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편지 김문영/안양교도소에서 기아자동차 화성지부

"구속 75일째... 동지들의 끊임없는 보살핌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 화성에서 근무하는 김문영입니다. 구속 75일째... 5월 4일 대추리 건(2006년 평택주한미군기지확장저지투쟁)으로 10월 13일 구속되어, 1심에서 1년 6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또 어떤 전과도 없는 초범들의 경우 대추리 투쟁과 관련하여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입니다. 그러나 유독 우리 셋에게만(홍진성(기아), 정만군(민노당 당원), 김문영(기아차노조))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너무 억울하여 밥조차 먹지 못했습니다.
물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공정하게 유무죄를 가려 죄값을 결정하는 것은 맞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어떠한 상황에서 법이 결정되는 것인지, 과연 (이 나라가)법치국가이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선배 동지들이 앞서 겪으며 하셨던 말 중에서 "과연 우리나라 법은 있는 자들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에 대하여 제가 직접 겪고 보니 알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을 갖고 항소하였으며 현재 안양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평택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을 당시를 돌이켜보면 신식 건물이라 별로 춥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곳 안양구치소는 오래된 건물이라 평택구치소와는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많이 춥습니다. 하지만 동지들이 보내 주신 장갑, 토시, 버선을 신으며 따뜻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노동조합 교육을 통하여 대추리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업장도 조합원 교육이 있겠지만, 저희의 경우 한 해를 전·후반으로 나눠 각 4시간씩, 총 8시간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작년(2006년) 같은 경우 사회이슈로 자리잡았던 미군기지 확장,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등을 포함하여 미군관련 영화 시청각 교육도 받았습니다. (평택 주한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과 관련하여 노조가 교육을 실시하게 된)더 중요한 계기는 같은 지역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노동조합원 대추초등학교 현지에서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당시 마을 주민과 이장님께서 현장교육을 맡아 주셨습니다. 그 분들은 "왜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말씀해주셨고, (저는)그런 내용을 접하면서 미군기지 확장반대의 목소리를 외치게 되었습니다.
대추리 주민들이 한 평생 피와 땀을 흘려가면서 애지중지 다듬고 자식처럼 키워온 땅이었습니다. "만일 이번에도 물러서면 꼭 3번째 쫓겨난다"고 토로하였습니다. 처음 쫓겨난 시기는 일제시대, 두 번째는 미군정 때,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현재입니다.
이러다 보니 평생 몸 받쳐 일궈온 땅을 주한미군기지 확장부지로 빼앗는 대가로 억만금을 준다고 한들 현지 주민들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현장교육 당시 주민들은 교육 중간중간 입버릇처럼 되내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올 해에도 농사를 짓게 해 달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당연한 것을 왜 저리 반복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말속에 그분들이 평생 가슴에 담아둔 채 입밖에 꺼내지 않았던 한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과연 저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고,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거듭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저와 대추리를 잇게 만든 인연이 되었고, 지금 이곳까지 와 있답니다. 그 와중에 동지들의 끊임없는 보살핌 덕분에 수감생활에 잘 적응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점이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특히 구속동지회 동지들 모두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2007년, 새해에도 지금처럼 (동지들의)정을 듬뿍 모으고 나누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6년 12월 26일 안양교도소에서 (△구속노동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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