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국가보안법 수호기관 헌법재편소를 규탄한다.

<성명서>

국가보안법 수호 기관임을 드러낸 헌법재판소를 엄중 규탄한다.

최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이때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7조 1항(찬양·고무)과 5항(이적표현물)에 대해 전원일치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헌법적 의의를 갖는 국제인권조약의 사상·양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의 원리를 거부하고 헌법보다는 국가보안법을, 사회의 진보와 민주적 발전보다는 수구적 질서의 온존에 보다 큰 의의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헌법재판소의 보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결정은 가장 적나라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었고, 심지어는 국가보안법의 존치론자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우리는 헌법재판소를 엄중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는 지난 1991년의 7차 법개정에서 “국가의 존립&#8228;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란 주관적 규정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법규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제거됐”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헌재의 주장은 유엔 인권이사회(자유권위원회)에서 자유권 조약 심의과정과 개별 사건들에 대한 심의과정에서 가장 문제 삼은 것이 바로 7조이며, 국가보안법을 당장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7조부터 삭제하라고 권고한 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는 바로 7차 개정 이후의 법 적용을 문제삼았던 것이지 이전의 국가보안법 7조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다.
더욱이 7차 개정 이후 대법원의 판결은 변경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으며, 오히려 국가보안법 7조에 의한 구속자는 늘어만 왔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는 주장일 따름이다. 1991년 국7차 개정 이후인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10년간 국가보안법 적용 구속자 3,047명 중 제7조 관련 구속자가 2,762명으로 90.6%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7조가 갖는 자의성과 다의성은 제거되지 않은 채 악용되고 있어서 보수적인 한나라당에서마저 7조의 개정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현실도 무시하고 있다.

또 “평화시를 염두에 둔 형법의 내란, 외환죄 등은 고전적이다. 보안법의 독자적 존재의의가 있다”는 주장에 가서는 헌재 재판관들이 국가보안법의 제정과 개정 당시의 상황이나 그 역사를 알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는 전시였다. 그래서 내란·외환죄 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강력한 처벌을 예정하고 있고, 국가안보를 특히 중점을 두고 만들면서 전시와 평시를 다 규율할 수 있도록, 보안법을 다 흡수하여 만든 법이다. 지금의 헌재 재판관들의 인식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의 형법 기초자였던 김병로 대법원장의 인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이라고 단정짓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냉전시대의 반공논리에 찌들어 있는 헌재 재판관들은 냉전이 지구적으로 종식되었으며, 남북이 정상회담까지 갖고, 남과 북의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는 시대적 상황을 오히려 체제대립적인 과거로 되돌려 보려는 냉전수구세력의 억지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헌재는 책 하나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이적표현물 조항에 대해서도 ‘민주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애매한 추상성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형사법의 원리의 하나인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성’보다는 공안기관의 자의적인 판단과 법 적용을 그대로 존중하자는 이런 주장이 헌재 재판관들의 공통된 인식이라니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민주대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기본권의 수호를 대법원에는 맡길 수 없기 때문에 헌법적 원리에 입각하여 행정부의 법 집행만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이나 국회의 입법행위조차도 규율하게 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다. 이런 헌재가 위와 같은 한심한 결정을 내릴 때 헌재는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억지와 안간힘으로는 역사의 정방향에 서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실현과 통일로 가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반인권, 반헌법적 결정으로 규정짓는다. 우리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도 아랑곳없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전을 위해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를 위한 투쟁에 더욱 힘차게 나설 것이다. 우리는 국민들과 더불어 반드시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민주와 인권,평화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2004년 8월 27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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