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편향 공권력행사 되살아나면서 상반기투쟁 마무리 국면 급증추세

상반기 임단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타결이 늦어지고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탄압이 급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는 특히 엘지정유와 지하철 3사가 직권중재에 회부된 것을 계기로 집중발생해 정부가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노동과 세계>가 최근 소속 조직과 주요 사업장을 상대로 탄압상황을 파악한 결과 7~8월 들어 경찰력 동원과 노조간부 구속이 잇따르고 손배·가압류도 다시 고개를 드는 등 노사·노정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4면에 관련기사

정부는 포스코(건설)의 무책임한 태도로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포항·전남동부건설노조 파업집회 현장에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연일 폭력진압에 나서는 등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구조조정 현안으로 역시 장기파업 중인 구미 코오롱에도 경찰병력이 배치돼 침탈 위협이 계속됐다. 이같은 경찰력 동원은 사측이 고소 고발한 노조간부 체포를 명분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구속자도 급증해 '반노동자적 공권력행사'라는 구태가 재연되고 이후 노사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듯 자본편향의 법집행이 이루어지면서 이에 자극 받은 개별 사용자들의 노조탄압도 도지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한 동안 자취를 감췄던 손배·가압류가 7월 들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도를 넘는 징계와 부당노동행위가 빈발하는가 하면 고소고발도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탄압양상은 '고임금 귀족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운 보수언론의 노동운동 죽이기와 맞물려 노동운동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이에 따라 지난 8월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는 공안탄압, 오늘은 귀족파업, 내일은 정규직이기주의로 매도하면서 노조파괴와 탄압에 골몰하는 자본과 정권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대화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며 "대화로 안되면 오직 강력한 투쟁이 있을 뿐"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어 8월17일 포항제철소 앞에서 영남권노동자대회를 열어 사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포스코에 촉구하는 한편 건설플랜트노조 장기파업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되는 불법 다단계하도급과 저가하도급 등 불합리한 건설현장 관행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차남호 chanh@nodong.org


<b>정부 강경대응이 사용자 부추겼다

엘지정유·지하철 직권중재 고비로 급증 양상
손배·가압류도 '꿈틀'…하반기로 이어질 조짐</b>

시기상으로는 이미 하반기에 접어든지 오래고, 상반기 임단협 또한 대체로 마무리국면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은 교섭이 난항을 겪거나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 가운데서도 '여진'이 계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노조탄압이 놓여 있다. 임단협 와중에 탄압에 직면하면서 협상타결이 지연되거나, 타결 뒤에 탄압이 불거지면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 예상치 못한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임단협은 노사정의 대화국면이 펼쳐지면서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물론 사측의 지연전술로 교섭에 진전이 더디고 벽에 부딪히면서 시기집중 파업으로 이어졌지만 그것 자체가 파국으로 치닫거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보건의료와 금속노조의 투쟁이 대표적이다. 공익사업장인 보건의료노조는 14일 동안의 산별총파업을 거쳐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우려했던 직권중재도 불거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역시 산별노조 차원의 잇단 부분파업 전술을 통해 7월6일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금속의 경우 고 배달호 김주익 열사 등의 목숨을 앗아간 노조탄압 수단인 손배·가압류에 대해 제동장치(노조활동 이유로 제기 금지)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원만한 노사자율타결 흐름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7월16일 한달 넘게 지부파업을 계속하던 서울대병원에 손배·가압류가 떨어지고, 엘지정유(18일)와 지하철 3사(19일)가 잇따라 직권중재에 회부되면서 기류가 표변하기 시작했다. 엘지정유에는 경찰병력까지 투입됐다. 노동자투쟁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대응이 강경으로 치달은 것이다. 한번 빗장이 풀리자 노조탄압은 건설플랜트, 코오롱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체포와 구속 등 사법처리가 꼬리를 물었고, 급기야 건설플랜트 투쟁에 대해서는 경찰의 물리적 폭력까지 동원됐다.

결국 엘지정유와 지하철 파업이 정부·자본의 대응방식에서 분기점이 된 셈이다. 이는 이들 파업의 사회적 파급력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이를 계기로 탄압의 강도가 더욱 거세진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노조탄압 양상을 보면 징계나 해고, 고소고발 등 비교적 수위가 '낮은' 탄압은 시기와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난다. 반면 직권중재와 경찰투입, 구속, 손배가압류 등 정치적이거나 강도 높은 탄압은 주로 7~8월에 집중 분포돼 있다.

손배가압류의 경우 지난해 29건(총 542억)에서 올해 4건(68억)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자들의 잇단 극한적 항거를 통해 그 반인륜적 본질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은 탓으로 보인다. 반면 직권중재의 경우 지난해 한 건에서 올해는 4건으로 늘면서 노사자율교섭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노총 한선주 조직국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는 사측이 고의로 장기파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띈다"며 "보건의료나 금속의 경우 초기의 교섭난항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거치면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지만 엘지정유, 대구지하철, 코오롱 등은 사측이 버티기로 나오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건설플랜트 역시 사태 투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하도급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직권중재와 공권력투입=노사자율 원칙을 심각히 위협하는 명백한 권력의 탄압이라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게 일반적 분석이었다. 노무현 정권이 노동정책과 관련해 노사정위원회를 매우 중요시 해왔고, 그 동안 줄곧 여기에 불참해오던 민주노총이 4기 집행부 출범 이후 대화에 적극 나서면서 탄압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엘지정유를 신호탄으로 궤도연대 소속 지하철 3사에 잇따라 직권중재가 강행됐다. 엘지정유의 경우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진 않았지만 조기에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직권중재의 대상이 아닌 사업장에 대해서도 공권력투입이 검토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된 구미 코오롱은 사측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체포영장 집행' '직장폐쇄' 등을 빌미로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는 상태다.

◇ 구속 등 사법처리=이 역시 사용자의 고소고발이나 검찰의 직접 지휘로 이루어지는 권력의 탄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건설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단연 눈에 띈다. 이는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구조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6월17일 울산건설플랜트노조 박해욱 위원장 구속됐고, 7월 들어서는 경기서부건설노조 간부 3명이 '공안탄압'으로 구속됐으며, 8월16일에는 포항건설노조 간부 2명이 구속되고 4명은 수배됐으며, 또 다른 간부 20명에게는 출두요구서가 날아온 상태다. 빈번한 경찰병력 투입과 무리한 연행도 눈에 띈다. 경기도건설노조 용인 동백지구의 경우 파업현장에 경찰이 투입돼 52명이 연행됐다 풀려났으며, 전남동부건설노조도 7월19일 합법집회 도중 9명이 연행됐으며, 8월 들어 포스코 규탄집회가 잇따른 포항에서는 대규모 경찰병력이 집회대오를 침탈해 참가 조합원들을 강제연행했다.

이밖에 4.15총선과 관련해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한미은행 파업사태, 공무원노조, 시설관리노조 등 크고 작은 구속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손배가압류>
지난해에 비해 발생건수나 액수로 봐서 적은 편이지만 시기적으로 7월 이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30일 넘게 파업 중이던 서울대병원에 7월16일 노조간부 15명에게 15억여원이 청구되면서 올 들어 다시 주목을 받았으며, 이에 앞서 A&O에서도 '전직명령 거부'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노조간부 15명에게 12억여원이 청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보장과 신규투자를 요구하며 노조가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 코오롱도 7월26일 45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배를 청구했으며, 엘지정유도 0월00일 35명에게 31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임단협이 마무리되면서 취하된 바 있다.

◇ 부당노동행위와 징계·해고=노사대립과 갈등의 이면에는 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징계가 도사리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단체교섭 기피나 거부로 상황이 악화되는 게 보통이다. 이는 사학재단과 대화실업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서 알 수 있듯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그럼에도 사측의 교섭해태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지하철과 코오롱, 엘지정유 등 파업까지 치달은 노사갈등에는 사측의 교섭해태와 버티기가 공통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수건설노조의 경우 사측이 합의서 조인을 거부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노사갈등이 격화되다 보면 사측은 징계의 칼을 뽑아 노조를 힘으로 내리누르려 하는 게 보통이다. 이는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지경인데 대량징계가 이루어진 곳만 해도 서울지하철(25명 파면, 58명 징계회부), 엘지정유(71명 징계회부) 등이 꼽힌다.

◇고소고발, 직장폐쇄=고소고발의 경우 노조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예고하므로써 조합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노사갈등이 빚어질 경우 워낙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어서 사실상 '탄압' 축에도 못 낄 정도다. 최근 파업을 겪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타나났으며, 특히 엘지정유의 경우 조합원 가족을 포함해 127명이나 고소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폐쇄의 경우 8월 들어 5곳에서 내려지는 등 집중되는 양상이다. 지난해의 11건에 비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하반기 투쟁에 대한 사측의 대응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오롱의 경우 지난 8월17일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지면 사태해결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강상철 prdeer@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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