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새해 인터뷰

<b>새해가 시작됐다. 작년 한해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달라</b>=작년 한해는 비정규직 투쟁부터 시작해 5.31지방선거투쟁, 한미에프티에이저지투쟁, 노사관계로드맵 , 산별노조 건설. 장기투쟁사업장투쟁, 반포스코 투쟁, 고 하중근 열사 진상규명 투쟁 등을 벌였다. 거의 한순간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사실 차분하게 사업을 할 수 없었다.

민주노총이 기존에 설정했던 목표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은 역량 이상으로 열심히 투쟁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투쟁을 하다보면 아쉬움과 서운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쉬움에 빠지기보다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로의 몸을 묶어 힘을 만들고, 공동 투쟁했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가슴에 남기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 서운함이라는 찌꺼기는 버리자.

<b>작년 수많은 투쟁 속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b>=특히, 건설플랜트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가열하게 이어졌다. 투쟁과정에서 구속자가 대량 발생했다.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 동지가 경찰에 의해 타살됐다. 많은 임원들과 간부들이 구속된 것도 가슴이 아프지만 고 하중근 열사에 대한 타살책임을 묻지 못하고 한해를 건너왔다는 점이 가슴아프다.

이와함께 '투쟁의의'를 전체 노동자에게, 그 죽음의 뜻을 민주노총을 넘어서 전체 민중에게 새겨내지 못한 부분이 무엇보다 아쉽다. 그러나 그 투쟁을 통하여 이 나라의 핵심문제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올해에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 노동권 소외지대에 머물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등에 대한 보다 큰 관심을 갖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b>작년 한해 동안 성과가 있었다면</b>=중요한 성과가 있었다. 하나는 기업별노조체계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조직내적 성과'를 들 수 있다. 이 조직내적 성과는 노동운동 미래를 가름하는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또 하나는 한미에프티에이 저지투쟁을 통해 노동자, 민중과 함께 전민중적 연대투쟁을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노동자, 민중이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투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노동자, 민중이 단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얻었다. 이는 올 1월 9일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라는 민중진영단결체를 건설하는 계기가 되었다.

<b>민주노총이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 말한다</b>=민주노총 강점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높은 도덕성과 함께 운동의 바른 방향을 지향하며 노동자, 민중과 밀착해있는 현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민주노총만의 유일강점이 보수세력과 자본기득권 세력에게는 최고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을 부담스러워하는 집단은 공격을 강화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최근 몇 년간 민주노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작년 한해는 특히 보수언론과 기득권층이 민주노총 고립화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공안탄압도 이어졌다. 다수의 간부들과 현장 조합원들이 수배·구속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보수집단과 자본기득권 세력들은 틈만 나면 민주노총 도덕성을 흠집 냈다. 민주노총이 전체 민중과 결합하는 것을 극구 차단하기 위한 탄압이 진행됐다.

이와같은 안팎의 탄압 속에서도 민주노총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민주노총은 역사발전을 향해, 민중이 처한 처지와 일치된 행보를 걷고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갖고 '나의 자랑스러운 조직'이라는 심정을 보다 절실히 가질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전체 민중의 마음과 일치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한다.

<b>올해 중점사업을 말씀해달라</b>=올해는 민주노총이 산별로 체질을 정비하고 산별교섭을 제도화하기 위한 시도를 벌이는 첫해가 될 것이다.. 산별체계를 완비함으로써 노조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적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노조가 사회연대 책임을 주도하고 전력을 쏟는 첫해가 되길 바란다.

또,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현 정치권에 대하여 민중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대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민중입장에서는 선택 폭이 상당히 제한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노동자 대표는 국민에게 희망을, 그 가능성을 열도록 분투해야 한다. 민중적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도록 특히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 그럼으로써 민중 정치 세력화의 토대가 마련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작년에 이어 우리에게 닥친 커다란 문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속에서 심화되는 사회양극화 문제와 함께, 복지로부터 소외된 민중들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들은 그 자체가 민중재앙이다. 전체 국민의 재앙이며 나아가서는 세계사적 재앙이다. '신자유주의의 재앙'이 전면 확산될 수도 있는 엄중한 시기이다.

특히 올해 한미에프티에이 저지투쟁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신자유주의의 재앙적 흐름'들을 막아 내느냐, 아니면 쓸려 가느냐"라는 중대한 기로에 위치한 투쟁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과 민중은 '저항의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에프티에이 저지투쟁을 넘어 세계 민중들이 좀 더 나은 평등한 세상, 복지세상, 민중 중심 세상으로 나가는 계기를 쟁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북아시아 속에서 한반도가 차지하는 군사적·지정학적 의미의 중요성에 대하여 크게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마련된다는 것은 아시아 평화와 직결된다. 이는 인류평화로도 이어지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한반도를 군사전략기지로 삼고 강화하기 위한 군사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압박정책을 펴고 있다. 노동자와 민중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땅이 평화의 땅으로, 미래 희망의 모범지대로, 반전평화 지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한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b>곧 5기 임원선거가 시작된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 동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b>=많은 분들이 '민주노총의 위기'라고 하는데 저는 '민주노총은 희망이 있는 조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민주노총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외적 조건들이 악화되어있기 때문에 (민주노총)내부발전과 변화가 작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 사회에 있어서 노동운동이 차지하는 가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후보자 동지들께서는 민주노총의 사회적·역사적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고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결심해서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각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각오를 갖는 지도부는 조합원 동지들의 능력과 결합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먼저 갖추길 바란다.

<b>이제 임기도 한달 남짓 남았다. 위원장 개인의 미래 계획을 말씀해달라</b>=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한 사람의 조합원으로서, 노동자로서 민주노총의 명령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서 복무하겠다. 다수 조합원 동지들이 그랬듯이, 언제든 조직 역할을 위한 부름이 있다면 또한 복무할 것이다. 그것이 끝나면 현장에서 성실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삶을 살겠다. 다시한번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특별취재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