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람 전국축협노동조합 김포축협지부장 장성기
"조합원은 자신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사무금융연맹 전국축협노동조합 김포축협지부장 장성기 조합원을 만났다.
1958년도 김포에서 5남1녀중 3남으로 태어난 장성기조합원, 축협에서 일을 시작한 시기는 1983년부터. 처음은 운전기능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88년도 환직시험을 거쳐 일반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축협에서 일을하며서 '조합장의 독선에 맞서 좀더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할수 없을까?' 라며 고민하던 정성기 조합원은 자연스럽게 노조설립을 모색하게 된다. 1997년도부터 노동조합 설립을 궁리하던 장 조합원은 전국축산노동조합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고 동료들을 설득하며 노동조합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총각후배 방을 빌려 비밀회의를 진행하고 전국축산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98년도에 노조를 설립한다. 전체직원 70명 중 60명이 노조에 가입했고, 장 조합원이 지부장으로 선출된다. 노조를 설립한 다음 해에 첫 단체협약을 맺었다. 언제나 사용자 조합장의 독선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인사위원회의 참여 등 조합원들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김포축협지부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합은 결코 포기할수 없는 노동자의 소중한 권리임을 깨달으면서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노동조합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축협중앙회에서 경기지역 노조간부 49명에 대한 전근 인사발령을 냈다. 김포지부 부지부지장과 회계감사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됐다. 김포축협지부는 즉시 비상회의를 열고, 대응투쟁을 시작했다. 단사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을 모아냈다. 노조설립 후 첫 단체협약으로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깨달은 조합원들은 모두 한치의 흔들림없이 단결하고 집회투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사용자인 조합장은 흔들리지 않는 조합원의 모습을 보고 김포지부에서는 전근발령을 취소한다는 약속을 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탄압을 막아내는 승리였다. 김포축협지부가 처음으로 발령취소를 받아내자, 경기도 다른 지부들도 희망을 갖고 투쟁을 시작했다. 결국 경기도본부의 49명발령은 모두 취소 되었다.
2002년도에도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34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첫 파업을 준비하면서 노조집행부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승리로 투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이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대응하면서 파업투쟁은 예상밖으로 장기전으로 변했다.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흔들리는 조합원들이 생기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과연 파업투쟁이 승리할수 있을까'라며 초조해하면서 지부장인 장 조합원의 휴대전화가 울릴때마다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장성기 조합원은 흔들리는 조합원들에게 승리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투쟁경험이 많은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시작했다. 힘겨워하는 조합원들 앞에서 장 지부장은 밝은 표정을 짓고, 때때로 농담을 하면서 농성장 분위기를 최대한 밝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잠시 피곤함과 힘겨움이 몰려오면 조합원들을 피해 혼자 마음을 가다듬곤 했다. 장 지부장이 힘겨워하는 모습은 곧바로 다른 조합원들을 흔들리게 할 수 있었다.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아가는 조합원들의 생계문제도 걱정이었다. 장 지부장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돈을 모아 조합원들에게 최대 1백만원까지 빌려준다. 이렇게 정신없이 파업을 조직하며 단사 옆에서 천막농성을 펴고 매일 집회를 이어갔다. 노조가 끝까지 흐트러짐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임단협을 체결한다. 힘겨운 파업투쟁이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장성기 지부장이 발벗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뛰어다니자, 사용자 측은 "노조를 탈퇴하면 승진시켜주겠다"는 제의를 해온다. 장 지부장은 한 마디로 거절했고, 지금도 자신보다 후배인 지점장 밑에서 승진과는 관계없는 직책에서 일하고 있다. 기자가 '노동조합 활동중 가슴 아픈 일은 없었느냐?'라고 묻자, "전국총파업 천막농성을 투쟁을 진행하는 도중 같은 지부에 소속된 동료 어머니께서 운명하시는 등 여러 일이 있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자신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는 같아 안타깝다"라고 답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랑곳없이 전국축협노조 강사단 일원으로 전국을 누비며 강의를 하고 있는 장 지부장, "자신이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이번 총궐기 투쟁을 통해 노동법개악 저지와 한미FTA 저지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라며 말을 마친다. 그의 표정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두현진 기자 du0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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