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경제전문가)

토끼가 거북이에게 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토끼가 달리기 경기 도중 낮잠을 자는 바람에 거북이에게 지고 말았다는 것이 그 유명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다. 토끼는 분명히 달리기를 잘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실제 경주에서는 거북이가 이겼다. 여기서 가능성이라는 것을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과 구분해 흔히 잠재력(potential)이라고 부른다.
경제에서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모든 생산요소(노동, 자본, 기술 등)를 정상적으로 동원해서 달성할 수 있는 잠재적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경제성장률을 얘기할 때 실제로 실현한 경제성장률보다도 잠재성장률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토끼가 잠을 자서 거북이가 경주에 이기듯이 특별한 경우 잠재성장률이 낮더라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수도 있으나, 계속해서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
또 좋은 성적을 올리며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인정받던 선수가 능력 이상으로 혹사당해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경우가 있듯이,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거나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경제성장률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적정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쓰기도 한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 및 생산성의 합으로 표현된다. 노동 투입량은 취업자 수와 근로시간으로 나타나며, 자본 투입량은 자본의 절대규모, 생산성은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증가를 의미한다. 이렇게 측정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91∼2000년 잠재성장률은 6%대였으나, 2001~2011년에는 4.5~5%, 2011~2020년에는 4.3%, 2021~2030년에는 2.8%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게 잠재성장률이 악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노동투입의 증가세 감소다.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0.3~0.4%씩 감소하고 있으며, 근로자 수도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2006~2020년에는 0.7~0.4%씩 증가하지만, 2020년대에는 0.4%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근로시간과 근로자 수를 합한 노동투입량은 최근 0.4%가량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으며, 2020년대에는 0.7%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투입도 최근 2.3%에서 2020년대에는 1.6%정도로 증가율이 낮아지며, 생산성 증가율도 최근 2.1%에서 2020년대에는 1.9%로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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