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투

2006년 한해 동안 정권과 자본은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앞세워 노동자, 민중의 삶을 통째로 유린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투쟁사업장의 증가를 불러왔고 대다수 사업장들이 장기투쟁사업장으로 변했다. 2006년 초 민주노총은 노사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상반기 민주노총 장기투쟁사업장이 14개소였다가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두 배로 늘어나 23개소가 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들 중 12곳을 해결한다.
장기투쟁사업장을 살펴보면 주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여성이 태반인 사업장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 부당해고와 계약해지를 당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노동자들이었다. 장기투쟁사업장 핵심 쟁점은 임단협 과정에서 단협무시, 용역깡패 동원 폭력행사, 강제 정리해고 등이었다.
특히, 장기투쟁사업장들 중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투쟁은 비정직노동자의 참담한 노동현실을 보여주면서, 투쟁을 통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절반이하를 받으면서 하루 3조 3교대로, 정기 휴일조차 없는 노동을 하면서도 차별을 받아왔다.
2005년 6월13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시작된 투쟁은 크레인 점거투쟁과 지역 연대파업 등으로 줄기차게 이어진다.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면서까지 장기투쟁 노동자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끈질긴 투쟁 끝에 2006년 5월 13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노사간 잠정합의를 이끌어낸다.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노조파괴책동에 맞서 181일 동안 장기투쟁을 벌였다. 이곳 역시 사측의 노골적인 노동탄압이 줄을 이었다. 사측이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자행했다. 그러나 세종병원지부 노동자들은 2006년 7월18일 사측과 잠정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투쟁을 승리로 마감한다.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쇠사슬투쟁, 릴레이단식투쟁, 집단아사결사단식투쟁, 삼보일배 투쟁, 용역깡패 폭력만행 폭로 사진전과 시민선전전, 환자보호자 선전전 등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총력투쟁을 전개하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세종병원 타결 없이 산별투쟁 승리 없다”는 기치아래 조합원 하루교육 때 세종병원사태 관련 비디오 방영과 모금운동, 전 조합원 매월 1,000원 투쟁기금 지원, 동조단식투쟁, 지지방문투쟁, 용역깡패 폭력만행 근절투쟁 등 산별투쟁의 모범을 만들어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11월12일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전태일 노동자 상을 수상했다.
투쟁을 승리로 마감한 사업장이 있는 반면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는 장기투쟁사업장도 있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는 2004년 6월 23일 전면파업으로 시작된 투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코오롱 정투위는 그동안 고압송전탑 고공농성,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최일배 위원장의 동맥절단 등 온갖 투쟁을 이어왔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도 2004년 10월22일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시 시작한 투쟁을 지금도 계속 벌이고 있다.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는 2005년12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선별재계약 방침의 일방통지 때문에 투쟁을 시작했고 그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몸이 아파 휴가를 냈다는 이유로 휴대폰 문자로 해고를 일삼아 왔던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에 맞서 2005년 7월 5일 노동조합을 결성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도 아직 투쟁을 잇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이면서도 개인사업자로 인정돼 노동 관련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소고용노동자 투쟁도 한해 내내 격렬하게 벌어졌다.

사용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와의 단체협약을 어겨도 노동 관련법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허점을 악용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을 괴롭혀왔다. 따라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겐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아 노동기본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건설운송노조 덤프, 레미콘 노동자들과 화물통준위 화물연대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총파업투쟁을 벌였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11월12일 총파업에 돌입한 건설운송노조(덤프, 레미콘)는 전국의 건설현장을 마비시켰다.
건설운송노조 소속 조합원 7천여 명은 11월12일 대학로에서 <건설노동자 투쟁결의대회와 화물덤프레미콘 등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쟁취 총력투쟁결의대회>를 마치고 여의도 문화공원으로 이동하여 3박4일간의 <총파업 상경 노숙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12월1일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는 4일간 파업을 지속하면서 전국의 물동량중 60%이상을 마비시키며 위력을 발휘했다. 그 과정에서 수구보수 언론들은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보도하는 행태를 숨기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 조합원 1만 2천명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운송료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함께 고통받는 많은 비조합원들도 동참하고 있다"며 파업상황을 설명하고 "부산을 기종점으로 하는 장거리 간선물량은 대부분 정지됐다. 이것은 화물연대의 요구에 공감한 비조합원들이 파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화물연대 파업에 비조합원까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해 2007년 상반기 집중투쟁을 준비중이다.
2006년 제4기 민주노총 집행부가 들어서자 그 즉시 준비한 장기투쟁사업장 대책 사업은 비교적 큰 성과를 거두었다. 장기투쟁사업장 23곳 중 12곳이 해결됐다. 해당연맹과 지역본부 장기투쟁단사가 하나로 뭉쳐 투쟁한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었지만 총연맹 차원의 집중적인 사업집행 추진이 효과를 발휘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6년 비정규확산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고 노사관계로드맵법안 역시 또 한 차례 국회 강행 처리될 조짐이다. 2-3년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 확산이 예상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미조직사업장 조직화라는 고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의 폭과 질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용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 인터뷰

△현대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투쟁 승리의미는=비정규악법 날치기 처리로 인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차별이 더 심화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단위 현장에선 고통이 더 가중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에 비정규 법안이 적용될 07년 6월 대공장 사업장에서는, 기간제나 파견 노동자들이 계약해지를 밥먹듯이 당하게 되고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에게는 폐업과 고용보장 파기 등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단위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차별이 더 가중된다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노동조합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조직으로써 현장은 매일같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전개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스코 투쟁의 승리는 많은 교훈을 남기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노동조합은’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쉽게 조직화에 나서지 못하는 전국의 정규직,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통해 노조를 지켜냈다는 선례를 남기는 투쟁이었다. 더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단결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투쟁이었고, 정권과 자본에게는 "'돈이면 다 된다’라는 논리로 단결된 노동조합의 투쟁을 막을 수 없다"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준비해야 하나=현재 900만이나 되는 비정규직노동자는 수적으로 정규직노동자를 압도하고 있고, 앞으로 모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 방도나 투쟁전략을 정확히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산재해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와 실정에 근거하여 조직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별건설이 자주성, 계급성에 기초하여 건설되어야 하고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이 적극 안아갈 때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될 수 있다. 정규직 고용보장은 비정규직 철폐요구로 투쟁할 때 극복되어진다는 의식 전환이 정규직 노동자에게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자기 투쟁을 책임진다는 각오와 결의로 결합할 때 승리할 수 있다.

△현재 투쟁을 진행하고 있거나,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비정규 투쟁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은 해당 주체의 강고한 의지다. 승리에 대한 확신은 해당 주체라고 볼 수 있는 간부의 행동 하나 하나에서 조합원들은 배우고 자기 스스로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비정규 노동자는 더 이상 자본과 정권이 원하는 대로 부려먹다 버린다는 패배주의, 종속성을 걷어치우고 당당한 이 땅의 생산의 주인임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개척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투쟁의 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인식하게 될 때에 승리할 수 있다.

두현진기자 du0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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