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 비정규 노동자의 외침..."나는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

제일 먼저 와서 문단속하고 정규직이 모두 퇴근한 후, 사무실 정리를 한다. 차 대접과 다과 대접은 물론 교육청에서 장학지도라도 나오는 날이면 몇 날 며 칠 청소를 도맡아 한다. 술 담배 심부름은 물론, 재떨이도 씻는다. 물론 고유업무인 교무업무를 도맡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날엔가 친하게 지내던 또래 교사에게 말실수를 했다. 그 교사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막말을 했다. 동료교사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에게는 “예의없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는 호칭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학교 내에서 행정실 직원들과 교사들이 부르는 호칭이 제각각인 이른바 ‘교무보조’인 그를, 학생들은 주로 “아줌마”라고 부른다.

교무보조는 학교장이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뚜렷한 업무분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무실 업무는 물론 급식보조부터 공문접수까지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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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학교에서 교장의 지도감독 하에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다. 학교장과 행정실장은 적은 임금으로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해지도 별 어려움이 없는 터라 이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거리낌이 없다. 교사들의 태도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학교내 비정규노동자를 더 힘들게 한다. 그나마 몇몇 교사가 그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는 상시근무자로 매해 계약을 해오다가 올해는 학교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275일 근무자가 됐다. 지난해 개정된 비정규법으로 인해 계약해지는 물론 단기간 계약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계약하면 2009년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법에 의해 정규직화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많은 학교에서는 이 법이 올해부터 시행되어 바로 정규직화 해야 하는 줄 알고 해고통보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그 전 경력은 인정하지 않고 올해부터 인정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1년계약, 단기계약 형태로 변형시키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그는 올해 275일 근무하고 일당 3만 9천 900원을 12개월로 나눠서 받는다. 월 9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그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리종사원 245일 근무에 비하면 그래도 낫다. 호봉과 경력은 인정되지 않고 휴가도 없다. 그는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 가입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 추산 약 10여만 명에 달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리없는 해고가 이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다.

학교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학교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의 삶이 보장될 때 비로소 사회도 학교도 차별없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당장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말한다. “한사람의 성인으로, 인간적으로 대해 달라고 말씀해주십시오.”(기사= 김상정 기자/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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