리고 (一把圓扇半遮面)
사람 소리를 들으면 문을 닫는다 (聽見人來就關門)

주인은 의원의 풍류를 칭찬하며 그의 처방을 따랐다. 과연 하루가 지나자 아이는 건강을 회복했다. 의원의 처방은 ‘우렁이’였고, 위에 시는 우렁이를 일컫는 것이다. 우렁이는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영양이 풍부하고 소아의 배가 나와 소변을 못 볼 때, 치질 등에 다양하게 쓰였다. 또 칼슘과 철분이 많아 골격형성을 도와주는 식품이다. 우렁이를 먹으면 각기병 예방과 치료에 유효하다. 우렁이 볶음은 황달 등의 간장병에 특효이고 폐렴에는 우렁이를 찧어서 그 즙을 먹으면 2~3일 내에 열이 떨어진다. 장염에는 우렁이 껍데기 6~10개를 1회분으로 볶아서 가루로 내어 하루 2회식 3~4일 복용한다.
예쁜 각시가 좋다하나 어느 여인이 우렁이각시를 따라올 수 있겠는가?
박성식 bullet19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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