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여일 이어진 촛불집회, 3월24일 마지막 집회로 막내려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며 맨손으로 일구어온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하고도 길었던 4년여간의 싸움. 지난 2월 13일 정부와 팽성 주민들은 어렵게 이주에 합의했다. 그러나 말이 ‘합의’였지 협상기간내 정부측은 주민협상대표단에게 무작스러운 협박과 압력을 퍼부으며 그들이 오로지 이루고자 했던 주민강제이주를 억지로 이끌어 낸 결과였지, 주민들의 가슴에는 또 하나의 큰 상처로 자리잡을 뿐이었다. “우리가 끝까지 지키지도 못했는데 저 사람들보면 너무나 미안해...”주민들을 찾아뵙고 촛불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온 지킴이들을 바라보면서 하신 어느 어머님의 말씀이셨다. 현재의 K-6 캠프 험프리 기지건설부터 쫓겨나 지금의 삶의 터전을 일구기까지의 노력들, 그리고 또다시 미군기지가 확장이 된다고 했을 때 이번만은 지켜야겠다고 단단히 먹었던 결심들은 전국 각지의 수많은 평택지킴이들의 가슴에 촛불을 심어주었고, 그것이 수천, 수만개의 촛불이 되어 지금까지 왔다. 가슴에 맺힌 그 아픔들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그렇게 주민들은 오히려 미안함으로 지킴이들을 바라보신다. 공권력을 동원하여 이곳 대추리, 도두리일대를 피로 물들였던 2006년 한해를 가만히 돌아본다. 평화대행진이나 촛불기념행사가 있을 때마다 훼방을 놓고 폭력을 일삼았던 전경들에게 밟혀 이미 목이 꺾여버린 밭 작물들을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세우며 한숨으로 가슴에 새겼다. 대추분교를 지키고자 전국에서 달려왔던 지킴이들이 전경의 곤봉과 방패에 찍혀 쓰러져 갈 때 주민들은 말없이 가슴에 눈물을 흘렸다. 평생 지게로 지고 호미로 다듬어 갯벌을 간척한 논바닥에 시멘트를 붓고 군인들이 짓밟고 철조망을 쳤을 때 주민들은 가슴속에 피눈물을 흘렸다. 어떤 사람들은 대추리, 도두리 싸움이 끝났다고 말한다. 어쩌면 폐허처럼 변해버린 빈집들과 어수선하고 조용한 동네 분위기에 희망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난 싸움의 기간들을 일일이 가슴으로 다 기억하고 있고, 그것은 더 큰 분노로 치닫고 있다. 돌아오는 3월 24일, 395일을 끝으로 마지막 촛불행사가 열린다. 마지막 촛불행사의 의미는 결코 패배가 아니다. 저들이 포크레인과 군인, 철조망을 동원하여 민중을 짓밟고 이 땅을 강제로 빼앗은 것임만큼 우리는 이 싸움에서 진정 승리한 것이라고 믿고있다. 이 땅 대추리에 다시 발걸음 내딛는 그날까지 주민들의 가슴속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 촛불이 영원히 자리잡을 것이다.


이유빈 팽성대책위 간사
(이유빈 간사는 대추리투쟁이 시작될때부터 마을주민과 같이 생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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