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열사가, 민중이 이길 것이다”
4월18일 오전 7시부터 ‘한미FTA무효! 고 허세욱동지 민족민주노동열사장’ 열어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관악구위, 한독운수, 하얏트호텔, 용산미군기지 앞 노제 지내

평생 도시빈민으로, 택시노동자로, 노동운동가로, 사회활동가로 낮고 평범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허세욱 동지를 떠나보내는 장례의식이 치러졌다.
“한미FTA 무효, 노무현 사과!”를 외치며 지난 4월1일 분신했다가 15일 사망한 허세욱 민주노총 조합원 장례식이 4월18일 거행됐다. 장례명칭은 ‘한미FTA무효! 고 허세욱 동지 민족민주노동열사장’. 장례일정은 4일장으로 치러졌다. 한미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고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원회는 허세욱 동지의 유훈을 실현하기 위해 장례식을 한미FTA 원천 무효화 투쟁으로 승화시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전 7시 한강성심병원 앞 발인식으로 시작된 이날 장례는 허세욱 조합원이 유서에서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다던 민주노총, 생전에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 16년간 고인의 소중한 일터였던 한독운수, 한미FTA 협상 타결장소이자 분신현장인 하얏트호텔, 그리고 유서에서 자신의 유골을 뿌려달라던 용산미군기지 앞 노제로 이어졌다.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봉행된 노제에서는 “내 유골을 미군기지에 뿌려서 효순,미선의 한을 갚고 밤새도록 미국놈들을 괴롭히게 해달라”던 허세욱 열사의 유언에 따라 고인의 유골이 뿌려졌다.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해 범국민 추모식을 가졌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당신이 그렇게도 사랑하는 민주노총답게 당신의 기대대로 저부터 모든 것을 바쳐 싸우겠다”며 열사정신을 기리고 “당신의 염원을 실현할 수 없는 민주노총이라면 무슨 소용이며 그런 위원장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고 절규해 한미FTA 협상 무효투쟁을 강도높게 벌일 것을 예고했다.
허세욱 동지의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에 도착하자 “민족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오시니 좋으시냐”는 원망이 터져나왔다. 허열사가 산자들 곁을 떠나는 시각이 다가오자 장지에 함께 한 이들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 앞에서 오열했다. 마지막 운구와 하관식, 예단, 취토, 달구질이 행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한 줌 재로 변한 열사가 마지막까지 외쳤던 유훈을 추억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허세욱 열사와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을 슬퍼하며 투쟁을 통한 또다른 해후를 준비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장례위원장과 한독운수분회 조합원들, 민주노동당 관악구 위원장 등이 취토했다.
11시간에 걸쳐 치러진 이날 장례식에서는 절절한 사연의 추모사와 조사가 이어져 참가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장례식 내내 ‘미국반대’ ‘노무현정권 퇴진’ ‘허세욱동지 살려내라’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색 만장이 허세욱 조합원의 장례행렬을 둘러쌌다. 장례식 행렬 맨 앞쪽 운구차 뒤에는 한독운수분회 조합원들이 수십여 대의 택시를 몰아 동료열사 허세욱 조합원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민주노총 산하 중부권 이상 전체조직들과 각급 시민사회단체 성원 오천여 명이 이날 추모식에 참여했다. 지방의 경우 해당 거점에서 촛불문화제를 갖고 허세욱 열사의 명복을 빌며 한미FTA 저지투쟁을 결의했다.
이 땅이 열사정신을 계승하려는 산자의 함성과 깃발로 뒤덮이고 있다. "허세욱 열사와 민중은 한미FTA라는 괴물을, 노무현정권을, 미국을 꺾어 넘어뜨릴 것이다. 허세욱 열사가, 민중이 이길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이날 함께한 많은 이들의 가슴에 허세욱 열사가 조용히 부활하고 있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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