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50억기금 모금이 완료되는 꿈

420_패랭이기자의 더듬이수첩
비정규 50억기금 모금이 완료되는 꿈

“‘윗물’이 고여 썩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어느 비정규직 활동가의 혹독한 비판이 있었던 적이 있다. 비정규기금 50억 모금에 대한 적나라한 지적이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도 당선된 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50억 기금에 대한 문제였다. 그만큼 50억 모금여부는 이제 정규직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식의 잣대로 돼버린 셈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2007년 사업계획과 임단투 방침’이라는 기자회견에서 “‘비정규 50억 기금’ 마련을 연내에 완료함으로써 조직력을 강화해 산별 체제를 완성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언론도 일제히 이 부분을 적시했다.
사실 50억 비정규기금은 우려처럼 올 2월에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설연맹 등에서 자발적으로 약간의 기금모금이 이루어지고 있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최근 이석행 위원장이 보인 강력한 의지표명과 연동돼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3일 현재 기금모금액은 약 17억. 이미 1기의 23명 비정규직 활동가가 새롭게 배출되었다. 이들은 건설일용(3명), 공공서비스(9명), 서울지역(1명), 유통서비스(10명) 부문에서 각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중앙위원회에서 한 중앙위원은 비정규사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비정규 권리 수첩이라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했다. 아주 소박한 수첩 하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미 결의한 비정규기금을 다시 모으는데 주력해야 하는 비장함마저 드는 대목이다.
이에 민주노총 비정규실에서는 여러 방법을 강구할 모양이다. △현장대장정 중에 위원장이 직접 메시지 전달하기 △비정규담당 부위원장 편지글 읍소 △미납사업장에 대한 위원장 직접 독촉공문 발송 등 일련의 사업이 계획 중이다.
이래저래 비정규기금 50억 기금 모금을 둘러싸고 향후 많은 얘기들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떡하든 현재 75%가 넘는 산별노조가 비정규사업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이 포진된 금속산별노조가 비정규기금에 대한 모금을 다시 어떻게 하는가에 관심이 촉발되고 있는 이유는 그래서다.
최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규약 개정을 결정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찾기 운동도 좋고, 산별노조 가입운동도 좋다. 하지만 위원장의 의지대로 ‘결의된 기금모금액을 올 연내 안에 완료한다는 계획’이 꿈이 아닌 현실이길 바라는 것은 나만의 소망일까?

강상철 기자 prde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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