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나를 동지라고 존칭해서 불렀고 존댓말을 써주셨던 허세욱님

한미FTA폐지를 외치며 분신한 50대 택시노동자 허세욱씨가 4일 4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받았다.

국민을 속인 채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시작돼고,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준비한 일정과 요구에 따라 굴욕적으로 타결된 한미FTA협상... 국민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짖자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짖는 친미관료와 친자본 세력들이 "택시기사가 뭘 안다고 분신하냐"며 모독한다.

"배부른 자는 더 배부르고, 배고픈 자는 더 배고프게" 만드는 세상을 바꾸라고 했더니 공권력을 앞세워 자국민 짓밟기에 여념없는 형편없는 정권과 자본에 맞선 일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신한테 빌려준 내 주권을 도로 내놔라, 국민주권 빌려줬더니 국민을 때려 죽이냐"며 국민은 분노한다.

미국 이익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짓밟은 채 이면합의까지 한 한미FTA 협상타결, 어떤 이는 분신으로, 어떤 이들은 단식으로, 또 어떤 이들은 거리농성으로 저항을 벌인다. "막장인생이 왜 분신하냐? 택시기사가 뭘 안다고 분신하냐"고? 한 대학생이 분에 겨워 소리친다. "살고 싶어서, 당신들 손에, 미국 손에 죽기 싫어서"라고.

[사진1]
허세욱씨 지인들이 허씨 쾌유를 염원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카페 <힘내세요, 허세욱님>을 개설했다. 주소는 cafe.daum.net/taxidriver53이다.

이 카페에는 지인들이 기억하는 허세욱씨 모습에 대한 잔잔한 소회들과 함께 활동 사진들을 모은 영상앨범, 허씨 분신 관련 신문방송 보도기사, 민주노총 현장속보 등의 글과 사진들을 모아놨다. 사진앨범에는 분신전 집회현장에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3월30일 반FTA투쟁 당시 늦은 밤, 경복궁역 앞에서 비감한 표정으로 찍힌 모습도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다음 글은 허씨를 기억하는 지인이 쓴 글 전문.

<font color=darkblue><b>모두 다 거짓이었으면 좋겠다.</b>

오늘,
우리 땅과 물과 우리가 만들어온 모든 자원들을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할 모든 문화와 영혼을
우리 건강과 목숨줄을
돈놓고 돈먹는 미국 투자 사기꾼들에게 넘겨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전부 다 그저 뻥이면 좋겠다.

오늘,
허세욱 동지가 분신을 했다.

나는 그 분과 대여섯 번의 술자리를 가진 적 있다.
처음 알게되었을 때,
스물 중반이던 내 나이의 두배가 되는 어른이었지만
언제나 나를 동지라고 존칭해서 불렀고 존댓말을 써주셨었다.

택시 운전으로 몇 십만원 받아 살기도 힘들지만,
당비와 가입한 단체들 회비를 밀리거나
당에서 나온 정기간행물을 사지않을 수 없다고 했던 분이다.

'나는 만원 까짓 아껴봐야 어차피 할 수 있는게 없지만,
당에 만원을 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리고
'만원 아껴봐야 못배운 한을 못 풀지만,
당에 만원을 내면 세상의 이치를 배울 수 있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또렷이 기억난다.

몇 주 전에 있던 협상저지투쟁에서 우연히 만났었다.

보신각 한 복판 도로에 앉아
00오빠가 사준 베지밀을 나눠먹으면서

'자통위를 맡게되었어요.'하니까...
'자통 사업이 젤 중요한 거에요. 열심히 하세요.
회의가 있을 때 나도 가서 듣고 배우면 좋은데.. '하셔서..
내가 다음에 시당에서 공부할 게 생기면 연락드리겠다고 했었다.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란다. 정말...
다음에 같이 공부할 일이 자주자주 있기를..

오늘,
슬프고 통탄스러운 모든 일들이 그저 뻥이었으면 좋겠다.
눈물이 나게 답답하면서도...
정말 너무 당연하게 배고프고 목마르고 웃음도 나오는...
마구마구 농담도 해제끼고
힘드니까 그만 뛰고싶고 무서우니까 집에 가고싶고
택시비 걱정에 집에 언제가나... 하던 나도 뻥이었으면 좋겠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택시 기사가 뭘 안다고 분신이냐 써놓은 개00들이
내가 지키려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란 사실도....
정말 완전 뻥이었으면 좋겠다. </font>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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