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벽으로 막힌 대구감옥 안에서 조합원들이 곡기를 끊고 부당한 세상에 맞서 싸우고 있다

3월13일 이날은 대구교도소 앞에서 검찰의 노동탄압 만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3일 아침 6시20분 서울역, 일행은 KTX를 이용해 동대구로 향했다. 대구건설노조 조직부장 동지가 차량을 갖고 마중 나오셨다. 일행은 동대구역 도착 후 대구건설노조를 방문하고 바로 대구교도소로 갔다.

13일은 대구교도소에 수감된 이지경 포항건설노조 전 위원장, 울산플랜트 노조 박해욱 위원장 등 17명이 포항지청의 포항건설노조 파업투쟁 관련 수사결과 검찰보고서 때문에 단식을 시작하는 날이다.

검찰문서는 대외비였다. 문건에는 포항건설노조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을 뿐만 아니라 파업 전부터 사찰을 자행한 사실이 기록돼있다. 또 집회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은 닥치는 대로 조합원들을 폭력연행했다.

70명 연행자 모두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 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하라는 취조지침까지 준비했다. 더 심각한 점은 연행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포괄적 공모공동정범' 죄목을 덧씌워 모두 구속시킨 사실을 두고 검찰은 자랑하듯 기록했다.

검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는 발간사가 적혀 있는데 이것이 대외비인 이유가 검찰의 앞으로의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또 다른 지방 검찰들도 노동사건을 다룰 때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고 돼 있다.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노동부에 대해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의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말라는 등 월권과 직권남용도 일삼았다.

아침 9시30분 대구교도소 앞에서 단병호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중근 열사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자국민을 때려죽인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오리무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인 하중근 직접사인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도록 했지만 수사역시 지지부진하다. 이같은 반국민적인 검찰집단에 대한 규탄을 한 것이다.

기자회견 후 감옥에 갇혀 있는 조합원 동지들을 면회했다.

단병호 의원이 유기수 사무처장과 김병일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을, 저는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정우달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조기현 대구건설노조 위원장, 박해욱 울산플랜트 위원장, 포항지역건설노조 이지경 전 위원장을 면회했다.

박해욱 위원장은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위원장을 맡으면서 운동을 했기 때문에 경력이 짧다고 하셨다. 1년6월 징역형을 다 살았는데 앞서 집행유예기간이 남아 아직 구속된 상태라고 하면서 오는 11월초가 만기라고 하셨다. 아마 지금 감옥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살고 계시는 위원장일 것이다.

면회 중에 교도관이 들어오자 "출역 나가는 게 어떻게 됐냐"고 묻는 위원장 모습이 안쓰럽다 "출역해 모범수로 인정되면 조금 빨리 동지들 곁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말에 코끝이 찡하다. 그는 재작년 구속돼 겨울을 두 번이나 치르고 있다.

정우달 본부장에게 당원 여부를 물었다. 그는 아직 아니라고 하면서 겸연쩍어 한다. 작년 추석 때 저로부터 받은 편지를 자랑하신다. 정 본부장은 "멋있게 집단적으로 가입하려고 했는데 울산플랜트 투쟁이 커지고 감옥 오는 바람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말씀을 한다. 괜히 오히려 제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참 선하고 인자한 풍모를 가진 위원장이다. 그는 기결수이기 때문에 한 달에 4번만 면회가 된단다. 아이들이 2번 온단다. "동지들이 면회 오겠다면 손사래를 치신다"고 한다. 혹시 겹쳐서 면회조차 안될까 해서...

이지경 위원장은 3년6월형을 받았다. 대법원에 항소했고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단다. 한 이십일 동안 면회조차 이뤄지지 않아 바깥소식은 지나간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알아 나간다고 한다. 포항 투쟁에 관해 바깥동지들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한다. 동지들 안부도 묻는다.

두 분 건강은 괜찮아 보인다. 이들은 노동진영 투쟁소식을 갈구한다. 특히 감옥에서 힘이 되는 건 역시 바깥 노동자 투쟁이란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에 당선돼 두 달째 임기를 수행 중인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께서 이런저런 말씀을 한다. 주 부위원장 말씀에 두 동지들이 기대와 동지애를 느끼는 것 같다.

각 30분씩 특별면회 후 두 손을 마주잡았다. 손이 따뜻해진다. 주봉희 부위원장은 그들을 포옹한다. 이렇게 접견을 마치고 뒤돌아 서는 두 분 뒷모습을 본다. 가슴이 저려온다.

포항지청 검사들이 저지른 만행을 규탄하면서 곡기를 끊었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감옥 안에서 조합원들이 부당한 세상에 맞서 싸우고 있다.

노동자는 국민도 아닌가? 검찰 등이 노동자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부당불법한 노동탄압에 맞서 노동자들이 저항하면 무조건 구속한다. 오로지 잡아 넣겠다는 식의 탄압으로 일관한다면 누가 그들을 공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나. 그들은 단지 포스코 앞잡이, 자본 시녀일 뿐이다.

법이 중립을 지키고 있나?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 아니라 "가진 자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대구교도소 17명의 노동자 양심수를 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옥중단식 투쟁을 벌이는 동지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갖고 답해야 하나.

매달 16일은 전국에 산재한 경찰청 앞에서 하중근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 몬 책임자 처벌과 검찰이 벌인 직권남용 행위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오는 3월 16일 오후2시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연다.

한미에프티에이 협상저지 투쟁이 상부구조의 정치경제적 주권회복운동이라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건설노동자의 원청사용자성을 쟁취하는 투쟁이야말로 하부구조의 생산관계를 제대로 규정하는 투쟁일 것이다.

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아울러 투쟁 동참을 호소한다.

<글=이해삼/민주노동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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