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거울인 옥중동지들이 바로 민주노총의 힘입니다"

<b>사랑하고 존경하는 옥중동지들</b>

늦밤 한 마을버스 정류소를 지나다가 전선 위에 걸려있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하나의 선만 끊어져도 아주 혼란스럽고 무의미해지는 도시의 밤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바로 그는 세상의 빛을 더하는 노동자였습니다. 그는 세상의 동맥을 잇는 일꾼이었습니다.

한밤중에 등이 없다면 공동은 또 얼마나 혼란스럽고 허전할 것인가... 전선 위의 노동자는 그 개인을 사회 전체에 양도하고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묵묵히 일하는 이가 바로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최고의 임금과 최대의 행복이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가장 찬란하고 쓸모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려울 때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쁨과 슬픔을 나눠야 할 소중한 동지들이 투옥되었습니다. 허공을 응시하기도 하고, 창밖의 까치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몇줌 안 되는 밋밋한 식사로 허기를 채우면서도 노동해방의 그 날을 염원하고 있을 동지들에게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이석행입니다. 겁 없이 뭔가를 해보겠다고 이번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돼 활동하게 됐습니다. 진작 옥중동지들에게 인사를 드리려했는데 늦고 말았습니다. 저의 게으름을 탓하여 주십시오.

남들이 열 가지를 생각할 때 저는 늘 하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옥중동지들입니다. 소중한 동지들에게 무엇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를 두고 거듭 고민을 했습니다. 하여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을 말씀드리려합니다.

이제 입으로만 하는 웅변에서 벗어나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 삶의 터전을 다시 조합원 동지들에게 되돌려 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밑바닥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세우기 위해 마음을 모아낸 감격의 80년대를 옥중동지들은 관통했고, 그 치열한 삶을 통해 또한 이 땅을 감동시켜왔습니다. 동지를 감동시키고, 대중을 감동시킬 줄 알았던 동지들이 처한 오늘날의 모습에서 민주노총을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중의 심장을 떨게 만들고 가슴을 울린 동지들의 헌신을 제가 서있는 오늘의 민주노총 중심에 바로 가져다 놓고, 바로 세워보려 합니다. 세상이 천만번 변한다해도 소중한 동지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잡다한 이유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오로지 동지들을 하루빨리 민주노총으로 모시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b>사랑하고 존경하는 옥중동지들</b>

빵과 휴식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빵과 더 많은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는 노래말이 떠오릅니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뒤를 되돌아보며 제 삶을 반성하고, 참다운 삶의 길, 진실의 길을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민주노총을 동지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현장대장정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새 역사를 열고 나가야 할 중대한 전환점에서 소중한 동지들이 옥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차디찬 감옥에서 외롭게 투쟁하고 있을 민주노총의 거울인 옥중동지들이 바로 민주노총의 힘임을 말씀드립니다.

옥중동지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책임있는 민주노총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투쟁의 이름으로 박제화된 심장없는 민주노총을 다시 살리겠습니다. 그래서 현장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현장대장정의 강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 민주노총의 힘으로 모아지고, 민주노총의 힘은 소나기로 퍼부을 것이고, 햇살로 동지들을 환히 비출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이마 위에 패인 '아픈 흔적'은 오늘의 저를 일깨우는 힘입니다. 옥중동지들은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의 몸을 묶어내는 힘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힘을 다시 되찾기 위해 현장대장정으로, 민주노총 재창립으로 총궐기하려 합니다. 쓰러져도 두렵지 않습니다.

서로 참고 노력하며 일군 자긍심이 서린 민주노총입니다. 동지들의 믿음을 공유하는 삶터입니다. 완전한 믿음과 동지애 속에서 차이를 넘어 연대해왔고, 양심과 정의 하나로 행진해왔습니다. 그 열정이 올곧게 뿌리박힌 민주노총은 옥중동지들의 투혼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방울 물이 있었네. 모두들 그 물을 보고 너무 작아 목도 축일 수 없네. 아무 소용없다 말하네. 하지만 그 물방울 묵묵히 흘러갔다네. 산을 지나 넓은 들판을 달려 묵묵히 흘러갔다네. 때로는 험한 사막을 지나 때로는 비바람 뚫고 지치고 힘들어 쓰러졌지만 일어나 달려갔다네. 한 작은 그 물방울 묵묵히 흘러갔다네. 사람들은 이제 그 물을 보고 바다라고 말하네. 바다는 무수한 물방울이 모여 살고 지고..."

"무수한 물방울이 모여 이루어진 바다", 그것은 바로 옥중동지들입니다.

옥중동지들의 건투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2007년 2월 15일

이석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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