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건설노조위원장 조기현(대구교도소 수감)의 옥중서신

<font color=darkblue>3월20일 <노동과세계>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배달됐습니다.

대구경북건설노조 조기헌 위원장. 그는 '인간취급'도 못받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다 대구교도소에 투옥됐습니다. 대구교도소에 수감된 민주노총 조합원 17명이 13일부터 옥중단식투쟁에 돌입했습니다. 포스코 자본에 맞선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검찰은 포스코 자본을 대리해 전방위적인 노동탄압을 자행했습니다. 그 내용은 포항지청이 작성한 포항건설노조 수사결과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습니다. 특히 '포괄적 공모공동정범'이라는 조항을 덧씌워 노동자를 대량구속했습니다.

일하는 노동자들이 삶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회를 보며 조기헌 위원장은 '패배가 두려웠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노동자의 길"이라며 "구속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말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대해 게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조기헌 위원장은 글을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가진 마지막 투쟁의 무기, 목숨을 걸고 단식을 시작한다'는 옥중 편지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하루빨리 구속노동자들이 가정과 일터로 되돌아가기를 빕니다.<편집자주></font>

<b>민주노총 총국 동지들에게 드립니다.</b>

사실 저는 제가 구속되기 전만 하더라도 몰랐습니다. 저도 전국교도소의 수많은 동지들을 면회 다녔지만 구속 노동자의 아픔이 어떠한지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무릎을 꿇는다

내가 상처입고
온 밤을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전에
나는 몰랐다. 내가 어느 누군가에게
준 상처에 대해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사랑에 목말라하고
그리움에 애를 태우기 전에 나는 몰랐다
이 밤도 잠들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의 가슴 한 켠에
그리움으로 남아 그를 외롭게 한다는 것을

눈물을 떨구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일이다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외로워 밤새 뒤척이던 모든 일들 앞에
나는 무릎을 꿇는다
비겁한 사랑을,
나를 죽이지 못한 미지근한 투쟁을,
남겨둔 미련을,
아! 무릎을 꿇는다.

연민의 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속 노동자는 그 해 가장 치열하게 투쟁했던 부분들이 아니겠습니까? 투쟁을 잘 했던 잘하지 못했건, 좌파건 우파건, 정규직이건 비정규노동자에 대해서는 감성을 넘어 제도적인 배려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구속 노동자의 문제는 지금 당장 구속되어 있는 노동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투쟁에서 구속도 불사하겠다는 민주노총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노조말살과 비정규직에 대한 탄압이 멈추지 않는 한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내일(13일)부터 대구교도소 구속동지들은 단식투쟁에 돌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속이후 3번째 단식입니다만 이번 단식은 검찰이 포항건설 노조 파업에 직접 개입하고 과거 군사독재 정권시절에나 있었던 탄압의 맨 앞에서 진두지휘했다는 것이 들어난 만큼 이에 대한 항의입니다. 검찰에 의한 건설노조 탄압은 포항만 아니라, 울산, 대구도 똑같은 방법으로 탄압해 왔습니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노조사무실 압수수색, 면회불허 공동공모등을 적용하면 노동자에 대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말살하는 파시즘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단식과 글을 쓰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단식을 앞두고 짧은글(詩)을 써서 동지들과 돌려 읽으면서 우리의 의지를 다집니다.

<b>피의 상징이고 투쟁의 깃발입니다/조기현</b>

열이 있으면
열을 내어 놓고
스물이 있으면 스물을 내어 놓고
단 하나뿐인
그것마저 다 내어놓고
싸움은 시작됩니다.
검찰과 경찰,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독재정권의 군화발로 짓밟아 되듯이
파업파괴 공작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고
단순참가자, 연대의 손길마저 공동정범으로 몰아
마녀 사냥하듯 무더기로 구속시키면서
감옥을 건설 노동자로 넘쳐 납니다.

감옥은 마지막 한명의 동지가 석방될 때까지
투쟁하는 건설 노동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볼모가 아니라, 저들의 포로가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깃발이 되고 있습니다.
포항 동지들만 아니라
여수, 광양 동지들만 아니라
플랜트 토목 동지들만 아니라
덤프 타워 동지만 아니라
모든 건설노동자의 가슴에 휘날리는 피의 상징이고, 투쟁의 깃발입니다

패배가 두려웠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노동자의 길
패할 줄 알면서 피할 수 없었던 투쟁
수많은 패배와 좌절 속에 승리를 확신하고
구속되고 죽어가면서 노동해방의 길로 나아갑니다.

열이 있으면
열을 내어 놓고
스물이 있으면 스물을 내어 놓고
혼자서 안 되면 둘이서
다섯이 안 되면 열이,
열이 안 되면 천이되고 만이 되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끈질긴 투쟁으로
지하에서 하늘과 맞닿은 타워까지
건설노동자 하나 되는 투쟁의 시작입니다.
피의 상징이고 투쟁의 깃발입니다.

구속노동자에 대한 동지의 관심과 애정이 오늘을 이겨내게 합니다. 건설노동자들의 투쟁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 다시 한번 투쟁의 거리에서 동지를 뵐 날을 기다리며

<b>대구교도소에서 조기현올림(대구시 달서우체국 사서함 7-4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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