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십니까?

사람들은 때론 병을 이유로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꾀를 낸다. 물론 진짜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서러운 것도 없지만, 가끔은 몸이 아파서라는 이유로, 회사사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한다. 우울증은 요사이 핑계의 용도로 자주 등장하는 병증 중에 하나다.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렇고, 그런 이유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국어사전은 우울증을 “근심이나 걱정이 있어서 명량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쓰고 있다. 어떤 걱정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또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파산, 실직 또는 사람과의 갈등 등으로 생긴 ‘스트레스성 우울’은 순수한 의미의 우울증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 우울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까지 발전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실제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한다. 때문에 우울증은 별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울증은 성격이 지나치게 꼼꼼하고 원래 내성적이어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평소 활달하고 명랑한 사람에게도 올 수 있다. 우울증에 정신상담 치료가 약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며 주된 치료는 약으로 한다.
우울증은 사람들의 상상 외로 그 증세가 상당히 심각한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자살을 하는 예도 흔하다. 치료한다고 이런 환자를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 같은 곳에 보내면 왜곡된 자기만의 생각에 더욱 몰두해 자살충동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조용한 휴식처는 오히려 건강한 사람의 정신적 휴식처로 적당하다.
우울증은 비교적 잘 낫는 다고 한다. 치료를 받으면 약 1개월이면 좋아진다. 다만 약을 복용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15일 이상 지속해 약을 써야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며칠 약을 먹고 효과가 없다하여 곧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어렵다. 또한 저절로 낫는다며 병을 가벼이 여겨 기다리기만 하는 것 역시 환자에게 기나긴 고통일 뿐이다. 잔소리와 병은 짧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자료 : 삼성서울병원
박성식 bullet19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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