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이 완전하지만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만든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델’이라는 책자를 둘러싸고 새삼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본질이 ‘이윤 극대화’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등 ‘시장경제 체제’의본질을 부각시켜 고등학교 사회과목 참고서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전교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드가 1776년에 발간한 “국부론”(정확히 번역하면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에서 언급한 이론이다.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 자유방임적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개인의 이기적 욕망을 추구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사회전체 이익인 ‘국부 증진’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유시장주의, 보다 이념적인 표현으로는 자본주의의 토대가 되어 왔다.
국부론이 나온 지 약 100년이 경과한 시점에,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번창하던 자본주의를 관찰한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는 망하고 공산주의 체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 사상은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쳐서, 공산주의와 계획경제의 이론적 기반이 되어 왔다.
자유시장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체제 경쟁은 이후 100여 년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공산주의 맹주였던 구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일단은 자유시장체제가 승리를 거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자유시장주의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사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자유시장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자유시장주의 경제체제가 공산주의보다 생명력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고전적인 자유방임 시장체제를 고수하지 않고 사회주의적인 시각을 적절하게 도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부론이나 자본론이 단순히 천재적인 학자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 시대의 사회 경제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 사회적인 상황이 변함에 따라 경제이론들은 수정 보완되어왔다. 어떤 때는 자유경제 논리가 어떤 때는 계획경제 논리가 경제이론과 정책 중심이 되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제교육을 위해 쓰일 책자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2개의 중요한 축인 자본가와 노동자 가운데, 자본가의 시각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자본주의는 많은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약자일수밖에 없는 노동자를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시장체제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새로운 경제교과서는 현재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신중철/경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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