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위원장 투옥이유는=김성환 위원장이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 ‘벼랑끝에서 희망을 움켜쥐고’를 엮은 것이 결정적 사유다. 삼성은 한국 정부보다도 더 강력한 조직망을 가지고 자사의 노조 결성 움직임을 조기 차단하고 탄압했다. 오랫동안 삼성재벌이 ‘무노조’ 경영을 자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탄압 사례들과 생생한 노동현장 사례들을 엮어 책으로 냈는데 그 책이 삼성 에스디아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중요한 구속사유 중 하나다. 또 2003년 6월5일, 삼성에스디아이 울산지역 노동자들 분신기도 사건이 있었다. 그와 관련해 최종재판에서 방화범으로 결론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울산지역 노동인권단체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조사단을 만들어 자료집을 내고 언론과 인터뷰하며 진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또 명예훼손으로 간주돼 2005년 2월22일 울산 지방법원에서 법정 구속됐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곧바로 실형까지 선고됐다.

-옥중 단식을 여러번 하셨다. 최근 근황은=울산구치소에서 항소심 끝나 부산교소도로 갔고 울산과 부산에서 1년 2개월 정도 있었다. 2006년 4월10일 영등포구치소로 옮겨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다. 영등포구치소로 와서 10개월 동안 다섯 번째 단식하고 있다. 평균 한달에 두 번 한 셈이다. 짧게는 8일, 길게는 17일까지 했다. 위원장 나이가 올해 50이다. 김성환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 최근 에스원노동자들 6개월간 복직싸움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또 제소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교도소내 제소자 급수결정에 따라 면회횟수를 제한하는 문제로 13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죽 좀 먹을 만하니까 또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2월6일부터 오늘(2월13일) 8일째다. 옥에 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임종도 못봤고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데다 2월14일 두 아들 졸업이 있어 귀휴를 신청했다. 형기도 반이상 지났다. 부모님 산소에 가서 술이라도 한 잔 올리고 두 아들의 졸업식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귀휴 신청을 거부당한 것이 이번 단식 이유다. 저도 2월1일자로 법무부장관과 교도소장 앞으로 귀휴 신청을 했는데 법무부에서는 교소도측과 상의하라는 답변이 왔다. 그런데 교소도측은 제소자 급수가 3급 이상이 아니라서 안건상정조차 안된다고 했다.

-제소자 급수란 무엇인가=교소도내 제소자 분류심사제도다.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 175개 항 설문조사를 통해 제소자들을 분류하고 등급별 대우가 다르다. 교도소 모든 제소자에 대한 설문내용이 동일하다. 설문내용 자체가 비상식적·비정상적이고 답할 가치가 없는 것이 많다. 김성환 위원장은 분류심사를 거부해 아직도 처음 입소시 매겨진 4급수다. 2월6일 아침 김성환 위원장에게 3급수 이상이 아니라서 안건상정조차 안된다고 했단다. 애초 교도소측에서는 분류심사를 거부해도 가석방건 외에는 불이익이 전혀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등급문제로 귀휴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소도 재량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김성환 위원장 단식으로 인한 두번의 교소도내 사과방송으로 자존심이 상해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괴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는 것이 김성환 위원장의 생각이다. 내일부터는 물도 안먹겠다는데 교도소장도 만나주지 않는다.

-김성환 위원장 옥살이가 3년째다. 가계살림은 어떤가=다들 어렵게 살지 않나. 유난 떨 것없다고 본다. 오토바이 배달로 밥먹는다. 제가 연년생 낳고 살다보니 아무것도 못했다. 그동안 책·정수기 외판에서부터 분식집, 세차장에서도 일했고 화장품가게도 했고 오토바이로 녹즙배달도 5년간 했다. 김성환 위원장 구속 전 오토바이 우유배달을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사실 우리 부부는 법적으로 이혼한 처지다. 아이들과 생활하려면 생활비가 드는데 이혼하면 모자가정이 돼서 정부지원금도 받고, 기초생활 수급자가 돼서 등록금도 면제되고 병원비도 안든다. 저도 남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성환 위원장의 아내로서, 세 아이의 엄마로서 당차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아내로서 동지로서 볼 때 김성환 위원장은 어떤 사람인가=한마디로 사랑이 많고 정직한 사람이다. 정직은 아무도 못 따라올 것이다. 또 사람이 살다보면 늘 핑계를 대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김성환 위원장에게는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할 일을 방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족생계가 어려워도 김성환 위원장은 꿋꿋이 스무살에 세운 뜻을 굽히지 않고 한 길을 걸었다.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모를리 없으면서도 그 누구의 지원이나 도움도 받지 않고 저를 믿고 가족을 믿으며 극복해 왔다. 그가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혹자는 김위원장이 피도 눈물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인간적으로 참 좋은 사람이다. 김성환 위원장을 존경한다.

-김성환 위원장과 삼성 무노조경영에 대해=오랫동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었다. 일례로 그냥 보기에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같은 곳은 노조도 잘 만들고 조직력도 강력하지 않은가. 집에 돈을 안갖다 주는 것은 둘째치고, 그토록 애를 썼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삼성에스디아이에 노조를 만들었다는 말이 없어 이상했다. 결과물이 보이질 않았다. 김성환 위원장이 삼성노동자 탄압백서를 만들고, 글들을 보고, 구속되고 나서 차차 알게 됐다. 변호사 말이 삼성측이 김성환 위원장을 잡아넣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1심 재판자료를 보니까 알겠더라고 했다. 항소심 직전에도 삼성에스디아이 김순택 대표이사가 세 번이나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김성환을 처벌하라는 내용이었다. 재판장이 읽은 판결문에 그 내용이 인용돼 있었다. ‘김성환은 반드시 실형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국제 엠네스티 ‘양심수’ 선정에 대해=삼성이 고소했고 한국 사법당국에서는 죄 있다고 김성환 위원장을 가뒀는데 국제적으로 죄 없다고 공포한 셈이다. 삼성재벌과 노동자들간 재판이 많고 삼성 노동자들이 법정까지 가서 이긴 일이 흔치 않다. 2003년 김명진씨가 산재소송으로 5년간 싸우다가 이긴 일이 유일하다. 노동자들에게 고무적인 일이고 특히 삼성 노동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고 본다. 역사적인 일이다.

-‘재벌은 사면 노동자는 구속’되는 상황이다. 향후 투쟁에 대해=김성환 위원장이 처음 구속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대법원까지 가며 오늘까지 왔다. 김성환 위원장이 지금은 일시적 귀휴문제로 단식하고 있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단식투쟁을 벌여온 것도 모든 잘못된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의미다. 감옥에서는 굶는 것 이외 싸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할 수 있는 노무현정권에 대한 저항이며 투쟁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밖에 있을 때보다 감옥에서 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 밖에서도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아이들 데리고 열심히 살면서 할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할 것이다. 면회 때마다 김성환 위원장을 보면서 힘을 얻고 과업을 느낀다. 늘 지혜가 부족해서 미안할 뿐이다. 힘닿는 한 진실들을 세상에 알려내려고 한다. 그것이 저의 투쟁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노동운동하는 사람들조차 삼성에서는 노조가 안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도와줘봤자 안되더라’ 하는 분위기가 있다. 삼성 무노조경영이 가능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김성환 위원장이 언젠가 처절하게 말했다. “구속노동자들에 대해서 민주노총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일단 감옥에 들어가면 그것으로 끝이고 본인과 가족이 알아서 할 문제로 치부된다”라고 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때 구속돼서 4년째 감옥에 있는 엄기준씨를 보면서도 느꼈다. 민주노총 간부들을 보면 늘 분주한 것 같다. 하지만 필요한 곳에서 민주노총의 빈자리를 많이 봤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김성환 임경옥은 누구인가

김성환 위원장(50세)과 부인 임경옥씨(48세)는 군사독재가 판을 치던 1981년 봄에 만났다. 대학 2년을 다니다 봉제공장에 취직한 임씨는 지인의 소개로 당시 직업훈련원에서 밀링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부천지역에 취업한 김성환 위원장을 알게 됐다. 86년 결혼해 임씨는 아이들을 낳고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김성환 위원장의 노동운동으로 생활고에 봉착해 안 해본 일이 없단다. 게다가 김성환 위원장과 임경옥씨는 현재 법적 이혼부부다. 생활이 어렵다보니 궁여지책으로 이혼을 통한 최소한의 정부지원을 선택한 것. 그동안 삶이 고생길 그 자체였다. 그래도 이들은 행복하다. 감옥에 있는 김성환 위원장은 아내 임경옥씨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족들은 남편이자 아빠인 김성환 위원장을 굳게 신뢰하며 지지한다. 두 부부에게 큰딸 한나(21세)와 장남 갈음(20세), 차남 대무(14살) 세 아이는 함께 세상을 바꿔가는 동지이자 희망이다.


삼성 무노조전략이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절대 안 된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유훈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전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수단과 방법으로 유지돼 오고 있다.
1997년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노조설립 시도가 많아졌지만 삼성의 철저한 노무관리로 인해 모두 깨졌다. 특히 최근 삼성SDI(99년 12월)와 에스원(2000년 5월)의 노조설립 시도도 무산됐다. 삼성 무노조신화가 그 위력을 입증한 것이다.
1999년 11월 삼성SDI 수원공장에서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핵심멤버 중 고영선씨와 최영만씨의 증언이다. 이들은 일본연수 중 붙잡혀 8일 동안 일본 호텔에 억류됐었다고 한다. 사측 권영만 상무가 이들을 불러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과 같다. 이 문제가 결론나지 않으면 귀국 못한다. 나랑 여기서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 2000년대 초 신세계백화점 노조 결성 준비 중 삼성측이 엄청난 현금을 가져다놓고 원하는 만큼 가져가되 노조만은 하지 말라는 기막힌(?) 제안을 해서 결국 노조 결성이 중단됐다는 제보도 있다.
이같은 비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삼성은 정말 돈이 많은가 보다. ‘안티삼성’ 인터넷 도네임들을 싹쓸이 구매해버린 사실만 봐도 그렇다.


김성환 위원장의 삼성투쟁 일지

-1996년 이천전기 노사협의회 의원 당선 활동 중 11월 삼성재벌에 의해 징계해고
-1997년 3월 이천전기 삼성계열사로 편입
-2000년 2월 삼성그룹 해고노동자 원직복직 투쟁위원회 결성 의장으로 추대
-2001년 1월 민주노총 전해투 위원장으로 추대 동시에 수배
-2002년 1월 제보로 울산에서 체포, 조사 후 석방
-2002년 7월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 ‘벼랑 끝에서 희망을 움켜쥐고’ 발간
7월말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8월 보석상태로 재판(집행유예 3년에 5년)
-2003년 2월 삼성일반노조 건설해 위원장으로 활동
3월 MBC PD수첩 ‘불패신화 무노조 삼성’ 제작 지원. 삼성재벌 노동자탄압 실상 폭로
-2004년 7월 삼성재벌 휴대폰 불법복제해 노동자 위치추적 사실 언론에 폭로, 검찰에 고소
12월 수원 삼성전자 노동자 탄압, 강제사직 금품매수 각서 폭로 삼성전자 노동자와 1차 양심선언
-2005년 1월 수원삼성전자, 삼성SDI 노동자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격리 감금, 강제사직, 금품지급 각서를 언론에 폭로하고 삼성전자 노동자와 제2차 양심선언
-2005년 2월 울산법원 법정에서 구속
3월 이건희 구속처벌 촉구 17일 단식
4월 울산구치소 복역 중 모친 돌아가심
8월 상고 중 부산교도소에서 부친 돌아가심
9월 이건희 X-파일 관련 구속처벌 요구하며 15일 단식
10월 대법판결 실형 2월로 집행유예 3년 실효, 형 확정(2008년 10월7일 만기)
-2006년 2월 울산 삼성SDI 노사협의회 위원 분신기도 사건 진실규명 위한 각 단체 진정서 발송 및 삭발
-2006년 5월 영등포교도소 수용자 처우개선 요구와 삼성재벌 규탄하는 13일 단식
-2006년 7월 비정규직 철폐와 삼성재벌 규탄 위한 옥중연대 8일 단식
-2006년 10월 삼성재벌 규탄과 삼성에스원 노동자연대와 신세계 이마트 여성동지들 원직복직 완전승리 위한 연대 옥중 13일 단식
-2007년 2월5일 국제 엠네스티 양심수 선정
2월6일 자녀 졸업식과 부모님 성묘 위한 귀휴신청 불허에 7차 단식 돌입
2월13일 현재 8일째 단식중. 영등포교도소 독거방에서 복역 중


김성환 위원장 구출을 위한 각계각층 노력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석방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엠네스티(사면위원회)는 ‘무노조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에 맞서 노동운동을 하다 업무방해죄로 수감된 김성환 위원장을 양심수로 선정했다. 국내에서 노동자가 엠네스티 양심수로 선정된 것은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이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월8일 국제 엠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선정한 김성환 위원장의 석방을 주장하며 청와대 1인시위를 벌였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김성환 위원장과 모든 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9일로 예정된 정부의 사면 대상자 결정을 앞두고 인권시민단체들은 비리재벌과 정치인에 대한 사면 대신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와 인권운동사랑방 등 14개 시민단체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 설립을 막는 삼성그룹에 맞서 노동운동을 하다 수감된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씨의 석방을 위해 탄원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9일 발표된 사면 대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정부가 엠네스티 선정 양심수라는 짐을 벗을 포기한 만큼 그를 석방하라는 요구가 국제무대에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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