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체계적인 대화채널과 교섭 복원이 관건

장기투쟁사업장의 존재는 노사문제의 현황을 말해준다. 한국에서 장투사업장은 노사간의 골이 깊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300명 이하의 중소규모인데다 도급, 하청 등 비정규직이 일반적이다. 사용자들은 대개 대체인력을 통해 공장을 경영한다. 노사간에 문제가 생기면 대충 돈으로 때우려는 경향도 있다. 현행법상 교묘히 빠져나가다보니 문제점은 시정되기도 어렵다. 문제는 있는데 해결은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힘과 방법이 없다. 쫓겨나서 외곽으로 돌게 된다. 사용자들이 일방적인 노조탄압을 행사하고 이에 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이들이 바로 장투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이에 ‘노동과세계’에서는 장투사업장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여러 주제로 나눠서 모색해 본다.

1부 민주노총 앞에 선 65개 장투사업장
①불법파견 이대로 놔둘 것인가
②외주와 위장도급에 가려진 비정규직
③용역깡패와의 처절한 대결
④가정까지 파탄 내는 손배가압류
⑤가처분이라는 법의 잣대
⑥사용자들의 무기, 직장폐쇄
⑦구조조정은 우리들에게 물어보라
⑧불안정한 고용, 계약 해지
⑨합의사항 위반해도 되는 건가

2부 단체협약은 법도 아니다
①단체협약은 법도 아니다
②일상 활동의 적, 임금체불
③노조활동 지배개입의 전모
④끝없는 노동자 감시
⑤불법대체인력은 언제까지
⑥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고발
⑦산업재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⑧사용자 편드는 검찰과의 싸움
⑨보이지 않는 적, 위장청산

민주노총 앞에 선 65개 장투사업장
우선 체계적인 대화채널과 교섭 복원이 관건

지난 3월 28일 서울남부지청 노사지원과 3층 회의실에서는 민주노총과 노동부가 장기투쟁(이하 장투)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첫 정례협의회를 가졌다. 오후2시 코오롱, 3시 하이닉스매그나칩, 4시 미래에셋생명 사업장을 돌아가며 현안을 나눴다. 사측과의 만남이나 교섭창구에 대한 얘기,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이 거론됐다.
이처럼 장투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 잡기에 민주노총이 발 벗고 나섰다. 이와 같은 경로로 작년에만 24개 중 13개의 장투사업장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제5기 집행부가 들어서자 장투사업장 수는 65개로 늘어났다.
문선곤 민주노총 노사대책위원장은 “장투사업장 구획정리가 제대로 안 된 데다 각 산하연맹에서 투쟁사업장들을 다 올려놓다보니 늘어났다”며 “노동부와 주 1회 노사대책 논의를 하지만 이 정도 숫자로는 6개월을 돌아야 한번 논의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투쟁할 것 다 해보고’ 여기까지 온 것이 장투사업장의 특징이다. 또 비정규 여성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보니 물리적 힘이 달린다. 또 중소사업장이 많아 인적 물적 기반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생산현장에서는 용역깡패가 일반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현장진입을 할 수 없는 힘의 역학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싸우다 보면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폭력이나 불법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 결과 해결의 통로가 막히게 되는 것으로 악순환 하게 된다.
그래서 장투사업장의 문제는 딱히 해결방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문 위원장은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계적인 대화채널이 만들어져야 하고 감정이나 앙금을 풀어내는 일도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교섭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돼야하지만 이도저도 안 될 때에는 연대투쟁을 통해 시기를 집중해서 돌파하는 방식도 때로는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관할 노동부 담당자들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사관계에 책임을 지워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압박과 비판을 섞어가면서 정치적 해결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이는 정치적 입장으로 사용자들을 압박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의 입장은 법의 잣대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연대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대투쟁은 용역을 물리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준다. 공장을 장악할 수 있는 실력행사가 가능한 것도 연대투쟁의 필요 이유이다.
하지만 최근 연대투쟁의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문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연맹 차원에서 하게 되는 연대투쟁에 대해 회사 측이 불법행위를 들어 가처분이나 고소고발 등을 해오는 경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맹에서 주춤하는 이유를 말했다.
결국 투쟁력에 의한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어려워 사용자들이 쉽게 응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의 요구는 절박하기 마련이다. 불법을 해서라도 현장에 쳐들어가 생산가동을 멈춰 세우고 문제제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기도 하다.
장기투쟁사업장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사무총장과 차관, 노사대책위와 노사정책국장의 만남과 그 과정이 주목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상철 기자 prdeer@hanafos.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