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주일만 학교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0-1 울산교육청 환경관리사(청소원) 최정영 선생님

2023-03-03     신재용 기자 (교육공무직본부)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살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 먹고 자는 등 생리적인 욕구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청소’ 아닐까? 더러운 것을 치우고, 쓸고 닦는 일은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해온 일일 것이다. 청소는 위생과도 직결되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거리에서, 대기업의 빌딩에서, 공공기관에서 하는 청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이 됐다. 아니, 원래부터 필수노동이었으나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학교에도 화장실, 복도, 계단 곳곳의 쓰레기를 줍고 먼지와 얼룩을 닦고 휴지통을 비우며 학교를 깨끗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노동으로 아이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배우고 자라나며, 교직원들이 일한다. 열 번째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로 울산교육청 곳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최정영 선생님을 만났다(정식 직종명은 청소원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환경관리사’라는 직종명을 함께 적어서 표기한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울산교육청에서 일하고 있는 최정영입니다. 올해로 57살이고요. 가족은 남편과 아들 둘이 있어요. 2019년 1월 1일에 공개채용으로 들어와서 5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정육 코너에서 일했고, 학교 청소도 했어요. 지금은 교육청 직고용인데 당시에는 용역업체 소속이었죠.

Q. 학교나 청사를 청소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울산교육청에서는 남자 1명, 여자 4명 총 5명이 일해요. 교육청에서는 상자째로 뭔가 버리거나 파지 같은 짐이 많이 나와요. 이런 것을 치우고, 밖의 낙엽도 치우고요. 한 사람이 두 층씩 맡아서 청소해요. 복도, 계단, 화장실, 휴게실, 공용공간, 사무실 등을 모두 청소합니다. 쓰레기 꺼내고 분리수거 하고요. 각 층에 회의실이 있는데, 회의가 없을 때 그곳도 청소해요. 바닥 쓸고, 유리도 닦고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해요. 화장실 청소 때문이죠. 빨리 출근하는 분은 8시에도 오거든요. 청소가 안 돼 있으면 안 되니까, 와서 가장 먼저 화장실 청소를 하죠.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대청소를 하는데, 그때는 한 명이 청소기를 돌리고, 한 사람은 뒤에서 밀어주면서 줄을 잡아주고요.

Q. 청사 여러 동을 다섯 분이 일하는데 어떠신지요? 힘들진 않으세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는 50대라 괜찮은 것 같아요. 학교 청소와 청사 청소가 달라요. 장단점이 있죠. 학교는 화장실 위주로 청소하고, 자잘하게 많이 어질러져 있어요. 청사는 그렇진 않은데 큼직큼직한 게 많죠. 사무실 쓰레기가 많아요. 인사이동이 있을 때는 2~3주 정도 쓰레기가 계속 나오는데 온종일 버려도 다 못 버려요. 책이나 파쇄지, 개인이 쓰던 용품 이런 게 많죠. 몇 년 전 책자도 보이고요. 책이 무거워요.

울산교육청 최정영 선생님

Q. 학생 몇 명당 청소원 1명, 또는 학급 몇 개당 1명 등 배치기준이 있나요?

울산은 학급 기준으로 마련돼 있어요. 31학급 이상 학교에 2명이 배치돼요. 30학급에 가까운 학교는 (혼자 일해야 하니) 힘들겠죠. 배치기준을 학급 수로 해도, 청소 면적으로 해도, 학생 수로 해도 문제점이 있더라고요. 가령 옛날에 지은 학교는 건물은 큰데 학생 수는 없으면서, 시설은 모두 다 쓴단 말이죠. 기준을 새로 만든다면 이 셋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야겠죠. 노조 차원에서 교육청과 논의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도 논의해보고요. 그나마 울산이 괜찮은 게,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배치기준이 아예 없는 지역도 있어요. 용역업체였던 시절과 변함없이 일하는 지역도 있고요.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청소한다’는 말이 너무 가슴아파
Q. ‘청소원’이라는 명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질문을 조합원들이 있는 (네이버) 밴드에 올려봤어요. 대부분이 청소원이라 불리는 게 ‘기분이 상쾌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 일을 하찮게 보는 이름이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사람도 있고, 청소원이라는 명칭으로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하찮고, 하대하는 느낌이 들어요.

대부분 다른 행정실무사, 조리실무사 등 이름이 붙는데 우리만 왜 ‘청소원’이냐고도 그래요. 우리도 ‘환경관리사’처럼 다른 명칭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청소하는데 아이 엄마가 지나가면서 자식한테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청소나 더 하겠냐’라면서 야단치는 걸 실제로 들었다는 거예요. 내가 내 일하고 당당하게 돈 버는데,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가슴 아팠다고 해요. 학교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는데요.

한편으론 우리 스스로도 자긍심을 갖고, 생각을 바꿔야 해요. 그런데 쉽진 않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돌봄, 배달, 청소 등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노동’으로 떠올랐다. 이들 노동이 없으면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거나, 불편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들 노동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거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천대받는다. 청소원이라는 직종명을 바꾸자는 이유다. 당사자가 본인이 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고, 명칭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아무도 학교 화장실, 복도, 계단 등을 청소하지 않고 일주일, 한 달 지나면 어떻게 될까?

Q. 다른 교육공무직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으시는데요.

노조에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자고 교섭하잖아요. 그 임금체계가 되게끔, 특히 근속수당을 달라고 하고 있어요. 용역업체에 고용됐던 때와는 다르게 정년이 65세로 정해져 있는데 왜 근속수당을 안 주냐는 거죠. 가족수당, 위험수당도 없어요. 작년에 상여금 연 30만 원이 처음 생겼어요(기자 주 : 2023년 3월 3일 기준, 교육공무직은 1년 일할 때마다 39,000원씩 근속수당이 올라가며, 가족이 있으면 가족수당을 받고, 일부 직종은 위험수당을 받는다. 상여금은 연 90만 원을 받는다). 왜 똑같이 일하는데 ‘특별운영직군’이라고 따로 분리하는지 모르겠어요. 담당 부서와 면담하면서 우리 직종이 뭐가 특별하냐고 물어봤더니 특별한 거 하나도 없대요.

어떤 분은 용역 때가 더 좋았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때는 내 몸만 건강하면 70살이 넘어도 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거든요. 직고용 이후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65살 이후로 계약을 갱신할 수도 없고요. 62살에 공개채용으로 들어오신 분이 있었는데, 이분은 3년만 일하고 퇴직하게 되신 거예요. 충분히 더 일할 수 있고 건강한데도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용역에서 전환되신 분들은 나이가 더 많은데 유예기간도 있고, 재계약도 가능하게끔 계약이 다르게 돼 있거든요. 이게 불공평하다는 분들도 많죠. 노조에 가입하라고 해도 이런 점 때문에 가입을 안 하는 분들도 있어요.

여기만 해도 저 빼고 다른 4명 중 남자분은 작년 10월에 들어오셨고, 3명은 유예기간이 끝나요. 3명 중 한 분은 올해 75살이고, 정년 유예기간이 끝나고 1년 재계약이 됐는데 2월에 퇴사하실 예정이예요. 나머지 두 분도 6월에 유예기간이 끝나는데 1년 더 재계약을 해줄지는 모르겠어요.

청소 직종은 용역업체 소속이었다가 교육감 직접고용으로 바뀌면서 정년이 생겼다. 당시 정년을 초과해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아서 정년을 바로 적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정년 적용을 몇 년 유예했다.

 

Q. 4시간, 5시간 등 단시간으로 근무하시는 분들은 없나요?

울산은 모두 7시간 근무로 통일돼 있어요. 학교마다 출퇴근 시간은 다르지만요. 단시간 근로자로 보지 않아요. 학교는 근무시간 7시간에 휴게시간 1시간, 청사는 근무시간 8시간에 휴게시간 1시간으로 돼 있어요. 365일 모두 출근해요.

일부 선생님들은 단시간으로 일하다 근무시간이 늘어나기도 했거든요. 이 늘어난 근무시간이라는 게 하던 일을 좀 덜 힘들게 하려고 늘린 건데,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 일거리도 더 늘어나기도 했어요. ‘이거도 좀 해주세요’ 하고요.

학교나 청사 전체를 돌아다니며 때로는 쭈그리고 앉아, 때로는 독한 약품 냄새를 맡아가며 청소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울산은 노동시간이 모두 7시간 또는 8시간으로 통일돼 있으나, 다른 지역은 근로계약상 노동시간이 4시간이나 5시간으로 돼 있어서 일하기 벅차하는 경우가 많다.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추울 때 춥게 일하는 업무의 특성상, 몸에 무리가 가는 자세나 동작으로 일을 하다 보니 신체적으로 겪는 고충이 많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혹은 사용하는 곳에는 청소하는 사람의 노동이 배어 있다. 청소하면서 생기는 고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휴게공간은 잘 돼 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