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303호 주장

지난 17일부터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는 고용허가제는 과거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노동을 목적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연수생이라는 이름을 붙여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던 편법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이주노동시장이 무규범상태에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주노동자의 법적인 권리를 인정하였다는 점은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제도와 집행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노동권이 보장받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고용허가제가 부분적으로 시행되었던 지난 1년간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법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고용허가제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산업연수생제도가 병행 실시되고 있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 두 가지의 법이 존재한다는 것에서부터 모순이다. 더욱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목적이 이주노동자 문제의 진원지인 산업연수생제도를 존치하고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문제이다. 그리고 고용허가제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법으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받을 수 없는 제도의 맹점이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이동 제한이 바로 그것이다. 사업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감당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제도를 악용한 사업주의 부당한 행위가 횡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장이동 자유의 제한은 미등록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어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허가제에서는 외국인력의 도입규모 등 중요한 결정을 정부에 맡겨두고 있다. 외국인력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2004년 하반기 외국인력 도입계획도 노동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외국인력 정책의 성공은 미등록불법체류자 문제의 해결 여부에 달려있다. 정부는 단속과 강제추방이 대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우리의 지난 10년 간의 경험과 외국의 사례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검증되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를 보장하고 외국인력정책을 사회적 공론으로 결정하게 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라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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