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기 대우조선 지회장, “모로보나 문제투성이 매각 즉각 멈춰야”
“진정 조선업 활성화 원한다면 매각 말고 대우조선 발전 도모하라”
247km 도보투쟁에 청와대 농성 ···계약기간 만료 앞두고 본격 의제화

청와대에서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 지회장. 
청와대에서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 지회장. 

 

재작년 추석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작년 추석은 세종시 공정위원회 앞에서, 올해 추석은 청와대 바닥에서 맞았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조합원들이 꼭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냈으면 해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신상기 지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매각 과정부터 근거까지 문제투성이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반대 투쟁에 나선 조합원은 올해도 추석 덕담 대신 투쟁 결의를 나눠야만 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3년 가까이 대우조선 매각 전면 철회 요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인수합병(M&A)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갑작스레 들려오면서부터다. 매각 소식은 한 두달정도 미리 알게 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 매각은 공개입찰은 커녕, 대우조선 경영진 대부분도 기사로 합병 소식을 접했을 정도로 전형적인 밀실야합이었다.

터무니없는 매각금도 문제가 됐다. 현물 가치 4조 원에 달하는 대우조선을 6000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인데, 매각에 따른 혜택을 현대 재벌가에 몰아주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와 지역정치권도 가세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경남지역, 특히 거제 지역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조선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시민들이 80%가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반대를 무시한채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본계약을 맺은 지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2019.3), EU(유럽연합)와 일본, 한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계약 당시 산업은행장 직을 걸고 6개월 안에 대우조선 매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말이 무색해진 지도 오래다. 투자계약 기간은 벌써 세 번이나 연장됐다. 세번째 계약 만료일은 오는 9월 30일까지다.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은 올해도 길거리에서 추석을 맞았다. 피켓을 병풍삼아 매각 저지를 반대하는 차례를 지내고 있다.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은 올해도 길거리에서 추석을 맞았다. 피켓을 병풍삼아 매각 저지를 반대하는 차례를 지내고 있다. 

계약절차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기업결합심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상기 지회장은 “EU 공정위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시 발생하는 독과점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심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과점을 해소할 방안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국 공정위 또한 EU 공정위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 사실상 특별한 해답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지회장은 매각이 논의되던 시기 대우조선의 상황과 지금의 재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복지 축소와 임금 삭감 등의 노동자들의 뼈를 깎는 희생과, 이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고통분담이 더해져 대우조선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도 상승했고, 회사 부채비율도 1000%에서 100%대로 낮아지며 재무 안정성을 서서히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올해 수주 목표율이 9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104%를 돌파하며 조기달성 등,  조선산업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대우조선은 빠르게 정상화 될 것이라는 게 신 지회장의 말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진정으로 활성화 시키고 싶다면, 매각 과정으로보나 매각 근거로 보나 비상식적인 것을 무리하게 진행시킬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을 어떻게 발전시켜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해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고집을 부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공저자금을 투입해 국가기간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있지만, 지금 이동걸 은행장은 마치 산업은행의 돈이 자기 돈인 것처럼 고집을 부리며 이리보나 저리보나 문제투성이인 매각을 끌어가고 있다. 국가기관의 고집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이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지회는 3년 가까이 ‘제자리걸음’ 중인 매각 연장에 반대하며, 투자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본격 의제화에 나섰다. 이들 지회는 이달 8일~15일 통영, 고성, 함안, 김해, 양산, 부산 등 남해안 기자재 산업이 몰려있는 지역을 순회하며 274km를 걷는 ‘도보투쟁’을 진행했다.

이후 16일부터는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와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추석 당일에는 매각저지 피켓을 차례상삼아 차례도 지냈다. 투자계약 기한이 만료일인 30일에 맞춰 조합원 전원이 참석하는 집회를 기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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