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 경제전문가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811∼1817년 영국 중·북부 직물공업지대에서 기계파괴운동이 발생했다. 당시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직물공업에도 기계가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나폴레옹전쟁 영향이 겹치면서 실업자는 증가하고 임금은 체불(滯拂)됐으며, 물가는 상승하는 경제불황이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실업과 생활고의 원인을 기계가 보급됐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즉 기계에 의해 상품을 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수공업 숙련노동자 임금이 낮아진 데 원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러드(Ned Ludd)라는 지도자의 주도로 생산현장에서 기계를 몰아내기 위한 조직적 활동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노팅엄 직물공장에서 시작해 랭커셔·체셔·요크셔 등 북부 여러 주(州)로 확대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산업자본가와 정부는 무력을 동원해 진압했다. 1816년 불황기에 기계파괴운동은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이때는 사회·경제 정세가 호전되면서 크게 확대되지 않고 바로 진압됐다.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은 지도자 러드 이름에서 비롯됐지만, 사실 러드는 실존 인물이 아니고 비밀조직에서 만들어낸 가공 인물이었다.
최근 협상이 마무리된 한미FTA에 대해 농민단체나 노동자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상당하다. 절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농업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금융이나 의약 분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수십만 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최근 한미FTA 협상과 타결을 둘러싸고 대중은 비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사 속의 러다이트운동을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맹종이고 일산분란하게 추동하는 한국 정부의 미국 의존적 정책추진에 대해 정권과 자본은 반성해야 한다.
KORUS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ea-US FTA) 영문이름이다. KORUS는 chorus(합창)과 발음이 같아서 채택됐다고 한다. 자본 중심의 합창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합창이라면 한국 대중들이 '코러스'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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