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오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겪고있는 민생파탄이 오죽 심하면, 자본주의언론시장에서조차 민생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고, 대선주자들마저 선거공약의 첫 자리에 민생문제를 올려놓겠는가.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 민생문제를 빼놓으면 선거쟁점이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생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입증하는 정치세력이 대선과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요즈음 권력욕에 사로잡힌 지배계급은, 그러한 전후상황을 동물적 감각으로 파악하고 제각기 민생해결책을 꺼내면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꺼내놓은 민생해결책이라는 것은 거짓말이 넘치는 사실상의 민생파탄책이다. 왜 그러한가?
평소에는 민생문제에 눈과 입을 닫아버린 채, 민생파탄의 주범인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자본을 위해서 열심히 봉사해왔으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얼굴이 돌변하여 민생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떠드는 말은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다.
자기가 집권하면 경제성장률을 몇 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고 외치는 대선주자들은, 경제성장이 자본증식이지 민생해결이 아니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추면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전체를 속이는 정치사기극을 연출하는 것이다.
보수정당과 중도개혁정당은 민생문제와 무관한 경제성장률을 꺼내놓고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면서 말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 정작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방도에 대해서는 엉터리 같은 소리만 내뱉고 있다. 그들이 언론에 발표한 민생해결방도라는 것은 듣기에도 거창한 국책사업들인데, 그것은 한결같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자본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국가정책이다. 민생문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겪는 생존문제, 경제문제이므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마땅히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관점에서 모색되고 발견되고 제기되어야 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민생문제는 선거철만 되면 중대한 정치문제로 등장하지만,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관점은 손톱만큼도 갖지 않은 보수정당과 중도개혁정당에게 그러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따라서 민생문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관점을 가진 진보정당만이 풀 수 있는 문제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관점에서 민생문제를 해결하려는 진보정당이 그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 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한 갈래는 민주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길이고, 다른 갈래는 사회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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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계급관계가 형성된 조건이나 노동계급의 주체적 조건을 살펴보면, 민생문제를 사회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 시기 민생문제는 민주주의적으로 풀 수 있으며, 민주주의적으로 풀어야 한다. 비단 대선이나 총선에서 선거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민생문제를 민주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최대의 쟁점이며, 전략문제이다.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이것이 노동계급이 요구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이며, 진보정당이 치켜들어야 할 투쟁의 깃발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연대전선이 외쳐야 할 투쟁구호이다.
민생문제란 무엇인가? 사회계급문제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문제라는 현상으로 드러날 때 그것을 민생문제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민생문제는 현상이고 사회계급문제는 본질이다. 사회계급문제를 본질로 하는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계급의 정치이념을 민주주의라 한다.
민생문제와 민주주의를 떼어놓은 채, 민주주의는 실현되었는데 민생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림자만 있고 실체를 없다고 말하는 궤변이다. 노동계급의 눈으로 바라보면,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회는 아직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한 사회인 것이다. 자본가와 도시중산층에게는 민생문제라는 것이 있을 수도 없으므로 그들은 민생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회에서도 자기들끼리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겠지만,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민주주의는 그들의 민생문제가 해결될 때, 오직 그 문제가 해결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민생파탄에 빠져 있는데도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자본가와 도시중산층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는 뜻이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민생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계급관계를 민주주의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사회계급관계를 민주주의적으로 변화시켜야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사회계급관계를 민주주의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사회계급관계의 민주주의적 변화란 민주주의적 정책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정책적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책적 연구는 전문적인 것이어서 이 짧은 글에서 논하기는 힘들고, 다만 정책기조만을 간단하게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독점자본이 장악한 중요산업의 사적 소유와 사적 경영을 국가적 소유와 공적 경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을 중요산업의 국유화라 한다. 국가적 소유란 기업을 소유하는 법적 책임을 정부가 맡는 것이고, 공적 경영이란 개별기업을 경영하는 책임을 그 기업의 노동계급이 맡는 한편, 기업들과 생산부문들을 조절하는 책임을 정부가 맡는 것을 뜻한다.
둘째, 도시중산층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계급의 생산활동을 민주주의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제국주의독점자본의 경제침탈과 시장지배로부터 농민과 서민을 보호하고, 농지개혁을 실시하여 빈농의 생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영세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서민의 생산활동을 보장하고 도시빈민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주택임대, 물가안정, 문화생활혜택을 추진하고, 투기행위와 매점매석을 근절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일어나 싸우는 노동계급, 그들의 응전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선거가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살릴 것이다.(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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