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살인기업 후보 상위 5개 기업 산재사망 희생자 모두 ‘하청 노동자’
현대건설, 2007년, 2021년 2015년 이어 또다시 ‘최악 살인’ 4관왕 달성
여전히 깔리고 떨어지고 끼어 사망··· “가장 낙후된 형태의 죽음 계속돼”

27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참가자들이 현대건설 본사 현판 앞에서 헌화한 국화꽃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27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참가자들이 현대건설 본사 현판 앞에서 헌화한 국화꽃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현대건설이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최악의 살인기업 4관왕’이라는 더러운 명예를 차지하게 됐다.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게 돌아갔다. 최악의 살인기업 후보 명단에 오른 상위 5개 기업의 산재사망 희생자는 전부 하청 소속 노동자였다.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27일 오전 10시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열렸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가 만든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과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21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2명 이상 발생기업>이 기초자료로 쓰였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는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추락·끼임 등으로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고 발생 건수가 매년 2400건에 육박하는 가운데, 산재사망은 ‘노동자 과실에 의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의 구조를 만들고 방치하는 ‘기업의 구조적 살인’이라는 점을 폭로하기 위해서다.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위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위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현대건설에서는 지난해 모두 6명의 하청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7년, 2012년, 2015년 세 차례나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지난 10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2014년 현대건설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110명에 이른다.

‘현대건설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가 현대건설㈜의 주요현장을 감독한 결과, 총 25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최악의 살인기업 2위는 5건의 사망사고를 만든 ㈜태평이 차지했고,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이 사망사고 4건으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들 기업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 소속 노동자다. 지난해 노동자 2명 이상이 산재로 사망한 기업은 모두 39곳이고, 이곳에서는 모두 94명이 죽었다. 이가운데 66명(70.2%)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건설 현장 사망 언제까지’··· 기업의 ‘안전 무시’ 시민 재해로 이어져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06년부터 매년 살인기업을 선정할 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변하지 않는 건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는다는 사실과, 그 죽음의 형태가 깔려죽고 떨어져 죽는 등 가장 낙후된 형태의 죽음이라는 점, 기업들은 이같은 죽음을 방치하고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한 것도 있다. 우리사회 90% 이상의 시민들이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동의하며, 77%의 시민들이 중대재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기업 최고 책임자들이 벗어날 길이 없어졌다는 점이 변화다”라고 했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위원장은 “결국은 건설현장이다. 매년 건설노동자들이 살인기업 1위 업체에 대한 발언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며 “어떻게 보면 현대건설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이 1위로 선정됐어야한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에서 일어난 시민들의 죽음까지 드러낸다면 말이다. 어쨋거나 현대자본인 것은 매한가지”라고 분노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읜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윤석열 당선자부터 이 법을 마구 흔들고 있다”고 한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설서에는 ‘경영책임자는 ’형식적 지위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 업무를 총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따른다면 책임자 구속여건은 전혀 애매하지 않다”고 짚었다.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은 HDC현대산업개발과 경총이 받게 됐다. 특별상은 노동자 뿐 아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단체에 대한 상이다. 잊혀질 수 있는 중요한 사고에도 특별상 수여해 생명안전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목적이다.

27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패인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참가자들이 현대건설 본사 현판 앞에서 헌화를 하기 전 영정을 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7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패인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참가자들이 현대건설 본사 현판 앞에서 헌화를 하기 전 영정을 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광주에서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붕괴사고를 일으켜 시민 9명을 사망케 하고 8명에게 부상을 입혔기에 특별상을 수상한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당시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는 철거현장 노동자들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일으킨 사고는 기업이 ‘안전’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노동자 뿐만 아니라 시민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광주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집계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선정한 근거로는, 경총이 ‘모든 노동자의 생명 안전을 책임진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존중하기는커녕 법의 ‘효용성’과 ‘허점’을 부각하려 하며, 무용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업 규제를 주장하고 노동자 생명에 대한 경시 발언을 일삼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지난해 ‘최악의 살인기업’은 단 한건의 사고로 노동자 38명을 사망케 한 한익스프레스가 수상한 바 있다. 2년 전인 2020년에는 7명의 노동자를 사망케 한 대우건설이 받았다. 특별상의 경우에는 ‘쿠팡(2021년)’과 한국마사회·고용노동부(2020년)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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