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농성 4일차, 한시간 간격 퇴거요청 후 “안나가니 저희가 나가겠다”
매립형 에어컨 해체하고 전기배선 끊고 도주···파티션과 서랍장만 ‘덜렁’
공대위, “정규직 전환 사회적합의 끝내고 ‘야반도주’한 기륭전자 떠올라”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 조연주 기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케이오 주식회사(대표 선종록)의 해고노동자들이 사측에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며 본사를 점거하자, 본사 직원들이 포장이사를 불러 사무실의 짐을 싸들고 도망가는 일이 벌어졌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와 아시아나케이오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곡동에 소재한 아시아나케이오 본사 점거투쟁을 시작한 지 4일차인 2일 오후 4시, ‘사측 퇴거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지상조업 2차 하청업체로,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 8명에 대해 지난 2020년 5월 11일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지부와 공대위는 사측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핑계 삼은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이 해고 기간동안 거리에서 정년을 맞은 해고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교섭울 요구했지만, 사측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이 본격적인 교섭을 촉구하며 항의 점거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년전 이들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으나, 회사는 불복해 결국 소송으로 넘어간 상태다.

2일 오후 아시아나케이오 관련자들과 이사 전문 업체가 사무실을 비우고 있다. (제공 공대위)
2일 오후 아시아나케이오 관련자들과 이사 전문 업체가 사무실을 비우고 있다. (제공 공대위)

지부와 공대위가 사측에 점거투쟁을 이어가던 중 아시아나케이오 직원이 오후 2시와 3시 퇴거요청 공문과 함께 ‘업무에 방해가 되니 나가달라’고 한 뒤, 한시간 뒤인 오후 4시 ‘거듭된 퇴거요청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가서 저희가 나가겠다’며 사무실을 정리했다고 공대위는 설명했다.

단 두시간만에 ‘콩 볶아먹듯’ 진행된 철거과정에서 아시아나케이오는 매립형 시스템에어컨 두 대 해체해 반출했고, 전기 배선을 끊어 사무실 전력공급도 차단됐다. 사무실을 비우더라도 공간을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현재 사무실에는 파티션과 서랍장만 남아있다. 

주말을 포함한 점거농성 4일차에 다른 사무실을 실제로 마련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고, 실제 물품들은 창고 등에 보관될 것이라고 공대위 측은 예상했다.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끊어진 전기배선,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끊어진 전기배선,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매립형 에어컨이 있던 자리.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매립형 에어컨이 있던 자리. ⓒ 조연주 기자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재택근무 전환 정도는 예상했지만 사무실 짐을 아예 싹 다 빼버릴 줄은 몰랐다”며 “세상에 교섭을 하기 싫어서 자기들이 나가버리는 회사가 어디있는가. 이는 우리를 교섭 상대로 보지도 않고, 그저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행위”라며 분통해했다.

또한 “뭔 죄가 그렇게 많아 도망가나 싶다. 대화를 통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논하는게 상식인데, 해결의지를 내비치는 대신 그냥 내빼버렸다”고 말했다.

임용현 아시아나케이오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교섭은 거부하고 퇴거 요청만 거듭하더니 느닷없이 사무실 짐을 반출해 사측이 먼저 퇴거해버렸다”며 당황함을 표하면서 “국회에서 사회적합의까지 해놓고 ‘야반도주’했던 기륭전자가 떠오른다. 공대위와 지부는 끝까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투쟁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와 공대위는 오는 3일 오후 향후 투쟁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케이오 본사 농성은 별도 공지가 있기 전까지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퇴거요청 공문 (제공 공대위)
퇴거요청 공문 (제공 공대위)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 조연주 기자
텅 빈 아시아나케이오 사무실 ⓒ 조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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