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임금계좌서 ‘관리비’ 빼간 업체 … 대리운전노조, 근기법 위반 고발

임금계좌에서 관리비를 임의 공제, 대리운전업체 고발 관리비·각종 비용 공제 내역 비공개 등 구조적 중간착취 문제 제기 노조 “근기법 적용해 즉각 조사·처벌하고 제도 개선 나서야”

2025-11-25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대리기사 계좌에서 ‘관리비’ 빼간 대리운전업주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대리운전노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대리운전노조)이 25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기사 임금계좌에서 ‘관리비’를 임의로 공제해 무단 사용한 대리운전업체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는 대리기사들이 겪는 구조적 수탈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창배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엔젤플러스를 지목하며 “이름은 천사지만 실제로는 대리기사 계좌에서 관리비를 임의 공제해 사용하고도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악덕업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리비·프로그램 사용료·보험료·유료배차 구독료·중개수수료 등을 합치면 “대리기사 수입의 40%가 빠져나가고, 하루 10만원씩 30일을 일해도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관리비 사용 내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경영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며 “임금계좌에서의 임의 공제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명의 고소·고발인을 대표해 업체를 고발하며 “근기법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창의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관리비는 사실상 중간착취”라며 “대리운전업계뿐 아니라 특고·플랫폼 노동 전반에서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착취가 가능해졌고, 이는 사용자 책임 회피를 넘어 불법행위”라며 “고용노동부는 강력한 처벌로 이러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전병후 대리운전노조 법인기사위원회 조직부장은 “업체가 충전금에서 매일 500원씩 관리비를 출금하면서도 사용 내역을 ‘경영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관리비가 직원 월급, 사무실 임대료, 회식 등에 쓰였다면 명백한 횡령·배임”이라며 “고용노동청은 즉각 조사와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료배차권·프로그램사용료·보험료 리베이트 등 다양한 중간착취가 만연하다”며 근기법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했다.

한철희 대리운전노조 법인기사위원회 위원장은 “수도권만 20만명이 넘는 기사들이 매달 관리비를 내지만 회사는 단 한 번도 투명하게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SK티맵이 소유했던 ‘굿서비스’ 사례를 언급하며 “경조사비를 십수 년간 걷고도 공개 요구가 제기되자 회사를 매각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부 장관에게 △전국 대리기사 관리비 사용 실태 조사 △굿서비스 경조사비·매각 과정 특별감사 △비용 강제부과 구조 근절 △내역 공개·회계 투명성 강화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리운전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리기사 한 명당 매달 7만~14만원의 각종 비용이 공제되고, 수도권 관리비 규모만 100억원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배제된 산업 구조가 수탈을 키웠다”며 고발 업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이번 고발은 대리운전업계 전반에 누적된 관리비 운영 불투명성과 중간착취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들의 문제제기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사례다. 노조는 이를 계기로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차별 없이 적용하는 출발점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대리운전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