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여성동지들에게 드리는 글


쓰레기를 치우면서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 했던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눈치 보고 숨죽이며 살아왔던 인생이라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순간까지도 무수한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입이 있으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쓰레기에서 인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쓰레기가 인간선언을 하고 노동자의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눈꼴사나웠나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찍소리도 못하던 이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는 것이 꼴 보기 싫었나봅니다. 갑자기 청소가 안된다느니, 통제가 안된다느니,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느니 하면서 트집을 잡더니 갑작스럽게 해고통보가 날아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숨죽이며 일하는 우리들이 아니기에 선전과 농성을 하면서 고용을 보장하라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무자비한 폭력이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수치심을 무릅쓰며 벌였던 처절한 저항에도 쓰레기 버려지듯 밖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저항의 순간까지 우리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3월 7일 울산과학대와 3월 8일 광주시청의 모습은 왜 그리 똑같을까요?
억장이 무너지고, 너무 울어서 눈물이 말라버리는 그 심정까지 똑같겠지요?
광주시청 여성동지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잊고 싶은 악몽을 다시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경제발전과 국제적 명성을 드높인 정몽준 의원님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박광태 시장님은 늙은 여성노동자들의 호소가 그리도 역겨웠습니까?
우리에게서 그렇게도 악취가 나던가요?
한번 쯤 󰡐저들도 인간이겠지?󰡑하는 생각은 해보시지 않았습니까?
쓰레기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사람이 다시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되면 더 강력히 저항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인간의 목소리와 힘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드리지요.

노동자의 그 어떤 투쟁이 절박하지 않겠으며, 힘들지 않겠습니까?
마음은 당장이라도 광주로 달려가 광주시청 여성동지들의 손을 잡고 싶습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손만 잡고 있어도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멀리서 마음으로라도 동지들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승리하는 그날까지 지금 잡은 이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2007년 3월 18일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조합원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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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울산과학대 미화원 동지들.

저희는 공공노조 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 시청비정규직 조합원들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광주시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박광태 시장에게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되게 일할수 있게 해달라’라는 소박한 요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박광태 시장은 수차례에 걸친 우리의 면담요구에도 단 한번도 만나주지도 않았고, 3/7-8 우리를 ‘악몽같은 폭력’ 속에 몰아 넣었습니다. 우리는 여성으로서의 수치심과 모욕감, 배신감, 그리고 5.18과 같은 장면을 떠올릴만한 공포와 폭력에 짓눌렸고, 술에 취한 시 직원들에 의해 개․돼지만도 못한 짐승처럼 이리저리 끌려가야만 했습니다.

3월 8일 새벽, 남성 조합원들은 건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여성 조합원들은 2층 세미나실로 끌려가 감금된 채 뜬눈으로 악몽같은 새벽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 조합원은 술에 취한 남성 공무원이 담요를 뒤집어 씌운 뒤 질식시켜, 의식을 잃거나 구둣발에 짓밟혀 119구급차에 실려 나갔습니다. 칠흙같은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되었고, 이번엔 감금되어 있던 여성조합원들마저 수천수백명의 광주시 직원 전체가 낄낄대며 에워싼 그 비좁은 통로를 숨막힐 것 같은 공포와 비참함을 안고 또다시 끌려 나와야 했습니다.

결국 3월 9일 박광태 시장은 지난3년 동안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속에서 뼈빠지게 일해온 우리 50-60대 비정규노동자들을 집단해고 하였습니다. 박광태 시장과 시 공무원들이 쓴 더러운 화장실 변기까지도 깨끗이 닦아내던 우리 노동자들을 마치 쓰레기마냥 길거리에 내버린 것입니다.

그리곤 그것도 모자라 가해자인 그들이 피해자인 26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 폭행 및 상해죄 뒤집어 씌워 고소하였습니다. 심지어 3월 14일에는 ‘광주시 직원도 아니면서 생떼와 억지, 과격시위로 광주의 명예를 더럽히고, 투자유치를 어렵게 한다’는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여 우리를 갈갈이 찢어놓았습니다.

마치 광주시장과 폭력을 자행했던 시 직원들은 ‘우리들의 속옷이 총이나 칼이라도 되는지’, 아님 ‘우리의 알몸이 그렇게 폭력적이었는지’ 호들갑을 떨면서 우리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는 광주시장과 그의 지시에 따른 자들에 의해 철저히 묵살되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몇날 몇일을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설움과 충격, 공포와 우울 속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술에 취해 역한 냄새를 풍기던 시 직원들이 저지른 폭력의 흔적은 여성 조합원들의 온몸 구석구석 멍으로 남았고, 또한 잊혀 지지 않을 우리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는 멀리 있지만 우리와 똑같은 사연을 가진 울산과학대 미화원 동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비정규직이라는 굴레 속에서 인간다운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했던 노동자들의 소식 말입니다. 우리들은 너무나도 정당한 우리의 요구가 묵살되는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알몸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내겠다고 저항했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몸부림이자 처절한 외침이 되었습니다. 또한, 함께 어깨 걸고 싸워야할 학생들이 오히려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유린을 자행한 학교편에 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쫓아내는 시위를 했다는 소리는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쓰린 고통과 아픈 상처 뒤에서도 또다시 희망을 발견합니다.
우리들과 함께 투쟁하는 내 옆의 동지들과,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는 동지들과 시민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멀리 있지만 동지들과 주고받는 이 글과 마음이 또 다시 우리 투쟁의 힘이 되고,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지들이 보내주신 글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광주시청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직접 쓴 글을 모아 보내드립니다. 멀리 있지만 마음은 항상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끈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울산과학대 미화원 동지 여러분!
동지들의 글 잘 보았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숨이 막힙니다.
울산~ 광주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한마음.
열심히 투쟁하여 승리합시다!

인내와 끈기로 꼭 살아 현장으로 돌아갑시다.

울산에 계시는 동지 여러분.
가슴 아픈 사연을 보고
저희들 마음속을 환히 들여다보인 것 같습니다.
저희들하고 어쩜 한 점도 틀리지 않고 똑같은 사연.
심정을 뚫는 억울함을 어찌 감당할 것인지...
그러기에 우리 함께 힘 모아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열심히 투쟁하여 꼭꼭 이겨서 제자리 지키도록 승리합시다.

우리 몸은 비록 멀리 있어도
마음은 하나로 똘똘 뭉쳐 열심히 싸워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 승리합시다.
반드시 승리하여 현장으로 돌아가십시오.
엄마의 힘을 보여줍시다.
강고한 단결로 현장으로 돌아가자!

울산동지 여러분!
언제나 함께하는 동지가 있기에
우린 반드시 승리해서 현장으로 돌아갑시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여성노동자 단결투쟁 고용승계 쟁취하자!

마지막으로,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고 끝까지 기억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7.3.20

공공노조 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 광주시청지회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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